재정 문제로 무상보육 정책이 멈춰설 위기에 놓이면서 여야 정치권은 일제히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요구하며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서울 서초구의 경우 오는 10일이면 재정이 바닥날 지경인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전면 무상보육에서 '선별적 복지'로 돌아설 듯한 신호를 보이고 나섰다. 3일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이 "재벌가 아이에게도 정부가 보육비를 대주는 것이 공정 사회에 맞냐"며 "고소득층에게 가는 보육비를 줄여 저소득층에게 양육수당을 더 주는 것이 오히려 사회정의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오전 열린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지방정부의 재정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가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시중에 유체이탈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면서 "0~2세 무상보육은 유체이탈의 대표적 실정"이라고 말했다.
강 시장은 "복지부의 추계에 의하면 725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한데 여기 있는 어느 시도지사와도 상의한 바 없다"며 "곧 있으면 보육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중앙정부"라며 "새누리당과 정부가, 기재부와 복지부가 서로 공을 떠넘기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인천시장 또한 "50% 지방 부담이 되는 사안을 전화 한 통 의견조율도 없이 정책 통과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추경 편성해야…박근혜 보편적 복지는 짝퉁"
보편적 복지를 당론으로 내세우는 민주당은 이날 "예비비를 활용한 즉각적인 지자체 지원과 무상보육 지방재정지원을 위한 추경편성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영유아 무상보육 재정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행정·재정적 준비 없이 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선심성으로 시행하고 나서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정부의 문제이지, 보편적 복지 정책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가재원을 투입해서라도 보육제도가 흔들리지 않도록 빨리 만들어야 한다"며 "추가적으로 아마 5000~7000억 원의 예산이 있어야만 이 (보육) 제도를 유지해 나갈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렇게 된 데는 당시 한나라당이 총선용으로 졸속하게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라며 "도입과정에 대한 국정조사가 상임위 차원에서 철저히 있어야 될 것"이라고 새누리당에 대한 공세도 폈다.
이종걸 최고위원도 "민주당에서는 3~5세 무상보육을 추진했으나 지난 예산 국회 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갑작스럽게 0~2세 무상보육을 들고 나오면서 졸지에 3500억 이상의 예정에 없던 예산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무책임하게 지방정부에 떠넘겨버렸다"이라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박근혜 호(號)의 보편적 복지, 무상보육 내용이 드러났다"며 이는 "짝퉁"이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다음 정부 일을 현 정부 차관이…"
새누리당도 무상보육 재검토에는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은 무상 보육과 관련, 정부를 설득해서 전 계층에 대한 무상보육이 제대로 실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총선 공약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다만 홍 대변인은 "앞으로 상황이 변하면 검토해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추경을 할 상황은 아니다"며 민주당의 추경예산 편성 주장은 반박했다.
진영 정책위의장 역시 김동연 차관을 겨냥해 "다음 정부에서 감당할 일을 현 정부 차관이 그러면 안 된다"고 언짢음을 드러냈다. 진 의장은 <내일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 담당부서에서 아직 '하위 70% 지원'을 주장하고 있는데, 계속 설득하고 총선공약은 반드시 실천되도록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도 "그 동안 당정협의를 통해 총선공약 이행점검하며 얘기했던 것들인데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일단 정부와 다시 얘기해 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대선 공약을 정부가 흔들려는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과 불쾌감이 묻어나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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