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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두 얼굴…대규모 '반중 시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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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두 얼굴…대규모 '반중 시위', 왜?

[진단] 본토 신흥부자 투기열풍, 허울뿐인 자치에 불만 고조

1일 홍콩 반환 15주년 기념식이 시위와 항의로 얼룩졌다. 한쪽에선 중국이 영국으로부터 홍콩의 주권을 돌려받은 지 15년이 된 날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열리고 있는 반면, 행사장 안팎에서는 "홍콩이 중국의 그늘에 가려 죽어가고 있다"는 반중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졌다. 겉보기에 화려한 홍콩의 두 얼굴이 극명하게 대비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번 시위 규모는 지난 2003년 홍콩 주민들이 치안 강화법 강행과 경기침체에 분노해 50만 명이 거리에 나선 지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 시위대 측은 4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홍콩 주민이 700만 명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규모다.
▲ 1일 홍콩 반환 15주년을 맞아 주민들이 남녀 노소 가릴 것 없이 수십 만명이 거리에 나와 반중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
"홍콩이 중국의 일당독재에 점차 파괴되고 있다"

홍콩 시내 곳곳에서는 주민들이 몇 만명씩 모여 민주주의 보장 등을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AFP>는 "이번 시위에는 엔지니어와 공무원, 주부와 학생, 파룬궁 회원과 노조뿐 아니라 일반 시민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최루액까지 발사할 정도로 시위가 거셌으며, 일부 참가자는 무더위 속에 중국 반환 전에 쓰이던 영국 유니온잭 깃발을 내걸고 6시간 넘게 시내 전역을 관통해 행진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으로서는 이번 기념식에 어느 때보다 신경을 썼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5년만에 직접 참석하고, 홍콩의 최고 책임자인 홍콩 신임 행정장관의 취임식까지 함께 치러진 이날, 중국 정부로서는 축제분위기를 극대화화기위해 행사현장을 중국 전역에 생중계하기도 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축하 연설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가 홍콩의 장기적 번영과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이라면서 "홍콩에선 지난 15년간 '일국양제'와 고도의 자치 부여 원칙이 철저히 시행됐다"고 역설했다. 홍콩에 중국 본토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자치권을 부여하는 1국 2체제를 용인해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후 주석의 연설에 앞서 렁춘잉 신임 행정장관도 후 주석에게 취임 선서를 한 뒤 "안정 속에서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신흥부자들의 주택가격 폭등시켜"

하지만 취임식에 참석한 한 홍콩인은 "일당독재 종식"을 외치며 후진타오의 연설을 방해하기 위해 단상으로 접근하다가 체포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또한 홍콩 주민들은 행정장관이 간접선거로 사실상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후보가 뽑혀왔고, 이번 기념행사도 홍콩인들이 쓰는 광둥어가 아닌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로만 진행된 것에서 보듯 중국의 자치권이 인정된다는 것은 "허울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시위자는 <AFP> 인터뷰에서 "홍콩은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에 의해 점차 파괴되고 있다"면서 "축하할 일이 하나도 없다"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홍콩 반환 이후 기념식이 열리는 매년 7월1일은 '홍콩의 중국화'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왔지만, 올해는 중국 반체제 인사 리왕양(李旺陽)의 의문사 사건과 신임 홍콩장관의 부패 의혹들이 겹쳐 시위 규모가 더 커진 측면도 있다.

리왕양은 톈안먼 시위로 23년 동안 옥고를 치른 뒤 최근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리왕양 문제가 홍콩에서 주요 이슈가 된 것도 부정적 의미에서 홍콩이 중국화되는 것에 대한 민심의 불만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신임 행정장관의 부패 의혹은, 홍콩이 관료들의 부패가 심각한 중국의 병폐에 물들고 있다는 점에서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홍콩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배경에는 경제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5년간 홍콩은 겉보기에는 화려한 성장을 해왔지만, 부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중국 본토의 자금이 홍콩으로 밀려들면서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부유한 중국인들이 홍콩 내에 대거 주택을 구입하면서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는 등 사회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다. 홍콩에서는 "중국의 신흥부자들이 홍콩의 주택에서부터 투자 대상이 되는 것은 모두 싹쓸이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올 정도다.

이런 홍콩 주민들의 불만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여론조사 결과 63.8%가 홍콩의 상황이 주권 반환 이후 더 나빠졌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톈안먼 사태 질문한 홍콩 기자는 현장 체포되기도

톈안먼 사태를 재평가하라는 홍콩 주민들의 요구도 분출하고 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중국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 요구에 대한 시위가 일어나자 당국이 무자비하게 유혈진압한 사건이다. 홍콩 주민들은 이런 중국의 독재체제가 홍콩의 민주적 기반을 무너뜨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홍콩의 한 일간지 기자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홍콩 주민들이 톈안먼 사건의 재평가를 원하는 걸 알고 있느냐"고 질문했다가 현장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특히 홍콩은 2047년이면 일국양제가 끝나고 중국에 완전히 통합되는 일정을 앞두고 있고,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에 대해 중국 당국은 2017년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를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 사회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속에서 홍콩 고유의 자생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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