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새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9일 전당대회에서 치열한 대결이 벌어졌다. 특히 지역순회 경선에서 선두 다툼을 벌인 이해찬 후보와 김한길 후보는 뚜렷한 노선 차를 보였다.
이해찬 "새누리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나"
추첨결과 첫 순서로 연설에 나선 이해찬 후보는 새누리당과 보수언론 등 우파 진영의 '색깔론' 을 공격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노렸다. 이 후보는 연설에서 "우리 당에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 평화세력 전체의 문제"라며 "박근혜 의원과 새누리당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빨갱이 좌파로 매도했던 집단"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박근혜 의원의 발상이 히틀러와 무엇이 다른가. 누가 박 의원에게 정치인을 검증할 자격 줬는가"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는 박정희 군사정부 시절 자신이 '빨갱이'로 몰렸다며 "그 딸이 또다시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대를 이어 세습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맹공을 폈다.
이 후보는 "저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도 죽을 힘을 다해 싸워야 한다"며 "박근혜 세력의 악질적 매카시즘과 수구언론에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 저 이해찬이 우리당 대선 후보를 온몸으로 지키는 방패막이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스로를 "새누리당이 가장 두려워한 후보"로 자부한 그는 이른바 '이-박 연대'에 대해서는 권력을 위한 담합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한 역할분담이라 강조했다.
김한길, 유리한 포인트 최대한 활용한 '맞춤연설'
후보 연설 마지막 순서로 연단에 오른 김한길 후보는 자신이 1위를 한 지역들을 죽 거론하며 지역순회경선에서의 승리를 최대한 활용했다. '이-박 연대'를 겨냥한 공격도 마지막 연설까지 이어졌다. 김 후보는 "당을 좌지우지해 온 힘센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했지만 결과는 달랐다면서 자신의 우세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 후보는 "한국노총이 저를 공식적, 공개적으로 지지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민주당이 국민 앞에 약속한 노동공약을 반드시 실현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협과 우리은행 노조가 벌이는 싸움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면서 한국노총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한 금융노조에 대한 공략도 폈다.
김 후보는 "당 지지율이 뚝 떨어져 오히려 새누리당에 10% 뒤져 있다"면서 "문재인 고문의 지지율마저 한 자리 숫자로 내려앉고 말았다. 잘못된 각본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에서는 '한길불패'라고도 하고 '대통령 제조기 김한길'이라고도 한다"면서 "대선 승리를 향해 '한길'로 전진하자"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화려한 연출 속 '불꽃 승부'
다른 후보들의 연설도 눈길을 끌었다. 우상호 후보는 25년 전 이날 이한열 열사의 죽음을 언급하며 "저는 그 시간부터 죄인이었다. 다시 목숨걸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문용식 후보는 "꼴찌로라도 지도부에 보내달라"며 "저에게 제발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조정식 후보는 강창희, 김용갑 등 소위 '박근혜 7인회' 멤버들을 거론하며 "이들의 나이를 합치면 묘하게도 516살이다. 바로 5.16이다. 한마디로 역사를 거꾸로 가겠다는 '5.16 세력'에게 우리 대한민국을 맡길 수 있겠나"라면서 "저 조정식이 새누리당에 맞서 결연히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강기정 후보는 "광주가 저를 1등 만들어줬다. 전략적 선택 해온 호남의 뜻이 무엇이겠는가"라고 물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추미애 후보는 통합 이전 민주당의 상징색이었던 초록색 자켓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추 후보는 '대선 승리의 선봉장'을 자임하며 "저 추미애는 박근혜를 잡을 수 있다. 박근혜가 꿩처럼 우아하게 살아왔다면 저는 매처럼 당당히 도전하며 살아왔다. 꿩잡는 게 매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은 이번 전대에서 무대 뒤편 중앙의 전광판이 좌우로 열리며 그 가운데로 연설할 후보자들이 걸어나오는 화려한 연출을 하기도 했다. 후보들이 등장할 때 좌우 화면에는 불길이 일렁이는 영상이 나왔다. 말 그대로 '불꽃 승부'였다.
최종 결과는?…열쇠는 '모바일 표심'
전체 결과의 70%를 차지하는 30만 명의 권리당원 및 시민·당원 선거인단 투표 중 절반 이상인 15만5000명 가량이 투표 방법으로 모바일을 선택했다.
시민·당원 선거인단 총 수는 12만2965명으로 이 가운데 모바일 투표 대상자는 11만5870명. 이 가운데 8만5000여 명이 실제 투표에 참여해 73.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권리당원 16만4010명 중에서도 4만570명(약 25%)이 지난 1~2일 이뤄진 모바일 투표에 참여했다.
반명 8일 이뤄진 현장투표 투표율은 매우 낮았다. 권리당원 12만6440명과 시민·당원 투표인단 7095명 등 13만535명 가운데 겨우 3158명만이 투표에 참여했다. 그러나 모바일과 합산하면 권리당원, 시민·당원 선거인단 전체 투표자는 12만8000여 명으로 투표율은 4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편 30%가 최종 반영되는 1만5178명의 대의원 투표 중 지역순회경선 및 재외국민 대의원 투표 등은 이미 이뤄졌으며, 이날 전당대회 현장에서는 서울·경기·인천지역 대의원 6071명과 정책대의원 2467명 등 8538명의 표가 움직이게 된다.
현장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열어봐야 안다"고 혀를 내둘렀다. 당심은 김한길 후보 쪽이라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지만, 모바일 투표에서는 이해찬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신경민 대변인은 "(누가 이길지 모르니 두 경우를 대비해) 기사 두 개를 미리 써놓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