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8일 필리핀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스카버러 섬(중국명 황옌다오) 일대 해역에서 양국 감시선들이 대치하게 된 사건이 갈수록 심각한 양상으로 가고 있다.
당시 스카버러 섬 일대에서 조업 중인 중국 어선 8척을 필리핀 해경의 해양순찰함이 단속하려는 순간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중국 어업지도선 2척이 단속을 방해하러 막아서면서 시작된 사태가 한달이 넘어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
▲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한 필리핀 시민이 중국 오성홍기를 불태우고 있다. ⓒAP=연합 |
스카버러 섬은 남중국해 난사군도에 위치한 모래섬으로 인근에 천연가스 등 광물과 어업 자원이 풍부해 전략적인 가치가 높다. 필리핀 루손 섬으로부터 약 230km, 중국 본토에서는 약 1200km 떨어져 있다.
중국은 스카버러 섬이 본토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역사적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필리핀은 본토에서 불과 124해리(230㎞) 떨어진 만큼 배타적 경제수역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영토분쟁으로 민감한 지역에 현재 수십척의 양측 감시선들이 집결해서 대치 중이며 중국은 주변 일대에서 함정과 전투기까지 동원해 해상 상륙훈련을 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 무력시위에 미국도 노골적 개입
급기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필리핀과 군사적 협력를 맺고 있는 미국의 개입도 노골화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16~27일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함께 대규모 해상 훈련을 실시한 미국은 신예 전투함을 인근에 보내기로 했다. 미국 해군이 싱가포르 해군기지에 미국 최신예 연안전투함(LCS) 여러 척을 배치할 계획이다.
필리핀 외교부는 "중국의 무장 공격이 있을 경우 미국이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혀 이번 사태가 무력 충돌로 비화되면 중국과 미국의 대리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사태는 아시아태평양 일대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기 때문에 외교안보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양국 정부도 모두 "외교적 해결을 위해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측에서는"현재 양국간 분쟁 해결을 낙관하고 있지 않으며 중국은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발언이 나오는 등 상황이 경색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가세하기 시작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인내의 한계에 다다르면 더는 참을 필요가 없다"는 등 논조가 강경해지고 있고, 자매지 <환구시보>도 전문가 대담 형식을 빌려 "필리핀이 도발한다면 무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국민, 전세계 1200만 명 반중국 시위 계획
이번 사태가 강대국인 중국이 힘으로 영토를 침범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필리핀 국민들은 격분하고 있는 분위기다. 11일 수도 마닐라를 비롯해 워싱턴 뉴욕 도쿄 로마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반중국 시위를 벌이기로 했으며 시위에는 필리핀 국내를 포함해 1200만 명가량이 참여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런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은 필리핀에 자국민들이 관광하는 것을 위험하다고 보고 중국 주요 여행사들에게 중국인의 필리핀 관광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필리핀에서 수입된 과일을 격리 조치시키는 등 이번 분쟁이 벌써 경제적인 보복 조치까지 초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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