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된 최규하 전(前) 대통령의 비망록 존재 여부에 세인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비망록 형식을 띤 기록이 남아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점차 실리고 있다.
최 전 대통령의 장남 윤홍 씨는 23일 지인들에게 "아들로서 부모가 일기를 쓰는지 물어볼 만한 성질이 아니라 물어보지 않았지만 아버지께서 일기를 쓰셨을 가능성은 있다"며 원론적으로 비망록 존재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최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최 전 대통령이 (재직 당시 일 등을) 굉장히 섬세하고 풍부하게 모두 기록했을 것"이라며 "비망록이든 회고록이든 (그 기록이) 발표되면 여러분이 궁금하게 여기는 점이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비망록 존재 가능성을 언급해 시선을 끌었다.
1990년대 중반 12.12 및 5.18 사건을 직접 수사했던 한나라당 장윤석(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장) 의원도 이날 "확인할 수는 없지만 (최 전 대통령이) 회고록이나 비망록을 쓰고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해 이른바 '최규하 비망록' 존재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줬다.
이와 관련, 최 전 대통령을 끝까지 보좌한 최흥순 비서실장은 이날 일부 기자들에게 "최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쓰신다는 말씀을 우리한테 한 적은 없다"며 "그러나 돌아가신 뒤 최 전 대통령의 서재를 열어본 사람이 없으니까 개인적 기록이 담긴 쪽지 등이 없다고도 있다고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비서실장은 "비망록 등이 발견되면 가족회의를 열어서 (공개 여부를)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최 비서실장의 언급에 비춰볼 때 최 전 대통령의 비망록이 일기 등 형식으로 존재할 경우 공개 여부는 가족의 뜻에 따라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 전 대통령이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아 가려져 있던 12.12 사태 당시 신군부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연행에 대한 사전재가 여부나 5.18 당시 광주에서 발포명령 허가 등과 관련한 진실이 햇빛을 보게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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