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 2월 말까지 통상적인 조사기간을 넘겨 두번이나 연장하며 7개월간 삼성전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국세청의 판단이 정확하다면 이번 사건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왜냐하면 삼성전자가 전체적으로 법인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내보다 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에 있는 해외법인에 이득을 이전시키는 방법으로 탈세를 했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가 법인세를 덜 내기 위해 세율이 낮은 국가의 해외지사로 이득을 이전하는 수법으로 탈세한 혐의로 470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연합뉴스 |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차라리 외국에 내는 방식을 택했다면, 삼성전자처럼 국내의 대표기업에게는 탈세를 넘어 일종의 '매국 행위'라는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트위터 등 사이버 공간에는 '삼성전자 매국적인 탈세를 했다"는 얘기들이 떠돌고 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삼성전자 본사와 해외 자회사의 거래관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이전가격을 이용한 탈세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내부 거래를 할 때 해외지사에 본사가 정상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부품을 넘기는 등 해외지사가 비용을 치를 때 정상가격보다 덜 내게 해서 해외지사가 될수록 더 많은 이득을 남기도록 하는 식으로, 본사의 이익을 해외로 이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같은 대기업이 부품 같은 것을 이전가격 조작 대상으로 삼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때문에 이번에 문제가 된 이전가격은 주로 해외지사의 대출 등에 대한 지급보증에 따른 수수료를 둘러싼 것으로 알려졌다. 적정한 수수료보다 훨씬 싸게 수수료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전가격을 이용해 이득을 넘겨받는 해외지사는 주로 법인세율이 낮은 곳이며, 조세협약에 따라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법인이 있는 현지에 세금을 내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업 전체 입장에서는 법인세를 적게 내도 된다.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4%이지만,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는 19%이며 아일랜드(12.5%)처럼 한국보다 절반 정도밖에 안되는 곳들도 있다.
삼성전자는 일단 추징세액을 냈지만, 탈세를 인정한 것이 아니고 법적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회계에 따른 '절세'를 한 것을 국세청이 '탈세'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사실 기업회계와 세무회계가 다른 것은 늘 기업과 과세당국이 다툼을 벌이게 되는 요인이다. 국세청이 정상적으로 보는 회계방식과 기업이 스스로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회계가 다른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삼성전자는 과세당국이 세금을 더 내라고 하니까 일단 냈지만, 법적으로 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부 거래 비중은 상당하다. 지난해 휴대전화, 컴퓨터, 텔레비전 등 완제품을 파는 사업부에서만 246조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절반이 넘는 131조 원이 자회사나 다른 사업부간 거래인 내부거래에 해당된다.
해묵은 '절세' 해명, 국세청 입장은 더욱 단호해져
이때문에 삼성전자처럼 내부거래 비중이 큰 경우는 정상가격의 기준을 판단하기에 따라 추징세액이 크게 달라진다. 문제는 정상가격인지 아닌지 따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거래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구체적인 조건도 다르기 때문에, 시장에서 정해진 정상가격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산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세청이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여 세무조사를 한 끝에 추징을 했기 때문에 '절세'라고 항변하고 넘어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5년 전 정기 세무조사 때 180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는데, 이번에 25배가 늘어난 것은 과거의 '경고'에도 달라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추징세액이 그대로 인정되면 기업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추징세액 최고 기록은 1999년 한진그룹 세무조사 당시의 5416억 원이다.
세무조사 들어간 LG전자 등 수출대기업들 전전긍긍
삼성전자가 이전가격 조작으로 거액의 추징을 당하자, 다른 수출 대기업들도 국세청의 칼날을 피해갈 수 있을지 긴장하고 있다.
국세청은 앞으로 대기업에 대한 이전가격 조작 조사를 좀 더 철저하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이미 올해초 발표한 국세청 업무보고에서도 숨겨진 세원 발굴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이전가격 조작을 제시했고, 최근 시작된 LG전자 세무조사에서도 이전가격 조작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절세냐 탈세냐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전가격 조작은 절세의 한 수단으로 오랫동안 사용됐기 때문에 과세당국이 작심하면 수천억 원의 추징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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