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19대 총선 당선자들은 개인 정체성 면에서는 18대 한나라당 의원들보다 더 보수적이지만, 경제정책 분야에서는 오히려 중도보다 진보적인 정책 성향을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후 새누리당이 내건 정책 공약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지 의심을 품을 만한 분석 결과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25일 국회 입법조사처와 한국정당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19대 총선평가 학술회의'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강 교수가 인용한 한국정당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진보의 극단을 0, 보수의 극단을 10으로 놓았을 때 새누리당 의원들의 경제정책 관련 인식은 4.41점으로 중도인 5보다 다소 진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통합당의 경우는 같은 항목에서 2.13으로 새누리당에 비해 훨씬 진보적인 인식을 보였고, 통합진보당은 0.92로 이보다 더 강한 태도였다. 경제 분야의 이념적 성향은 성장과 복지, 비정규직 및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 문제, 부유세 도입 등에 대한 태도로 측정됐다.
18대 국회와 비교했을 때, 당시 한나라당은 경제정책 이념에서 7.01로 매우 보수적인 인식을 보였지만 19대 새누리당은 무려 2.6만큼이나 '좌클릭'한 셈이다. 민주당 역시 18대(4.54)에 비해 2.4만큼 진보 쪽으로 이동했다.
19대 국회 당선자들의 경제정책 외 다른 분야의 정책성향을 보면 새누리당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6.11, 사회분야 6.49로 가장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외교안보 2.21, 사회 1.74였으며, 통합진보당은 각각 0.41과 0.15로 선명한 이념 성향을 보였다.
강 교수에 따르면 '외교안보' 분야는 대북지원 및 외교안보정책, 국가보안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대한 태도를 의미한다. 사회분야는 군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삭제지시 및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등 군 인권, 학생인권조례 등 학생인권, 집회 및 시위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의원 개인 이념성향, 새누리 6.21로 18대에 비해 보수화
한편 정책별 사안에 대한 조사가 아닌 의원들 개개인의 이념 성향을 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은 6.21, 민주당은 2.91, 통합진보당은 1.62로 나타났다. 의원들의 이념 성향별 분포에서 새누리당은 진보성향인 3에서 극단적 보수성향인 10까지 다소 통일되지 않은 모습이었고 민주당은 1에서 5까지, 통합진보당은 0~3이었다.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관적 이념 성향은 6.00, 민주당은 4.39, 민주노동당은 1.40였다. 19대에 와서는 개인별 성향에서 새누리당과 통합진보당이 다소 보수화된 반면 민주당은 '좌클릭'이 매우 뚜렷하다.
강 교수는 여야 정당별 이념의 거리(3.30)가 18대 때(1.61)와 비교할 때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념적 속성이 포함된 쟁점법안의 경우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간 격렬한 대립과 갈등이 생겨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누리당의 경우 의원 개인의 성향과 외교안보 및 사회분야의 정책성향은 더 보수화됐지만 경제정책 면에서는 18대 때에 비해 확연히 진보적으로 돌아선 것이 관심을 모은다.
이와 관련해 장훈 중앙대 교수는 새누리당이 총선 전 발표한 '10대 약속 23개 정책'을 보면 '더불어 행복한 복지국가,' '일자리 걱정없는 나라,' '기회균등,' '다양성,' '친환경'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면서 "이는 전통적인 보수의 언어가 아니다"라고 풀이했다.
장 교수는 총선 결과와 관련해 "구조적 요건의 기울기는 야권의 승리를 기대하도록 했지만 행위자 차원의 여러 요인들, 즉 주요 정당 및 후보자, 유권자의 전략적 행동과 판단이 이를 뒤집었다"고 평가하면서 특히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의 정책 정체성 변화는 주목할 만한 폭이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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