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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원내 3당' 발돋움, '절반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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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원내 3당' 발돋움, '절반의 성공'

[분석] 원내교섭단체 실패…'정체성 혼란' 비판도

13석.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받아든 성적표다. 통합진보당은 지역구에서 7명의 당선자를 배출했으며, 정당투표 결과에 따른 비례대표 의석은 6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진보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제3당이자 제2야당으로 도약했다. 야권 전체의 패배에도 통합진보당은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도 나온다. 그러나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에도 불구하고 두 당을 합쳐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데 실패해 다소 빛이 바랬다.

진보진영 내에서는 통합진보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재벌개혁, 노동정책 등 주요 민생사안 뿐 아니라 대북정책 방향 전환 등 주요 외교안보 사안에서도 선명한 진보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내보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역구 12석, 비례대표 8석 이상을 얻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다는 당초의 공식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다. 진보정당사상 가장 많은 의석수를 달성하는 성과를 올렸음에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는 실패했다는 면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11일 밤늦게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도권에서 변화의 열망과 야권연대에 대한 지지가 확인됐지만 국민 여러분이 기대한 결과는 이루지 못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정권교체로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왜 '절반의 성공'인가

현재의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내 통합 찬성파였던 심상정·노회찬 등 새진보통합연대, 국민참여당 등 3개의 정파의 결집체다. 통합진보당의 한 갈래 뿌리인 민주노동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지역구 2석과 비례대표 8석 등 총 10석의 의석을 얻었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도 당시에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원내에 진입해 있었다.

2004년 총선에서 민노당이 거둔 성적과 비교하면, 통합진보당은 이후 8년 동안 3석의 진보를 이룬 셈이다. 다만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 효과로 전체 34곳에서 단일 후보를 낸 것까지 생각하면 그리 높은 성과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2004년 총선에서는 야권단일화 없이 민노당 단독으로 이룬 성과였기 때문.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지지율이라는 측면에서는 13%를 얻은 2004년 17대 총선보다도 못한 수준"이라며 "게다가 과거의 13%가 순수한 진보정당 지지였다면 이번 선거는 유시민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합을 통해 얻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서출판 '후마니타스'의 박상훈 대표 역시 "결과가 나쁘지는 않지만 크게 성과가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애매하다"면서 "민노당 때보다 의석은 늘었지만 유시민 등이 들어온 것을 감안하면 있는 힘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통합진보당 대표단이 11일 오후 당사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자당 후보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 ⓒ뉴시스

20석 달성 실패 원인은? 내·외부 요인 복합 작용

목표였던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물론 진보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보수 및 수구세력의 결사적 저항도 분명한 이유 중 하나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선거기간 내내 노골적으로 색깔론을 부추기는 행태를 보였다. 서울 관악을 지역구의 여론조사 조작 사건이 빌미가 된, '경기동부 사태'라고 명명해야 마땅할 파문이 대표적이다.

보수세력은 정계와 언론계를 넘나들며 '경기동부'를 악마화하는데 성공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에 '경기동부'가 자동완성 검색어로 등록될 정도였다. 구 민노당계의 한 정파는 삽시간에 조선노동당의 지령을 받아 대한민국을 김정은에게 봉헌하려 하는 종북세력의 대명사가 됐다.

다만 보수파의 공격이 아무리 거셌다 해도 이런 공세만으로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이정희 공동대표 등은 보수파의 공세에 대해 '경기동부 같은 것은 없다'는 태도로만 일관했다. 어느 정당이나 내부에 정파 내지 의견그룹의 존재가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식에 반하는 설명을 납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지 의문이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 진보세력 내의 비판이든 <조선일보>의 적대적 비난이든 쓴 약과 독약을 구분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만 받아들인 편협함이 일부 진보성향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줬으리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총선후보에 대한 내부검증이 부실했던 등 통합진보당이 겪어야 했던 '성장통'도 만만치 않았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에 부적절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비례대표 정진후 후보, 언론사 대표 시절 계열사 기자를 성추행했다는 전력 때문에 결국 후보직을 사퇴한 윤원석 전 후보, 기초의회 의원직을 내던지고 여의도행에 나선 손석형·이은주 후보 등을 스스로 걸러낼 시스템은 부재했다. (☞관련기사 보기) 그나마 손·이 두 후보는 당선되지도 못했다.

진보정치 1번지 울산·창원에서 뼈아픈 참패

두 후보의 낙선이 미친 영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통합진보당은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해 '진보정치 1번지'로 불렸던 울산과 창원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손 후보의 창원성산, 이 후보의 울산동구 뿐 아니다. 통합진보당의 김진석(울산 남을), 김창현(울산 북구), 이선호(울산 울주), 문성현(창원의창) 후보들은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울산과 창원은 2004년 권영길(당시 창원을), 조승수(울산 북구) 의원을 배출한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진보정당 의원을 배출하지 못하게 됐다.

이는 단순히 의석 한두 개를 넘어서는 상실의 의미를 갖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자 정당'이라는 정체성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울산과 창원에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통합진보당이 노동자를 대표하는 정당이라는 위상이 부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위영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결과로 보면 노동자, 전통적 지지기반인 노동자들의 투표를 결집하지 못한데서 부족한 측면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부족함을 자인했다. 우 대변인은 "긴장감이 이완된 측면이 없는 건지 평가를 섬세히 해야 할 것"이라며 "전통적 지지층 더 단단히 끌어안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수도권에서 최초로 진보정당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한 성과는 눈여겨볼 만하다. 우위영 대변인은 "수도권 돌파한 것은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가는데서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의미를 평가했다.

'필승카드' 야권연대 효과도 기대 못미쳐

승부의 최대 카드였던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도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지난달 10일 야권연대 타결 직후부터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지역 중에는 사실상 당선이 어려운 지역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런 우려가 현실화됐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지역 16곳 중,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박정 후보로 단일화한 경기 파주을을 제외한 15곳에서 통합진보당 당선자가 나온 지역은 경기 성남중원과 광주 서구을 2곳에 불과하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노회찬, 심상정 등 후보의 지역은 민주당 무공천 지역이 아니라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을 뚫고 올라온 지역이다. 민주당은 협상 과정에서 경선 지역을 늘리는 데 강한 거부감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연대를 향한 민주당의 의지도 겉보기만큼 강하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단일화 예외 지역이었던 호남에서도 민주당과 일전을 겨뤄 2명의 당선자를 내는 저력을 과시하면서 앞으로의 정치연대에서는 좀더 큰 영향력을 획득한 것은 적지 않은 성과로 평가된다. 우위영 대변인은 "호남 민심이 대안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좋은 신호가 아니겠나"라고 자평했다.

남은 숙제는?

이처럼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통합진보당이 거둔 성취도 적지 않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에 남겨진 과제는 성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진보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의회 내에서 진보세력이 확보한 공간을 지키면서 앞으로 이를 더 넓혀 가기 위해서라도 19대 국회에서의 의정활동과 대선 등 주요 정치과정에서의 역할이 요구된다는 주문이다.

박상훈 대표는 "전체적으로 보면 양당제가 심화되는걸 보여준 선거"라며 "진보가 제3당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은 중요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향후 방향에 대해 "제3정당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대선 과정에서도 전략적 야권 단일화를 하더라도 독립적 역할을 늘여 가는 것이 숙제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박 대표는 "통합진보당도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공천과정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공천관리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정희 대표가 사퇴하면서 본인들은 '희생'이라고 하지만 (관악을 사태) 그 자체가 통합진보당에 정당투표를 많이 못 주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고 본다"면서 "리더십 등 당의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련일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손호철 교수는 "지금까지 최고였던 10석보다 조금 더 갔다는 데서 위안을 찾을 지점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질적인 내용"이라며 훨씬 엄격한 평가를 내놨다. 손 교수는 통합진보당의 TV광고 '웃음' 편을 예로 들면서 "이정희 대표가 여고생 분장을 하고, 노회찬 대변인이 엘비스 프레슬리 분장을 하는 등 기업들이나 하는 가장 부르주아적이고 코믹한 이미지 광고"라고 혹평하며 "가장 탈진보적인 선전을 했음에도 표를 못 얻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진보를 버리고 우경화했다면 표라도 얻거나 그게 아니면 이념이라도 지켰어야 하는데 대중을 진보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 야합하는 정치행태를 보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에 남겨진 숙제에 대해 "당 노선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진보정당이 어떻게 새롭게 탈바꿈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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