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이 11일 평양에서 제4차 당대표자회를 열어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당 제1비서로 추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김정은이 당 총비서에 오를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은 발표다.
대신 당대표자회는 작년 12월 17일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했다.
총비서는 사회주의 국가를 영도하는 노동당(공산당)의 최고 직책이다. 북한이 김정일을 상징적인 의미의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한 것은 유훈통치를 계속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앙통신>은 대표자회가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조선로동당의 강령적 지침으로 삼았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제1비서라는 직책으로 사실상의 총비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김정일의 경우 1994년 김일성 총비서가 사망한 후 삼년상을 치르고 나서 1997년 10월 당 총비서에 올랐다.
북한 전문가인 정창현 <민족21> 대표는 "아직까지는 김정은이 총비서직에 오를 시점이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며 "실질적으로는 당과 정, 군의 최고 직책에 오르지만 당규나 헌법상 최고 직책인 당 총비서와 국방위원장은 사양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규에 따르면 총비서가 당중앙군사위원장을 겸직하도록 되어 있어 총비서가 아닌 제1비서가 된 김정은이 당중앙군사위원장을 맡을 지도 관심거리"라고 덧붙였다.
<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를 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한 것은 전체 당원과 인민군 장병, 인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의 표시"라며 "(대표자회는)김정일 동지를 노동당 총비서로 영원히 높이 모시며 김정일 동지의 혁명생애와 불멸의 업적을 길이 빛내어나갈 것을 결정했음을 내외에 엄숙히 선언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도 이날 오후 6시 '중대방송'을 통해 이 내용을 보도했다.
북한에서 당대표자회가 열린 것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2010년 9월 28일 제3차 당대표자회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이날 당대표자회에서는 당규약 개정, 조직 개편 문제도 처리했다. 그러나 <중앙통신>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은 당대표자회를 마치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참배에는 그의 고모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총리, 최룡해 인민군 차수,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등 당과 군대의 고위간부들이 동행했다.
당대표자회에서 뜻밖의 결정이 나옴에 따라 오는 13일 최고인민위원회의 결정도 주목된다.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내각과 국방위원회 등 국가 기관에 대한 개편이 예상되는데, 김정은이 국방위원장을 승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컨대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두면서 김정일 시대에 최고 권력을 행사했던 국방위원회가 상징적인 기구로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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