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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올림픽 치안 명분 '빅브라더법안' 날치기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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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올림픽 치안 명분 '빅브라더법안' 날치기 추진

[분석] "영장없이 모든 개인 정보기록 실시간 감시"

영국 정부가 올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60주년(6월)과 런던올림픽(7월) 등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대규모 행사가 잇따르는 것을 기회로 충격적인 인권침해 법안을 밀어부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명 '빅브라더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은 오늘 5월 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연설을 통해서도 언급될 예정이고, 곧바로 의회에 제출될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빅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가상의 통제사회다. 영국은 이미 현존하는 선진국 중 '빅브라더'를 가장 닮은 사회로 악명이 높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400만 대가 넘는 CCTV가 설치돼 국민 14명 중 한 명꼴로 CCTV가 설치된 것이 단적인 사례로 곱힌다.

그런데 지금 영국의 집권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앞장서서 휴대폰이나 스카이프 같은 인터넷 전화는 물론, 문자메시지, 인터넷을 통한 이메일이나 각종 소셜네트워크 메시지 등 개인이 하는 모든 디지털 통신 기록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것을, 그것도 영장도 없이 합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가 런던 올림픽 등 국제적인 행사가 집중된 2012년을 개인의 모든 디지털 통신을 영장 없이 실시간 감시할 수 있는 일명 '빅브라더 법안'을 밀어부치는 호기로 삼고 있다. ⓒAP=연합
"테러와 범죄 예방 하려면, 영장없는 실시간 감시 감수하라"

이런 법안을 추진하는 명분은 범죄행위·테러·군사공격 등 중범죄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미 정보기관이 통신사 등을 통해 영장을 제시해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데이터들을 영장도 없이 정부가 직접 제공받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활동을 하는 주무부처는 영국의 3대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이며, 법안 실무작업은 내부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당연히 이 법안에 대해 각계 각층에서 반발이 거세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집권 보수당, 그리고 연정을 이루고 있는 자유민주당 의원들 다수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내무부 장관을 지낸 보수당 데이비드 데이브스 의원은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테러나 범죄 용의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영장도 없이 개인의 정보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제대로 된 문명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지금 캐머론 총리가 추진하는 게 이런 법안"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런 반발에 대해 내무부는 "내용을 보려면 영장이 있어야 한다"면서 "접속 기록 같은 것만 보려는 것"이라고 인권 침해 논란을 누그러뜨리려고 나섰다. 개인이 온라인에 접속한 시기·장소·이용시간·수신자·특정 웹사이트 접속 빈도 등의 데이터만 축적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개인 정보 유출되고, 경찰이 언론에 팔아먹고 있다"

하지만 자유민주당의 말콤 브루스 의원은 "개인의 정보가 빈번히 유출된 과거의 사례에서 보듯, 온갖 형태로 남용될 것이 매우 우려된다"면서 "경찰이 언론에 정보를 팔아 넘겨온 사태를 지금도 겪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루퍼드 머독이 소유한 영국 매체와 경찰이 유착해 정보를 주고 받은 사건을 가리킨다. 편집자)

브루스 의원은 "수많은 정보가 불필요하게 수집되고 넘겨지게 된다면 우리는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 "영국이 수집한 정보, 미국과 긴밀히 공유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영국의 정보통신본부(GCHQ)는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와 밀접한 협력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GCHQ는 비밀 정보기관인 국내 담당 MI 5와 해외 담당 MI 6와 함께 영국의 3대 정보기관"이라고 지적했다.

즉 영국 정보기관이 광범위한 개인 정보 감시를 한다면, 이런 자료가 미국의 정보기관과 공유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이 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내무부는 "경찰과 정보당국이 심각한 범죄와 테러를 조사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통신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도 "디지털 통신기록을 감시하는 것은 중대범죄나 테러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가 권력으로 개인자료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뜻이 아니라 현대기술을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올해 여름 런던 올림픽 행사 때문에 런던이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내세워 모든 개인의 디지털 통신 기록을 감시할 권한이 시급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테러와 범죄 예방이라는 안전보장을 내세워 개인정보를 영장도 없이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자료를 축적한다면, 국가권력을 어떻게 믿고 개인의 인권도 알아서 지켜지길 바랄 수 있는지 중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빅브라더 감시단'이라는 개인정보 보호단체의 사무총장 닉 피클스는 "정부가 아무리 겁을 주어도 유례없는 인권침해 법안을 정당화시킬 근거는 없다"면서 "시민의 자유를 존중하겠다던 공약은 어디로 갔느냐"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수백 만대의 CCTV는 영국이 서방세계에서 가장 면밀한 감시체제를 갖고 있는 국가라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이번 법안은 영국 정부가 시민들을 갓난애처럼 취급하는 '유모 국가'로 만들려는 것이라는 비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영국의 '빅브라더 법안' 논란은 인터넷의 발명과 보급이 나중에 빅브라더 사회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수단이라는 음모론을 떠올리며 섬뜩해 하고 있다.

노동당도 집권 시절 '빅브라더 법안' 추진

영국에서 일어나는 논란은 개인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통해서만 거대 권력이 유지될 수 있는 암울한 미래사회를 그린 소설 <1984>가 점점 현실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현재의 야당인 노동당도 집권당 시절에 비슷한 법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지난 2006년 집권 노동당도 개인의 모든 통화내역과 전자우편 교류기록, 인터넷 접속기록을 정부 자료로 축적하는 '빅브라더 법안'을 추진했으나 당시 야당인 보수당과 시민단체가 격렬히 반발해 2009년에 끝내 무산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2010년 5월 보수당으로 정권이 바뀐 뒤 더욱 강력한 '빅브라더스 법안'이 추진되는 것을 보면, 국가의 속성 자체가 통제할 수단이 있으면, 그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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