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고(故) 백종규 씨의 딸 영옥 씨의 가족을 비롯해 탈북자 5명이 지난 1일 비밀리에 입국했다. 영옥 씨 가족 3명은 2009년 5월 베이징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들어간 후 2년 10개월여 동안 발이 묶여 있다가 가까스로 한국땅을 밟게 됐다. 중국은 이들을 제3국으로 추방하는 형식으로 한국행을 허용했다.
이들은 현재 탈북 경위 등에 대한 합동 신문을 받고 있다. 이 절차는 최장 6개월 걸리지만, 통상 1개월 정도로 마무리된다. 백영옥 씨는 아들 이강민 군과 딸 이일심 양과 같이 입국했다. 언니(백종규 씨의 장녀)는 지난 2004년 4월 아버지 백 씨의 유해를 안고 한국에 들어온 바 있다.
중국으로 나온 북한 사람들이 중국 내 해외 공관에 진입한 후 한국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줄었다. 그보다 더 쉽게 들어올 수 있는 루트가 많아졌다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한중관계가 악화되어 공관 진입 탈북자들의 한국행에 중국이 쉽게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군포로의 자녀들이 영사관에 장기 억류되는데 대해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월과 3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직접 중국의 협조를 요청한 것은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백 씨 가족의 한국행이 겨우 성사되긴 했지만,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실제 '성적표'에서는 과거 정부만 못하다는 사실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는다.
국방부가 매년 발간하는 국방백서와 통일부의 설명에 따르면, 국군포로 당사자가 제3국을 통해 국내로 귀환하는 경우는 노무현 정부 4년간(2003~2006년) 37명이었지만, 이명박 정부 4년간(2008~2011년)은 10명에 불과했다. 국군포로 가족들의 경우 노무현 정부 초기 3년간 62명, 이명박 정부 3년간 48명이 국내로 들어왔다.
이번 사례가 지금도 중국 내 공관에 있는 다른 탈북자들의 추가 한국행에 물꼬를 튼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백 씨의 입국을 국내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오히려 중국의 운신 폭이 좁아졌을 수도 있다. 중국이 북한을 '달래기' 위해 중국 내에서 붙잡힌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보낸다거나 탈북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 정부가 유엔 외교무대에서 중국의 탈북자 송환 문제를 거론하고 국내에서는 송환 반대 시위가 크게 일어나면서 한중관계에 적잖은 내상을 입힌 것도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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