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차별금지법안 발의를 취소한 국회의원들에게는 "보수 기독교 세력의 표를 값싸게 얻어보려는 얄팍한 계산으로, 인권과 헌법 가치 구현이란 국회의원 본연의 책임을 방기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성명은 26일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학회(이하 인권법학회) 명의로 발표됐다.
인권법학회는 "차별금지법은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구상되고 도입돼 온 법"이라며 "유엔 인권이사회, 유엔 경제문화사회적 권리위원회 등에서 채택을 권고 및 촉구했음에도 아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 사유를 열거하고는 있으나, 이 법은 선언적 성격이 강해 실효성 있는 구제·제재를 행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차별 행위에 대해 실행할 수 있는 제재·구제 조치와 차별 입증 책임을 지는 주체를 실효성 있게 규율하는 차별금지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법학회는 보수 기독교계의 맹목적인 동성애 혐오도 비판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은 헌법 제11조에 명시된 평등권을 구체화한 내용으로서 법질서에 전혀 반하지 않는다"며 "일선 교회에서 동성애 반대 설교를 하고자 하는 목회자들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맹목적 동성애 혐오를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 반대를 말하는 목회자들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거라는 보수 교계의 설명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에는 손해 배상 등의 일반적 구제 조치와 사용자와 교육기관의 장에게만 부과되는 형사 처벌 조치만을 두고 있다"며 "차별금지법안을 진지하게 읽어나 보고 반대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법안 발의를 취소한 국회의원들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당초 민주통합당 김한길·최원식 의원과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3개의 안이 있었으나, 최근 김한길·최원식 의원은 '기독교계의 항의가 격렬하다'며 법안 철회 의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현재는 김재연 의원이 발의한 안만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에 대해 인권법학회는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는 국민의 기본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필요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라며 "차별받는 소수자들을 진정으로 생각했다면 이렇게 쉽게 발의를 철회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법안 발의를 취소한 의원들은 보수 기독교 세력의 표를 값싸게 얻어보려는 얄팍한 의도로 인권을 내팽개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도 질타했다.
오현정 인권법학회 회장은 "앞으로 다른 대학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과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의견을 모아갈 것"이라며 "맹목적 혐오감에 근거해 헌법 가치를 따르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계는 입법 방해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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