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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돼지' 김용민, '나꼼수 정치세력화' 이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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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돼지' 김용민, '나꼼수 정치세력화' 이룰까?

[4.11 총선현장⑧] 서울 노원갑, 새누리 이노근 vs 민주 김용민

서울 노원갑은 4.11 총선에서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선거구 중 하나다. 인터넷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다.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출연자 겸 기획자인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가 이 지역구 민주통합당 후보로 전략공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을 강타한 <나꼼수> 열풍을 반영한 공천이었다. 한편에서는 역시 <나꼼수> 멤버인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관심은 <나꼼수>가 모바일·인터넷을 넘어 현실정치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다. 우선 여론조사 결과는 긍정적이다. 김용민 후보는 지난 25일 <한겨레>-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에서 32.0%를 얻어 22.9%에 그친 새누리당 이노근 후보에 비해 오차범위(4.4%포인트, 95% 신뢰수준에서)를 넘어 앞서 나갔다.

여론조사를 뜯어보면 '나꼼수 효과'와 '야권연대 효과'의 파괴력을 감지할 수 있다. 20~40대 응답자 구간에서 김 후보는 격차를 15.2%포인트로 더 크게 벌렸다. 다만 40.9%에 달하는 무응답층의 존재는 변수다. 김 후보 선거본부 관계자는 "여론조사를 잘 보고 있다. 더 열심히 할 계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고무된 듯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결과를 과신하지는 않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용민 선거사무소에 앉은 50대 여성도 "누군지 몰랐다"

▲지지자들이 김용민 후보 사무실에 보내온 화분. ⓒ프레시안(곽재훈)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나꼼수 효과'는 실제로 표로 이어질까? 27일 낮 김용민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생각 외로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유달리 눈에 띄는 것은 지지자들이 보내온 화분이었다. 서투른 손글씨로 "시사돼지 김용민 압승을 기원합니다. 노원구민 이○○, 김○○, 이○○"라고 쓰인 리본이 묶여 있었다. 선본 관계자는 "이런 선물이나 후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시사돼지'는 김 후보가 <나꼼수>에서 얻은 별명이다.

김 후보의 숙제는 <나꼼수>의 영향력을 기대하기 힘든 40대 이상 연령층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의 선거사무소에 앉아 있던 50대 여성 3명조차 김 후보에 대해 "나도 몰랐다"고 했다. 반면 이들은 새누리당 이노근 후보에 대해서는 "구청장 했던 사람"이라며 지지 여부를 떠나 이름은 들어 봤다고 답했다. 석계역 인근 시장에서 만난 60~70대 여성들 5명도 하나같이 '이노근은 알지만 김용민은 모른다'고 했다.

이날 김 후보는 지역구 내 시민아파트 상가 등을 돌며 영세상인들에게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젊은층이 학교나 회사에 가 있을 시간이라 그런지 김 후보를 알아보는 이들은 드물었다. 장애인단체 사무실을 찾은 김 후보는 "출마 전까지 <KBS> 제3라디오에서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며 <나꼼수>가 아닌 다른 이력을 댔다. 김 후보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운동시설이 부족하다는 고충을 듣고 "수준있는 복지 그림을 현실화시키는 노력, 민주당이 많이 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아파트 상가에서 김 후보가 방문한 가게 30여 곳 중 김 후보를 알아본 '사장님'은 2~3명 정도였다. 그를 알아본 이라고 해서 적극 지지하는 것도 아니었다. "아유, 나꼼수 씨 왔네"라며 그를 적극 반겨준 60대 떡집 주인 아주머니도 있었던 반면, 한 40대 약사는 "정봉주 의원 대신이라…. 정책이나 이런 부분은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특히 전략공천이라 지역 인지도가 영 아니다"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거리로 나섰다. 김 후보가 다가가 인사를 청하자 주민들은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다, 사고가 많이 난다 등등 애로사항을 호소했다. 김 후보는 성실히 듣는 편이었다. 다만 그와 인사를 마친 주민들을 기자가 따라가 '누군지 아시냐'고 물었을 때 안다는 이는 드물었다. 심지어 한 50대 남성은 "<나꼼수>는 들어봤지만 김용민은 모른다"고 했다.

한 40대 여성은 김 후보가 인사를 건네자 "어쩐지 많이 본 분이다 했다"며 매우 반가워했지만, 기자에게는 "아직 누구를 찍을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여성은 "그런데 새누리당 후보가 누구에요?"라고 묻더니 "이노근 후보도 좋아하는데, 어쩌지"라며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노원구청장 출신 이노근 후보가 구축해 놓은 인지도는 비교적 탄탄해 보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인듯 김 후보는 상가에서든 거리에서든 만나는 사람마다 적극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뒤를 따른 기자의 질문에는 단답형의 짤막한 답만 돌아왔다. 김 후보 측 선본원은 김 후보가 매일 새벽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면서 노원에는 젊은 주민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는 만큼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당선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역 장애인단체 사무실을 찾은 김용민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이노근 "여론조사 조작" 의혹 제기…'<나꼼수> 욕설방송' 쟁점화할 듯

반면 새누리당 이노근 후보 측도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같은날 거리로 나선 이노근 후보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 한 60대 여성은 "꼭 당선되세요"라고 먼저 말을 걸었다. "구청장 할 때 잘했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이노근 후보 본인도 "지역에서는 김용민을 전혀 모른다"며 자신만만한 태도였다. <나꼼수> 효과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나꼼수>를 알긴 하지만,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아주 부정적인 이미지"라며 개의치 않는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자신이 10%포인트 가까이 뒤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소도 웃고 개도 짖을 여론조사"라며 "김용민이 온지 이틀만인데 말이 안 된다. 조작이 아니면 의도성 있게 질문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역 생각 물어보시면 안다"거나 "나도 트위터 하고 팔로워 많다"고도 했다.

이 후보의 자신감은 주로 서울시 공무원 및 노원구청장 경력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는 김 후보의 강점으로 "대중성이 있다"는 점을 꼽으면서도 "아무리 대중성이 있다 해도, 지역에서의 대중성은 없다. 투표는 지역민들이 하는 거지, 제주나 광주 사람들이 와서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후보의 경력은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기도 한 듯 보였다. 이 후보는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내가 서울시 국장·과장 할 때, 인사동·대학로·한옥마을을 만든 사람이고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전을 최초로 기획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청계광장을 만든 사람, 동숭동·청운동의 시민아파트를 싹 밀어버린 사람"이라고 했다. 특히 시민아파트 철거에 대해서는 "대집행을 통해 싸그리 철거했다"고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본인은 이를 강점으로 생각하지만 살던 집이나 가게가 '싸그리 철거'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어떨까. 실제로 이 후보는 시장을 돌던 중 한 화장품 가게에 들어갔다가 냉대에 가까운 반응을 접하고 나와야 했다. 가게 주인인 50대 내외에게 까닭을 묻자 "전에 석계역 쪽에서 화장품 가게를 했었는데, 이 후보가 구청장 할 때 가게를 없애버렸다. 다 밀어버리고 공원 만들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들 내외는 "(철거대책위) 회장은 구속되고, 15년 동안 해온 가게 보증금은 다 빚이 됐다"면서 "당시에는 구청장 만나게 해달라고 그렇게 해도 만나주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은 "(당선)되고 나면 또 나타나지도 않을 것 아니냐"면서 "이노근 안 찍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 후보 측에서는 <나꼼수>에서 김용민 후보가 했던 욕설과 비속어 등을 쟁점화할 가능성도 엿보였다. 이 후보 측의 한 선본원은 <나꼼수> 중 김 후보의 욕설 및 비속어 부분만 편집해 놓은 음성파일을 기자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이 후보 본인도 기자에게 "사회비판도 좋고 풍자도 좋지만 규범적 수준이 있는데 (나꼼수는) 궤도를 이탈했다"면서 "내가 구청장 할 때 교육특구로 지정된 교육도시인데 주민들이 <나꼼수>에 대해 무슨 전염병균처럼 적대심을 많이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후보는 "김 후보가 '꼼수'를 부려도 반격할 자료를 갖고 있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나꼼수>에 대해 상당히 분석한 듯 "김용민 후보가 팟캐스트 영역을 개척한 건 훌륭하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 정치는 안 한다고 하지 않았나. 사실이라면 약속위반 아닌가"라며 "이쪽(정치)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 후보는 기자에게 "김용민, 정책토론 하자. <프레시안>에서 김용민 후보랑 둘이 불러서 토론 시켜달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그렇다면 김 후보에게 정책토론회를 공식 제안한 적이 있는지'를 묻자 "안 했다. '꼼수'에 말릴까 봐. 하지만 하자고 하면 피할 일은 없다"고 답했다.

▲이노근 후보가 거리에서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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