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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서울서도 '마이크 실수'…야당은 공세, 러시아는 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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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서울서도 '마이크 실수'…야당은 공세, 러시아는 훈계

마이크 켜진 줄 모르고 "대선 끝나면 유연해질 것"

마이크가 꺼졌다고 착각한 상태에서 흘러나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발언이 미 공화당과 러시아 사이의 설전으로 번지는 일이 벌어졌다. 26~27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련된 미·러 정상회담이 진원지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정상회담이 끝나고 공동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얘기를 나눴다. 유럽 내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등 양국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사안과 관련해 "이번이 나의 마지막 선거이다. 선거가 끝나면 나로서는 좀 더 유연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오바마는 이어 "(블라디미드 푸틴 차기 대통령이) 나에게 좀 더 여유를 줘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자 메드베데프는 "이해한다. 푸틴에게 전하겠다"고 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에 있는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솔직한 얘기를 꺼냈다. 그러나 그의 판단은 안이했다. 당시 마이크는 켜져 있었고 두 사람의 대화는 그대로 중계됐다. 기자들은 즉시 오바마가 러시아에 양보를 시사했다는 기사를 타전했다. 미국은 이란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유럽을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동유럽에 MD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그 MD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며, 만약 대(對)러시아용이 아니라면 미국이 서면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오바마의 이 속삭임이 보도되자 공화당은 즉각 반발했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 이 당의 대선 후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MD와 관련해 러시아에 양보할 용의가 있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일제히 공격했다. 롬니는 오바마가 외국 정상에게 속마음을 보여준데 대해 "놀랍고 어리석은 일"이라며 "미국인들은 오바마가 재선 후 어떤 분야에서 유연성을 가질 것인지 알 권리가 있다"고 공세를 취했다.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오바마가 돌아오면 그 '유연함'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길 기다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날인 27일 "내가 이 문제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방부 및 의회와 논의하는 것이고,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지지를 받을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과도한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백악관은 러시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럽에 MD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다만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장애물을 치우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러시아 "미국 대선 후보들 시계 좀 보고 살아라"

그러나 롬니는 한 번 물은 먹잇감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많이 나가버리는 바람에 러시아의 조롱과 훈계를 들어야 했다.

롬니는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공적 1호'라고 규정하는 무리수를 뒀다. 롬니는 오바마의 발언에 대해 논평하면서 "현재 이란이나 북한이 아닌 러시아가 미국의 지정학적 적"이라면서 "러시아는 항상 세계에서 가장 나쁜 국가들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의심할 여지없이 지정학적으로 미국의 공적 1호"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다시 묻자 "이 나라(러시아)는 가장 나쁜 세계의 도박사들과 같은 편에 서 있으며 당연히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에 백악관의 제이 카니 대변인은 "러시아가 미국의 적이라는 주장은 최근 몇년 동안 있었던 양국 관계의 성과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조심스럽지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도 가만있지 않았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모든 미국 대선 후보들에게, 자신의 견해를 구성할 때 논리적 근거들을 대고 머리를 이용할 것과 시계를 쳐다볼 것 등 최소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며 "지금은 1970년대가 아닌 2012년"이라고 꼬집었다.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같은 발언은 미국의 대선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정치 투쟁의 필요성이라는 구체적 상황 때문에 나온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이 선언한 (러시아와의) 협력관계 추구의 진정성을 말이 아닌 구체적 일로 판단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실수로 시작된 미국 내 정치 공방이 러시아의 훈계와 조롱을 자초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외교를 하는 사람들은 '국내정치보다 국익이 먼저다'(Politics stops at the water's edge)라는 말을 즐겨 하지만, 미국의 대선 정치가 지구 반대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와 충돌했다"며 핵안보정상회의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웠다고 논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11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도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마이크가 커진 줄 모르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뒷담화'를 하다가 그대로 중계돼 난처해진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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