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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경제대통령? 세계은행 총재 지명자 김용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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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경제대통령? 세계은행 총재 지명자 김용의 명암

[분석] "국적 아닌 실력에 의한 선출 압력 지속될 것"

미국이 독식해 온 세계은행 총재 후임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 1.5세대 한국인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을 지명하자, 대체로 '절묘한 선택'이라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의 관영 <신화> 통신도 "고무적인 선택"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하지만 "한국인으로서는 물론, 아시아인으로서도 최초라고 해봤자, 미국 시민권자가 또 지명된 것은 마찬가지"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신화> 통신도 "설립된 지 60년이 넘도록 미국 시민권자가 독식해온 세계 빈곤 척결 기구를 또다른 미국 시민권자가 이끌게 된 것은 여전히 많은 나라에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4월 말 총재를 공식 선출하는 세계은행 이사회에 2명의 후보가 김용 총장과 경선을 벌일 전망이다. 아프리카에서 전적으로 밀고 있는 나이지리아의 재무장관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그리고 콜럼비아의 재무장관을 역임한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다.

▲ 23일(현지시각)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자신을 세계은행 총재에 지명한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서있다. ⓒAP=연합
"세계은행 사상 최초의 경선 이뤄진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세계은행 총재 선출은 경선이 이뤄지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선이 이뤄진다고 해도 김용 총장이 총재에 최종 선출될 것은 거의 확실시된다. 총재 선출을 위한 구조적인 체계나 관행이 미국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총재 선출은 회원국의 지분 85%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 미국이 15%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사실상 거부권'을 갖고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들의 지분은 모두 합해도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최소한 미국이 거부하는 후보는 선출될 수 없는 구조이고, 지금까지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 출신이 차지하는 대신, 유럽은 미국이 지명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힘의 합의'에 의해 세계은행 총재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또한 세계은행 총재는 전문분야나 인종에서도 월스트리트의 금융인이나 미 행정부의 고위관료 출신의 백인 일색이었다.

하지만 세계은행 총재 선출에 경선이 이뤄지는 등 괄목한 만한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이번에 비록 미국 시민권자라도 아시아인, 그것도 보건의료 전문가가 총재로 지명된 것 자체가 이런 관행을 깬 것만큼은 개발도상국들도 신선하게 보고 있다.

"개도국 이사진, 자체 후보 논의도 처음"

이런 변화에는 개발도상국들의 압박이 그만큼 거세졌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주 초 개발도상국들을 대표하는 세계은행 이사진들이 모여 개도국 출신으로 어떤 후보를 내세워 지지할 것인지 논의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경우도 처음"이라면서 "지금까지는 이기지 못할 일로 미국에게 도전하는 것을 꺼렸다"고 지적했다. 굳이 경선을 강행하는 것도 이런 압박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은행 사무총장 로제리오 스투다르트는 "역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면서 "미국과 유럽에 대항해 후보 지명을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보다 공정한 선택 과정을 요구하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보좌관을 지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지리경제학자 산자야 바루는 "세계은행 총재 자리를 신흥국이 가져갈 수 있으려면 현재의 지분구조가 지난 세기의 글로벌 소득 분포가 아니라, 현재의 소득 분포를 반영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형식적이라도 아시아계 미국인을 지명한 것은 세계적인 균형의 변화를 인정한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반응은 좀 더 비판적이다. 20개국 4억 명의 아프리카 지역기구인 코메사(Comesa. 동남아프리카 공동시장)의 사무총장 신디소 응웬야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김용 박사를 한국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우려는 것이지만, 김 박사는 미국인"이라면서 "세계은행 총재 자리는 개발도상국에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득권에 얽매어 있는 브레턴우즈 체제는 근본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행에서 벗어난, 이단적이라고 여겨질 만한 인물이 지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적이 아닌 실력에 의한 선출로 바뀌게 될 것"

김용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의 임무에 적합하느냐는 자격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모이세스 나임은 "김 박사를 지명한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경제, 농업, 농촌 개발에서부터 금융 등 광범위한 개발 문제를 다뤄야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상당한 과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임은 "김 박사는 의료 분야에서는 업적이 있지만, 보다 넓은 개발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박사는 의심할 나위 없이 훌륭한 분이지만, 그가 세계은행 총재에 지명된 것은 JP모건이나 애플이 월스트리트나 실리콘밸리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인물을 최고경영자로 영입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여러 논란은 있지만, 개발도상국들이 식민주의 시대의 시대착오적인 관행으로 여기는 체제의 붕괴가 시작됐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면서 페드로 말란 전 브라질 재무장관의 발언을 소개했다.

말란 전 재무장관은 "보다 공개적이고, 투명하고, 국적이 아닌 실력에 의한 선출 과정을 요구하는 압력이 지속될 것이며, 결국 그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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