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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성 3호', 위성이라고 해도 미사일이 될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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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성 3호', 위성이라고 해도 미사일이 될 운명

[분석] 북한 위성 발사 예고로 정세 악화 가능성 높아져

북한과 미국의 핵 합의가 실천으로 옮겨지는 와중에 북한이 느닷없이 위성 발사를 예고했다. 북한은 16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해, 내달 12~16일 '지구관측 위성 광명성 3호'를 발사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담화에서 광명성 3호가 실용위성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군사적 목적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장거리 로켓에 통신위성을 얹어서 쏘면 위성이 되고, 탄두를 얹으면 장거리 탄도 미사일이 된다. 결국 같은 기술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와 무관하게 위성 발사에 따른 정치적 파장은 불가피하다.

과거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기본적으로 내부 결속의 수단이었다. 1998년 광명성 1호는 김정일의 국방위원장 등극을 알리는 축포였고, 2009년 광명성 2호는 '김정일의 후계자는 김정은'이란 결정을 기념했다.

하지만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는 대외적인 목적도 있었다. 목적이 설령 없었다 해도 결과적으로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광명성 1호는 미국의 대북 협상 발걸음을 재촉해 북미 미사일 합의,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 조정관의 '페리보고서' 발표, 2000년 북미 공동 코뮈니케로 이어지는 협상 국면을 열었다.

2006년 7월 장거리 미사일 실험발사는 대외적 목적이 주된 목적이었는데, 북한의 해외 계좌를 동결한 미국의 조치와 그로 인한 정세 경색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었다.

2009년 4월 광명성 2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지 2개월 반 만에 쏘아 올려졌다. 북한은 그를 통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이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미국에서는 광명성 2호를 위성으로 볼지 군사적 목적의 미사일로 볼지 논란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광명성 2호 발사 몇 시간 뒤 체코 프라하 연설에서 이를 '미사일'로 규정했다. 이어 북한이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미국은 결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밀어 붙였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일컫는 '전략적 인내'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미국을 회담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북한의 당초 목적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광명성 3호, '협상 제대로 하자' 메시지?

광명성 3호 발사 역시 내부적인 목적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 주석 탄생 100년을 맞아 '강성국가 진입'을 선포하고 김정은 체제의 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외적 파장은 있을 수밖에 없고, 북한도 그걸 알고 있다. 따라서 대외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위성 발사 방향을 보면 공해상을 겨냥하고 있어서 내부결속용인 건 분명하다"면서도 "북미 2.29 합의에서 얻은 건 식량뿐이라는데 불만을 가진 강경파가 위성을 밀어붙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는 "미국으로 하여금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는데 머물지 말고 본격적으로 협상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와 달리 위성 발사는 한국과 미국 내 강경파의 목소리만 커지게 할 뿐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단 중요한 것은 위성 발사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다. 한국은 이날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 안보리 결의 1874호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며 "도발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일본 관방장관도 "인공위성이든 탄도 미사일이든 안보리 결의안 위반 행위"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이 '안보리 결의 위반' 입장을 고수하고 미국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진다면 오바마 행정부의 운신 폭은 좁아진다. 그 바람에 오바마 행정부가 위성을 '장거리 미사일'로 규정하게 되면 2.29 합의는 사실상 깨지게 된다. 2.29 합의에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일시 중단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령 깨지지 않더라도 합의 이행은 지연될 수밖에 없고, 위성 발사 문제는 안보리에 갈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협상 의지. 그러나 오바마 정부가 2.29 합의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명분을 내놓거나 위성 발사 문제의 안보리 회부를 막을 정도의 의지를 가졌는지는 회의적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위성 발사를 빌미로 미국의 대북 접근에 강력한 제동을 건다면 한반도 정세는 다시 냉각될 수밖에 없다. 남측의 총선에서도 여당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미 협상 정세에서 위성 발사라는 재를 뿌리는 북한 강경파의 아둔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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