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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사태 1년, '21세기 보스니아 내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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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사태 1년, '21세기 보스니아 내전' 되나

[진단] 미국과 터키, 수뇌부 비밀 회담, 군사개입 이뤄질까

시리아 사태가 일어난 지 15일로 꼭 1년이 된다. 시리아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에 시리아에서는 사망자만 1만 명에 달하고, 삶의 터전을 잃은 난민들이 무려 20만 명이 넘게 생겨났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같은 상황이 21세기에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개탄하고 있다.

1990년대 유럽의 발칸반도에 있는 보스니아에서 내전이 몇 년이나 계속되는데도 당시 국제사회가 수수방관하는 사이에 사망자만 20만 명이 넘고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다. 이런 참극이 지금 시리아에서 재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아의 피해상황은 인권단체와 유엔의 집계가 차이가 난다. 시리아 정부가 외신기자들까지 살해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철저하게 정보를 통제하고 있어서 현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레바논으로 탈출한 시리아 난민들이 13일(현지시각) 옷가지 등 구호 물품을 받기 위해 모여있다. 레바논 국경 지대에만 1만 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들이 넘어갔다. ⓒ프레시안
난민 대거 국경 탈출, 시리아 정부는 지뢰 매설

유엔의 통계로는 사망자가 8500명이지만, 시리아 인권단체들은 이미 사망자만 1만명이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가 1000명, 여자가 600명 이상이라고 전하고 있다.

난민도 대량 발생했다. 유엔은 집을 잃은 시리아 주민이 약 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아예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은 난민들이 3만명에 달한다.

현재 레바논, 요르단 등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이웃나라에는 죽음을 무릅쓴 피난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거대한 난민촌이 형성돼 있다. 시리아 정부군은 주민들의 탈출을 막으려고 국경 곳곳에 지뢰를 매설했다.

시리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스레브레니차의 학살'이 재연되고 있다. 스레브레니차는 지난 95년 무슬림 주민 8000명 이상이 학살된 보스니아의 한 마을이다. 스레브레니차는 유엔이 보스니아 내전 중에 그나마 '안전지대'로 설정한 피난민 주거지다.

그런데도 세르비아군이 오히려 무슬림이 피신한 이곳을 찾아가 주민들을 학살해 당시 국제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럽에서 벌어진 학살 중 유일하게 특정 종족을 말살하는 의미의 '집단학살(genocide)'로 규정된 참극이기도 하다.

반군 세력 약화, 민병대 학살까지 기승

시리아에 이처럼 집중적으로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제3의 도시 홈스다. 지난달말 외신기자들이 살해된 곳도 바로 이 도시다. 현재 시리아 집권세력은 이슬람의 양대종파 중 알라위파라는 시아파의 과격종파이고, 홈스는 수니파가 집단적으로 모여살고 반정부 성향이 가장 강하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정부군을 동원해 수니파 주민이면 누구나 죽이고 있다.

정부군의 공세에 못이겨 홈스를 방어하던 반군이 퇴각한 지난 1일 이후 더욱 잔인한 학살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47명의 어린이와 여자의 시신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시리아 인권단체는 친정부 민병대의 짓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가 무력 개입을 해서라도 더 이상의 학살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엔 차원에서 안전보장이사회를 열어 실질적인 제재안을 마련하려해도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 외교안보적인 이해관계가 많은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서방권과의 대립전선을 형성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합의가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에 무기를 계속 공급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반면 시리아 반정부세력은 갈수록 고립되고 분열되고 있어서 문제가 더욱 꼬이고 있다. 이때문에 국제사회와 협의할 시리아 반정부세력의 대표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은 13일 지난해 6월부터 반군이 장악했던 터키 국경 부근의 이들리브도 완전 탈환했다. <알자지라>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특사로 아사드 대통령에게 6개항의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고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시리아는 정부군을 동원해 대대적인 공세를 펴며 며칠 만에 이들리브를 장악했다"면서 평화적인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아사드 대통령, '형식적 민주화'로 눈속임 개혁

국제사회가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이 아사드 대통령은 '형식적인 민주화' 절차를 진행하며 사실상 장기집권을 위한 눈속임수를 쓰고 있다. <알자리라>는 14일 "지난달 26일 일당독재를 규정한 헌법을 다당제로 바꾸고 대통령 임기에 제한을 두는 새 헌법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오는 7일 새 헌법이 적용되는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법령에 공식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야권은 아사드가 밀어부치고 있는 정치일정에 반발하고 있다. 이미 아버지에 이어 아들까지 40여 년의 독재를 이어온 아사드 대통령은 새 헌법에 따라 임기가 7년씩 중임만 가능하도록 했지만, 현재의 위기를 수습하고 사실상 장기집권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다만 <알자지라>에 따르면,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CIA 국장이 터키의 에르도한 대통령과 시리아 사태에 대해 비밀회담을 가겼다. 이 자리에는 터키의 정보기관 수뇌부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도 "시리아 국민을 보호하고, 폭력사태를 끝내며, 역내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모든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일각에서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터키 등 아랍권이 공조해 군사적인 개입이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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