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12일 관훈토론회에서 이화영 전 의원을 거론한 질문에 "임종석 의원 같은 분은 당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그런 기준(무죄추정 원칙)에도 불구하고 사퇴했다"면서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해 지적받고 있는 사람의 경우는 자신들의 판단에 의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실명을 밝힌 것은 아니나 사실상 이 전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여러 기준'이라는 표현이 제일저축은행 사건 뿐 아니라 현대차 측에서도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 전 의원을 사실상 지칭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전 의원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임 사무총장처럼 공천장을 반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 반면 한편에서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설까지 흘러나온다.
이 전 의원은 앞서 임 사무총장의 사퇴 이후에도 이는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용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언론에 내비친 바 있다. <프레시안>은 12일 이 전 의원 측의 입장을 들으려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화영 전 의원이 지난달 8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이 전 의원은 이미 공천 과정에서 논란이 된 제일저축은행 비리 연루 혐의 외에도 지난 2006년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됐을 때 정 회장의 '구명 로비'를 대가로 김동진 당시 현대차 부회장에게 1억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한국방정환재단'에 3000만 원을 기부토록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이어 현대차 측에서 당시 열린우리당 실세였던 '386'(30대, 80년대 학번, 6월항쟁 세대) 의원들 8명에게 10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과도 연관됐을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김동진 전 부회장은 검찰 증언에서 "(2006년 9월) 나와 이 전 의원이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정몽구 회장과 386의원 8명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으며, 헤어지면서 참석자들에게 1000만 원과 수십만 원짜리 고급 와인 두 병씩을 건넸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의원 8명은 친노 그룹인 '의정연구센터' 소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부회장의 진술 내용이 사실일 경우 총선을 앞둔 국면에서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8명 중에는 이 전 의원 외에도 민주당 지역구 공천을 받은 2명과 경선 후보 2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의원 등 당시 모임 참석자들은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자리는 공개된 자리였으며 현대 측의 대북 경협사업 확대에 대한 협조 요청이 있었을 뿐 '구명 로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이 모든 혐의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의 기준에 저촉됨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 대표가 '결단을 기대한다'고 사실상 이 전 의원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끝까지 총선 출마를 고집한다면 민주당 전체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당 내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의원 개인의 수사 결과에 따라 전체 총선 판마저 휘둘릴 수 있다는 불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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