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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는 지금 '제2의 후쿠시마 공포' 엄습"

[분석] 도쿄 인근 앞바다 규모 5.0 이상 지진 잇따라

일본 열도가 '제2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한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3.11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일어난 지 꼭 1년이 되는 시점에 후쿠시마와 도쿄 사이에 있는 이바라키현 앞바다에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대지진의 전조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에 이어 바로 3.11 1주년을 불과 열흘을 앞둔 1일에도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바라키현에는 후쿠시마현처럼 원전과 핵연료 가공공장이 있다. 바로 도카이(東海) 제2원전 지대다.

당장 이번 지진으로 원전시설에 이상이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도쿄 중심가에서도 규모 3의 지진이 측정되는 등 지진으로 인해 신칸센과 철도 등이 일시적으로 운행을 중지할 정도여서 지진 공포는 곧바로 수도권까지 확산됐다.
▲ 후쿠시마 사태 1년을 맞아 도쿄에서 불과 80km 떨어진 이바라키현 앞바다 등에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잇따르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아직도 상당한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AP=연합
도쿄까지 흔들리는 인근 앞바다 강진 잇따라

그뿐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밤에도 이바라키현 밑의 지바현 앞바다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도쿄에서도 강한 흔들림이 감지됐으며, NHK 방송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지진 관련 속보를 내보냈다. 이로 인해 일본 정부는 도쿄권에서 있을지 모르는 대규모 지진에 대비, 재해 시 대피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아사히신문> 등은 현지 언론들은 이바라키현에 있는 원전 측에서 이날 정부에 강진일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1일 보도했다. 이바라키현에 있는 도카이(東海) 제2원전 측이 원전 주변에서 활성단층들이 연동해서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활성단층은 쉽게 말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활화산처럼, 단층 중에서도 언제든지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단층을 가리킨다. 도카이 제2원전의 운영사인 일본원자력발전은 보고서에서 "주변에 활성단층 여러 개가 연동해서 움직일 개연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활성단층이 연동될 경우 활성단층의 길이가 두 배(총연장 40㎞)로 늘어나 원전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의 강도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일본대지진처럼 활성단층 연동 가능성"

이에 따라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은 도카이 제2원전과 도카이무라(東海村) 재처리시설 등에 대해 기존에 예상했던 지진보다 훨씬 강한 지진에 대한 대책을 세우도록 지시했다. 이 원전은 현재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후쿠시마 사태를 일으킨 동일본대지진 때도 활성단층이 연동해 움직이면서 피해가 커졌다.

이바리키현과 지바현 앞바다의 지진이 잇따르면서 이른바 '악마의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악마의 연쇄 반응'은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원전에서 사고가 날 경우, 수습을 제대로 못해 인근 원전까지 망가지는 연쇄반응으로 도쿄까지 위험해지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후쿠시마 사태 때 당시 일본 정부가 '악마의 연쇄 반응'에 대한 공포에 휩싸여 이것을 막으려고 총력을 집중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이바라키현은 도쿄도와 후쿠시마현 사이에 있는 지역이다. 도쿄 중심가에서 불과 80㎞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강진에 의한 원전 사고가 날 경우 수도권에도 곧바로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 대응에 대한 전문가 그룹의 검증 보고서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 일본 정부의 대응을 총체적인 실패로 평가했다. 그나마 이 보고서는 당시 간 나오토 총리가 모든 일처리가 엉망이었지만 '악마의 연쇄 반응'이 일어날 것을 우려했고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 직원의 철수 움직임을 철저히 막은 것을 간 나오토의 공으로 돌렸다.

당시 간 총리는 후쿠시마 제1원전이 지진과 쓰나미로 비상냉각장치는 물론, 복구를 위한 전원장치까지 모두 일시에 망가진 것에 경악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간 나오토 총리가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해 도쿄직원의 철수 건의를 거부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악마의 연쇄 반응'까지 우려한 것은 패닉에 빠진 것이며, 수습에 바쁜 현장을 굳이 시찰한 것이 당시 간 나오토 총리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상화된 '악마의 연쇄 반응' 공포

하지만 이제 '악마의 연쇄 반응' 공포는 일본에서 일상적인 것이 되고 있다. 활성단층 위에 세워진 원전들이 도처에 있고, 상당한 규모의 지진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핵무기를 끌어안고 사는 일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원전에 대한 공포가 심해지면서 일본인들 사이에서 경제성장 방식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을 위해 값싼 전기공급이 필요하다는 논리고, 활성단층 위에까지 원전을 지어온 성장방식에서 탈피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이쓰키 히로유키(五木寬之)의 <하산(下山)의 사상>이라는 수필집이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한다. 그동안 성장만 쫓아왔으나 황폐해진 일본의 현실을 반성하는 일종의 '탈성장론'이다.

이미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원자로 54기 중 52기의 가동이 중단됐고, 정기점검을 위해 나머지 2기도 잇따라 가동을 중단되며 4월말이면 '원전 무가동 시대'를 맞게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정기점검이 끝난 원자로라도 해당 지자체나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심해 재가동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당장 4월부터 기업용 전기요금이 17%나 오른다며 아우성이다. 하지만 차기총리로 유력한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경제산업상조차 "원전공포가 있는 상황에서 원전을 가동할 수 있겠느냐"면서 일본의 에너지정책이 '탈원전'의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본의 진정한 위기는 리더십 실종"

하지만 일본이 성장을 위한 원전 가동을 탈피하는 등 새로운 차원의 '건전한 성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 무기력'에 빠졌다는 경고도 적지 않다. 일본을 이끌 리더십이 붕괴됐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1일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했듯,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아직도 15만 여명이 피난생활을 하고, 도쿄 등 일본 수도권인 간토(關東)지방에만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흙과 소각재 등이 14만t이나 쌓여 있는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원전사고와 관련해 관료나 도쿄전력 직원 중 단 한 명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간 나오토 당시 총리조차 재임 1년3개월 만인 지난해 8월 퇴진했으나, 원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은 아니다. 민주당 내 파벌 다툼이 벌어져 비주류 그룹이 야당과 힘을 합쳐 불신임안을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일본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30여 년 만에 무역적자를 내면서 주요 선진국 중 GDP 국가부채 비율(220%)이 가장 높은 데도 버텨온 '내부 자본'도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일본도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국가를 이끌 정치가 실종돼 자칫하면 유럽식 부채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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