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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D램업체 엘피다 파산…'삼성전자의 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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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D램업체 엘피다 파산…'삼성전자의 제물'

[분석] "5년전 퇴출됐어야 할 좀비기업"

'주식회사 일본'의 쇠퇴를 상징하듯 일본의 간판급 대기업들이 잇따라 파산하고 있다. 2년 전 일본항공(JAL)의 파산에 이어 또다시 일본 제조업체 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신청이 이뤄졌다.

27일 세계 3위이자 일본의 최대 D램 반도체업체인 엘피다메모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빚만 우리 돈으로 6조원을 넘는 상태에서 5분기 연속 적자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엘피다는 상반기에만 만기 도래하는 부채가 1조 원이 넘어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전격적으로 파산 신청을 했다. 엘피다는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오는 3월 28일 상장도 폐지될 예정이다.
▲ 27일 사카모토 유키오 사장 등 엘피다 경영진이 파산신청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AP=연합

삼성전자 주도 '치킨게임'에 일본 D램업계의 연합전선 패퇴

현재 D램 세계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45.1%로 압도적 1위이며, 하이닉스반도체(21.6%), 엘피다(12.2%), 마이크론테크놀로지(12.1%)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엘피다의 전격적인 파산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서는 놀라워 하면서도 "삼성전자에 밀리면서부터 예견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000년대 들어 D램 반도체 가격이 수요가 감소하면서 하락하자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른바 '치킨게임'이 벌어졌고, 이 게임을 삼성전자가 주도했는데 결국 엘피다가 탈락하게 됐다는 것이다.

엘피다 자체가 지난 2002년 여러 개로 나뉘어있던 일본의 D램 반도체 업체들이 삼성전자와 대적하기 위해 모두 하나로 뭉친 일종의 '일본 D램 연합군'이다. 삼성전자가 수요 감소에 따라 전체적으로 공급을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공급을 늘려서 경쟁업체를 밀어내는 전략을 쓰자, 일본 전체가 위기감으로 똘똘 뭉치는 방법을 썼다.

하지만 반도체 업체들은 기술 방식 등 차이가 많아 합병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 결국 그리스어로 '희망'이라는 엘피다의 기업 명칭에도 불구하고, 국가신용등급이 '선택적 디폴트' 등급으로 떨어진 그리스처럼 엘피다도 결국 파산을 면치 못했다.

5년전 2조 원 수혈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

엘피다의 몰락이 일본항공과 같은 '좀비 기업'을 양산하는 일본의 정경유착의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1980년대 은행들의 자금이 넘쳐나면서 관치금융에 의해 이런 자금들이 기업들에게 마구 흘러들어갔고, 내부적으로는 이런 현실에 안주하면서 경쟁력을 서서히 잃어갔다.

그런데 기업이 망하려고 하면 정치권에 손을 벌리고, 정치권은 시장의 논리에 따르지 않고, "일본의 상징"이라는 등 정치적 명분을 내세워 이런 기업들을 계속 지원해 왔다.

엘피다의 경우도 이미 지난 2007~08년 2년 간 몇 조 원씩 적자를 내면서 파산 위기에 몰렸으나, 당시 일본 정부는 수천억 원의 공적자금을 긴급 투입하고 채권단도 1조 원이 넘는 융자를 해주었다. 모두 합치면 2조 원 정도를 지원받은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엘피다가 다시 파산 위기를 맞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많았다. 사실 이번에 파산 신청을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한 것도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한 최후의 꼼수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파산신청을 하면 법원은 정밀 심사를 통해 엘피다를 파산시킬지 아니면 회생시킬지를 판단한다.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는 채무가 동결되며, 일본 경제가 가뜩이나 안좋은데 직원 6000여 명이 실업자가 되도록 엘피다를 파산하게 내버려둘 것이냐 압박을 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산신청 이후 회생 절차를 밟게 되더라도 채무가 동결되는 대신 신규 자금 지원도 제한되고, 이에 따라 적기에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회생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또한 현재 일본 정부가 빚더미에 올라 있는 상황이라 더 이상 지원해줄 여력도 없다.

D램 가격 폭락에 '독과점 시장화'

세계적으로 반도체 가격이 폭락한 것도 엘피다가 그대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PC에 주로 쓰이는 D램은 PC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기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특히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자금력이나 기술력에서 앞서는 업체들이 경쟁업체들을 밀어내는 치킨게임을 벌였기 때문에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은 더욱 늘어나면서 가격이 폭락할 수밖에 없다. 현재 D램 제품 중 기준이 되는 반도체 가격은 1년 반 전에 비해 거의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엘피다가 공적자금 투입 이후 반짝 회생 기미를 보였다가 다시 적자의 늪에 빠진 이유도 가격폭락이 결정적이다. 여기에 엔고 현상도 경쟁력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D램 전쟁의 주도권을 완전 장악해 2007년 27.7%였던 D램 시장 점유율을 45%까지 끌어올렸고, 하이닉스도 21.6%로 높였다.

엘피다의 파산신청 이후 변화에 대해 삼성전자는 엘피다의 회생 가능성보다 엘피다의 파산으로 독과점 문제가 불거져 규제나 견제가 강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엘피다는 지난 2009년 당시 5위 업체로 파산하면서 지금은 완전히 사라진 독일의 키몬다의 경로를 밞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도 "D램 업계는 엘피다의 파산으로 몇 개 업체가 전체 공급량을 통제하면서, 사실상 가격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독과점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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