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에 대한 유엔(UN)의 새 보고서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최고사무소(OHCHR)에 제출된 보고서는 바사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포함한 시리아 정부와 군의 고위관계자들이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를 저질렀다고 규정했다.
유엔 인권이사회(UNURC)가 선임한 독립적 조사위원회의 이 보고서는 "군 저격수들과 샤비하 무장집단들이 전략적 요충지를 점거하고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으며 어린아이들과 여성, 여타 비무장 민간인을 조준 사살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국가안보국과 군, 정보기관 등 4개 이상의 정부 부처가 조직적으로 체포와 민간인 학살 행위를 주도했으며 알아사드 대통령이 직접 관련 보고를 받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고문 등 수감자에 대한 가혹한 처우가 행해진 38개 구금 시설의 존재도 명시됐다.
보고서는 "보안 당국은 병원에 입원중인 부상자들에 대한 조직적 체포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고문을 동반한 조사를 벌여 반정부 시위나 무장 행위 참여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일부 시리아 기업인들이 샤비하 무장집단을 지원한 정황도 나타났다.
조사위는 시리아 정부의 거부로 국내로 입국하지는 못했으며 나라밖에서 증거와 증언을 수집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위원회에 참여한 야킨 에르튜르크 위원은 "우리가 열거한 모든 범죄는 일치하는 여러 증언들에 의해 확인된 것이며 조직적인 인권 탄압이 행해졌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는 이같은 조직적 인권유린 행위에 책임이 있는 시리아 고위당국자들의 명단도 담겼다. '반인륜범죄자'로 규정된 이들의 명단은 아직 비공개 상태이지만 알아사드 대통령이 명단의 가장 위에 이름이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혐의가 국제인권재판소에 의해 조사·확정될 때까지 명단은 비공개로 유지된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자유시리아군'(FSA) 등 반정부 무장집단 또한 고문과 살해 행위 등 인권 침해 행위를 저질렀다. 그러나 보고서는 "정부군의 행위와는 규모와 조직 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알리스타 버트 영국 외무부 중동담당 공사는 "자유시리아군에 의해 저질러진 인권침해 행위의 증거들에 대해서도 매우 우려한다"면서 "모든 시리아인들이 인권 기준을 존중하고 폭력행위를 즉각 중단하며 물자와 의료지원을 위한 중립적 인도주의 단체의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유엔은 다음주 열리는 UNHRC 19차 회기에 시리아 문제에 대한 특별 회의를 열 예정이며,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을 시리아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아랍연맹(AL)의 공동 특사로 임명하는 등 관련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 서방과 아랍 국가들은 24일 튀니지에서 국제 회의를 열고 시리아 정부에 부상자 이송 등 인도주의적 구호 조치를 즉각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새 보고서를 제출받은 유엔 OHCHR의 나바네템 필레이 인권최고대표가 국제인권재판소나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시리아 고위당국자들의 범죄 혐의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다 해도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한다면 조사가 이뤄질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알랭 주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현재 군사적 수단은 고려되고 있지 않다. 우리는 크게 낙담한 상태이며, 무력함을 느낀다. 사망자는 늘어 간다"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는 있지만 우리는 규칙을 어길 수는 없고 유엔 안보리 승인 없이 행동할 수는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은 이날도 계속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 탱크는 이날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인 홈스 시가지로 진입했다. 현지 활동가는 바바 아므르 지구 남쪽인 조바르 지역까지 탱크가 진격해 들어왔다고 통신에 전했다. 홈스 시가지에 대한 박격포와 로켓 공격도 20일째 이어졌다.
전날 미국과 프랑스 기자 2명이 정부군의 포격으로 사망한데 이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영국과 프랑스 기자 2명의 상태에 대한 정보도 추가로 알려졌다. 홈스 현지 활동가가 촬영해 공개한 동영상에는 프랑스 <르 피가로> 신문의 에디트 부비에 기자의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촬영한 활동가는 부비에 기자가 심각한 다리 부상을 입은 상태로 앰뷸런스에 의한 안전한 이송이 당국에 의해 보장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폴 콘로이 <선데이타임스> 사진기자 또한 상당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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