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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앱 삭제, 뿌리는 2008년 불온서적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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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앱 삭제, 뿌리는 2008년 불온서적 사건"

[기고] "헌법재판소, 軍에 '불온의 허가장' 내줬다"

대한민국 군대에서 왜 '불온'은 반복되는가?

인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비롯해 '가카 퇴임일', '범민련남측본부', '애국전선', '스마트 촛불' 같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들이 소위 '종북·친북'이라는 이유로 군에 의해 불온표현물로 지정됐다.

나는 군의 이번 조치가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지난 2008년 7월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 사건'과 같은 맥락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튀는 레코드판처럼 반복되는 군의 이러한 조치는 왜일까.

재미있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잘 납득이 가지 않는 이러한 금지 행위들이 모두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군인사법' 제47조 2항을 보면 "군인의 복무에 관한 사항은 이 법에서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통령령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에는 군인의 복무에 관해 규율하고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대통령령으로 백지위임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를 살펴보면 "군인은 불온유인물·도서·도화 기타 표현물을 제작·복사·소지·운반·전파 또는 취득해서는 아니되며, 이를 취득한 때에는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불온'한 표현물은 위 법과, 대통령령에 따라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꼼수다'는 이러한 법적 근거에 의해서 '불온' 앱으로 지정된 것이다. 더욱이 2010년 10월 26일 헌법재판소 또한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 사건'에 대해, 국방부의 조치가 헌법에 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려주었다. 군에게 '불온'의 허가장을 내어준 것이다.

▲지난 2008년 국방부는 장하준의 <니쁜 사마리이인들>, 노엄 촘스키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을 '불온서적'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헌법재판소는 2010년 10월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국방부의 '불온서적'들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뉴시스

우리는 군을 항상 특수한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의 적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성이 무시되고, 인권은 군대에서 '나중의 것'으로 치부돼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적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데 '무슨 인권 따위가 군인에게 필요하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인식이 잠재적으로 깔려 있다. 그래서 지배와 복종은 당연한 것이고 지휘관의 일사불란한 지휘에 따라 모든 이들이 통솔되어야만 군이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 하에서 개인의 사상 또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군인은 '제복 입은 시민'이라는 경구를 잊지 말아야 한다. 군인 역시도 군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시민이며 사회 속의 사람들이다. 사회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지만 그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시민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를 빼앗을 수는 없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는 개인의 생각과 사상을 적어도 내심에 머무르는 한 자유롭게 보장해 주기에 빛난다. 이러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군인만 누리지 못할 정당한 이유는 없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일반의 가치관과 상식을 군인들 역시 알아야 한다. 민주 사회의 군대는 '불온'한 책 몇 권을 못 읽게 하고, 몇몇 정권 비판적인 방송들을 못 듣게 한다고 기강이 바로세워지지 않는다. 민주주의적인 가치를 지키겠다는 투철한 사회의식과 인식, 그리고 '안전의 다른 말은 평화'라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가능하다.

▲복무 중인 군 장병들. 이들도 '군복 입은 시민'이다. ⓒ뉴시스

설령 제한을 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장소상 제한의 범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이를테면 전쟁이 벌어졌는데 참전한 군인이 동료 군인들로 하여금 전쟁을 하지 말자고 막사에서 동요를 일으키는 표현행위는 군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금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미 연방대법원 판결 Parker v. Levy 417 U.S. 733사건)

하지만 전쟁을 수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논리가 통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전쟁의 위험성을 알리는 문학 작품, 세계화 시대의 사회 변화를 알려주는 사회과학 도서, 분단의 역사 전개 과정을 냉철히 분석한 역사서 등을 읽는 것이 훨씬 군인의 사고수 준과 판단력을 높여 주지 않을까. 또한 장교, 부사관, 병사를 막론하고 사회에 복귀할 때 적응력을 더 높여주지 않을까.

군을 더 이상 고립시키지도, 고립되게 하지도 말자. 19대 국회에서 새롭게 군대의 판을 다시 짜자. 군인에 대한 기본권 보장을 위한 새로운 '군인복무기본법'을 통과시키자. 대통령령에 불과한 군인복무규율을 군인복무기본법으로 끌어올려 의회가 새롭게 논의하는 과정을 만들어보자.

사회에서 전면적으로 이에 대해 토론해 보자. 정말 대한민국의 남자들이 '멋진 사나이'로 거듭날 수 있게, 그리고 모든 시민이 편안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게. 그것이 '불온'의 역사를 종식시키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박지웅 변호사는 '불온서적 헌법소원 사건'의 당사자다. 그는 군 법무관으로 복무 중이던 지난 2008년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군인의 행복추구권 등 헌법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위헌적 조치라며 동료 법무관 6명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국방부는 이들이 지휘 계통을 무시하고 군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박 변호사를 파면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고등법원은 파면 취소 판결을 내렸고 이에 따라 그는 군에 복귀했다가 지난 1월 제대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을 역임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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