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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가 국가병원에서조차 울며 발걸음 돌린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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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가 국가병원에서조차 울며 발걸음 돌린 사연

상이 1급 국가유공자 입원치료 '외면' 논란…보훈처 "오해였다"

군 복무중 얻은 병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되어 '상이 1급 국가유공자'로 인정된 전역 장병을 정부 당국이 외면해 가족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0년 11월 군대에서 얻은 결핵이 결핵성 수막염 등으로 번지면서 의식불명에 빠진 오모(23) 씨가 사연의 인물이다. 오 씨는 상병 당시 결핵을 앓고 있었지만 군의관이 이를 우울증으로 오인해 우울증 치료약을 주는 등 초기 진료 과정에서 문제를 빚어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오 씨는 2011년 5월 말 병상에서 전역했지만 차도를 보이지 않아 가족과 주변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오 씨의 어머니는 3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의학적으로는 지켜보는 방법밖에 없다는데, 부모가 어떻게 자식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겠나"라며 "기적을 믿어 보겠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병원마다 오 씨의 입원을 한결같이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오 씨의 어머니는 "3차 병원에서는 수술환자 등 위급환자 우선이라고 해서 2차 병원으로 가면 자기들은 치료할 수가 없다면서 3차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며 '핑퐁을 치고 있다'고 분개했다.

오 씨의 경우 요양병원이나 일반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최근 또 한 차례 뇌에 찬 물을 빼는 수술을 해서 신경외과 치료도 늘 해야 하고, 위에 관을 연결해 유동식을 주고 있으니 소화기내과 치료도 받아야 하고, 소변도 관으로 빼내고 있어 비뇨기과에서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합병원이 아니면 치료받을 수 없는데 그런 환자를 돈이 안 된다고 수술환자만 받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자리만 차지한 환자는 돈 안 된다는 것인데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적어도 상이 1급 국가유공자인 오 씨의 경우라면 국가가 치료를 보장해야 함에도 국가보훈처 역시 찾아간 가족들에게 절망만을 안겨줬었다는 것. 오 씨의 어머니는 "소견서를 들고 보훈병원에 갔더니 3개월밖에 입원이 안 된다고 했다"면서 "의료비 등 운영상의 문제 때문에 만성 환자를 오랫동안 둘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에서 이렇게 만들어 놓고 국가 병원에서 책임을 안 지면 어떡하라는 얘기냐"라면서 "보훈협력병원 7~8군데를 돌아봐도 마찬가지였고, 입원 가능 기간을 겨우 보름으로 말하는 곳도 있었다"며 기막혀 했다.

그러나 보훈처는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는 '오해'로 빚어진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보훈처는 "(보훈병원) 담당 의사가 3개월이 지나면 입원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의료제도를 설명했으나, 그 의사는 '1급 유공자의 경우 입원 기간에 제한이 없음'을 미쳐 알지 못하고 잘못 안내해 오 씨 측이 오해했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장기간 입원환자의 경우 입원 후 3개월 지나면 입원대기 해소를 위해 불가피하에 병상회전율 문제로 퇴원을 권고하고 있으나 상이 1급 국가유공자의 경우 입원 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 "실제로 의사들은 행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보훈처, 언론 보도 이후에야 "그동안 죄송했다"

다행히 언론 보도 이후에나마 이같은 '오해'는 풀리고 있는 듯하다. 오 씨의 어머니는 "2일 보훈처 과장과 사무관 등 2명이 찾아와 '이제야 알게 됐다. 그동안 죄송했다'고 하면서 보훈병원에 장기 입원을 가능하게 해주겠다고 했다"며 "(가족 측에선) 보훈병원을 가는 것도 좋지만 현재 환자의 상태가 옮긴 병원에 적응하기 힘드니 지금 있는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게 해주기 바란다고 하니 보훈처는 '방법을 알아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15개월 동안 찾아온 사람, 사죄하는 사람도 없었고 군에서도 궁금해하는 사람, 정황 물어본 사람이 없었는데, 어제 보훈처에서 찾아온 것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아 고마웠다"면서 "(보훈처에서) '이제부터 걱정하실 일 없이 하겠다'고 말해주니 믿을 수밖에 없고 또 믿고 싶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계속해서 (현재 입원중인) 병원에서 전액 국비로 전문위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바로 조치했다"면서 "향후에도 보호자와 협의해 희망하는 기간까지 민간병원에 위탁진료를 의뢰하거나 중앙보훈병원으로 옮겨 입원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에 대해 "사건이 기사화가 되니까 그제서야 보훈처 관계자들이 병실을 찾았다"면서 "영리병원이 되어 버린 한국의 의료시스템에서 이런 환자는 돈이 안 되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임 소장은 이어 "오 씨의 경우에 이렇게 됐다고 해서 잘됐다고 하고 끝날 게 아니다"면서 "국가유공자들 중 이와 유사한 경우가 있는지, 병원 이용에 애로사항이 없는지 보훈처장이 점검을 지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1급 상이유공자 판정을 받은 사람이 어느 병원을 가야 하는지 물어보면 공무원 한 명이라도 나서서 알아봐 줘야 하는 게 헌법 7조에 따른 공무원의 성실 의무 아니냐"며 "책상머리에만 앉아서 행정을 하니까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유공자가 '천덕꾸러기' 취급받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나라를 위해 몸바친 사람들에 대한 보훈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국가유공자 선정시 공적을 세운 사실의 입증 책임을 신청인에 요구하는 잘못된 관행 등 보훈 행정 시스템 역시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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