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지난해 12월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조문을 위해 휴전선을 넘은 '방북단'의 존재를 언론 보도 후 뒤늦게 인정했다. 미국 국적의 한인들이어서 법적 문제는 없지만 통일부의 지나친 비밀주의가 드러난 것으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그간 김정일 위원장 사망 당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방북한 인원은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들로 구성된 방북단만 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문형진 통일교 세계회장과 박상권 평화자동차 대표이사, 주동문 미 <워싱턴타임스> 회장 등 3명도 지난해 12월 24일 경의선 쪽 육로를 통해 방북했었다는 사실이 2일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박상권 대표이사는 인터넷신문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전날인 토요일 아침에 DMZ(비무장지대)를 통해 갔다가 30일 돌아왔다"고 말했다. 육로 방북을 위해서는 통일부의 승인 또는 협조가 필수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들은 그러나 과거 이들 일행의 방북에 대해 "북한 매체의 보도를 보고 알았다"는 식의 태도를 취해 왔고 이에 따라 국내 언론은 이들이 중국 베이징(北京)을 통해 입국했을 것으로 봤다.
결과적으로 통일부가 입을 닫아 '오해'를 양산한 셈이다. 한편에서는 김정일 위원장 조문 문제가 당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첨예한 사안이었던 만큼 사회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그때 가셨던 분들은 기본적으로 국적이 미국"이라면서 "베이징 또는 제3국을 통해서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분들이지만 편의상 우리 쪽 지역에서 북쪽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해 정부가 협조해줬던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의도적 은폐' 논란에 대해 "그 당시 우리로서는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회장 방북 문제가 결정되어 있었고, 남북 간 협의와 내부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그 부분에 집중을 했던 것"이라며 "그 분들(문 회장 일행)이 간 것에 대해 특별히 공개, 비공개 이럴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도 했지만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수언론들은 통일부가 국민들에게 사실을 감춘 것보다 이들의 육로 방북에 협조한 것 자체를 문제삼을 공산이 크다.
한편 김 대변인은 '통일부 고위관계자가 이달 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를 북한에 공식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현재로서는 그런 사항이 결정된 바는 없다"고 부인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나 '북측과 이산가족 상봉 관련 접촉이나 메시지 교환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의사소통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런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이해하면 된다"면서 "(정부가) 그런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일일이 이렇다 저렇다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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