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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 최악의 날"…훌리건 난동, 참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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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 최악의 날"…훌리건 난동, 참극으로

부상자 1000명 넘어…축구장 유혈사태로 역대 6위 등극

이집트에서 70여 명이 죽고 천여 명이 다치는 최악의 유혈 참극이 빚어졌다. 정치 문제와는 무관한 '축구 훌리건'들이 원인이지만 의회와 군부 등도 대규모 사태에 긴장하고 있다.

사태는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 포트사이드에서 1일(현지시간) 열린 홈팀 알마스리 대 원정팀 알아흘리 간의 축구 라이벌 경기에서 홈팀이 3-1로 예상 외의 승리를 거두자 흥분한 홈팀 관중들이 경기장에 난입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돌과 둔기로 원정팀 선수와 응원단을 공격했다. 일부 관중들은 단검으로 무장한 상태였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치안 유지를 위한 통상 수준의 공권력도 배치되지 않았던 것이 사태를 키웠다고 방송은 분석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최소 74명이 숨지고 부상자 수도 1000명을 넘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사망자 중에는 경찰 관계자도 포함돼 있다. 달아나던 관중이 좁은 출구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자가 발생했으며 경기장 일부는 불에 탔다.

알아흘리 팀 선수 모하메드 아부 트레카는 "이것은 축구가 아니다. 전쟁이다"라면서 "사람들이 우리 눈 앞에서 죽어나갔다"고 말했다. 이집트 보건 당국은 사망자 대부분이 뇌진탕 등 머리 부분에 가해진 손상과 좁은 공간에 인파가 몰려든데 따른 질식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이집트 포트사이드에서 1일(현지시간) 벌어진 축구 경기에서 흥분한 관중이 경기장으로 난입하면서 대규모 충돌이 빚어지는 모습이 현지 TV화면에 잡혔다. ⓒ로이터=뉴시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알아흘리 팀의 연고지 카이로에서 벌어지고 있던 경기를 포함해 모든 1부 리그 경기가 취소됐다. 카이로의 관중들도 포트사이드 소식에 자극을 받아 경기장에 불을 지르는 등 난동을 피웠다.

헤샴 세이하 이집트 보건차관은 이번 사태가 이집트 축구 역사상 최악의 참극이라며 "불행하고 매우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군부는 치안 유지와 사태 악화 방지를 위해 병력을 파견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 최고군사위원회 의장은 이례적으로 국영 TV와의 전화 인터뷰를 갖고 사태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새로 선출된 이집트 의회도 긴급 소집돼 대책을 논의했고, 이집트 내무부는 사태 관련자 47명을 체포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무슬림형제단은 사태의 원인이 무바라크 지지자들에게 있다고 주장했지만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관중들이 불타는 경기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최소 74명으로 전해진 사망자 중 대다수는 뇌진탕과 인파에 따른 질식 등으로 숨졌다고 이집트 보건 당국은 밝혔다. ⓒ로이터=뉴시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협회(FIFA) 회장은 "오늘은 축구계의 암흑의 날이라며 "이같은 끔찍한 상황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일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사건은 축구 관련 난동으로는 이집트에서 벌어진 최악의 사태이며 세계적으로도 사망자 수 기준 역대 6위의 축구장 유혈사태에 해당한다. 이제껏 벌어진 축구장 난동사건 중 최악의 사태는 1964년 5월 페루 리마에서 318명이 숨진 사건이다.

리마 사태 다음으로는 1982년 10월 모스크바에서는 300명 이상이 사망한 사건과 1989년 영국 세필드에서 96명, 1988년 네팔 카트만두에서 93명, 1996년 과테말라에서 80명이 사망한 사태가 뒤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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