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08년 4월 8일자 주한 미 대사관의 외교전문(電文)에 따르면, 이날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17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에 미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데이비드 세드니 당시 국방부 동아태담당차관보는 한국 수석대표인 전제국 당시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에게 이같이 말했다.
사건의 발단은 전 실장이 버웰 벨 당시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의 발언에 대해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앞서 벨 지명자는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의 '비(非) 인적 주둔비용'(NPSC) 중 41%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실장은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며 이번 기회에 NPSC 중 한국이 부담하는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 더 정확한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자 세드니 차관보는 방위비분담금이 지출 용도에 맞게 쓰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집행 과정은 투명하며 관련 정보는 한국에 이미 제공되고 있지 않냐고 했다.
그러면서 세드니 차관보는 한국이 지출을 더 늘려서 NPSC의 50%를 감당하게 된다고 해도 그것은 주한미군 전체 유지비의 18%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러니 적은 예산의 적은 부분을 가지고 얘기하면서 지나치게 열 내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2008년 4월 8일 17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시작에 앞서 전제국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데이비드 세드니 미 국방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
SPI 회의에서 이같은 이야기가 나온 배경도 주목된다. 전문에는 "(비공개)회의의 대부분이 주한미군 2보병사단 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는 사업에 한국이 부담한 방위비분담금을 쓰는 문제를 토의하는데 할애됐다"고 쓰여 있다.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 개정 협정에 따르면 2사단 이전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기로 돼있지만 미국은 방위비분담금 역시 '미국 돈'이어서 쓸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세드니 차관보는 '미국은 2004년 합의에 따라 방위비분담금이 기지 이전에 쓰일 수 있다는 확고한 입장'이라고 "재확인"했다. 앞서 한국과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미군기지 이전에 전용할 수 있도록 하는 '양해'(understanding)가 있었다는 정황 역시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전문에서 드러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이처럼 비공개 회의 시간의 '대부분'이 사실상 SMA 전용 문제로 쓰였는데도 당시 국내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 관계자는 "방위비분담금이나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이번(17차) SPI 회의의 정식 의제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전문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 대사에 의해 작성됐으며, 2급비밀(SECRET)으로 분류돼 있다. (☞해당전문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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