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27일 대북 지원 민간단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의료물자 반출 승인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에 따르면, 통일부가 지난 20일 알려온 불허 사유는 "현 남북관계 상황 등을 감안해 귀 단체의 대북 물품반출 신청을 불허함을 통보한다"가 전부였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도 "물품 특성과 지원 대상, 모니터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 때문에 승인이 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떤 하나가 꼭 문제됐다고 일일이 말씀드리긴 그렇다"면서 답을 피했다.
반출 신청 품목은 북한에서 생산된 의약품의 안정성을 검사하는 시약과 비커, 전극, 램프, 필터 등 실험 관련 소모품이다. 지원 대상은 평양에 위치한 제약 공장 '정성의학종합센터'로 이곳에서는 북한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링거 수액과 주사제, 기초의약품 등을 생산한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우리민족서로돕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생산된 의약품의 안전성과 체계적인 품질 관리는 북한 주민들의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면서 "반출 불허는 북한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비인도적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통일부가 인도 지원 물자에 대한 반출 승인 권한을 국내 대북 인도지원 단체를 통제하고 옥죄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왜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한 대북 의료장비 지원과 의료시설 개선 지원은 허용하면서,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 보건의료 지원은 불허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뒤늦게 이유 밝힌 '불통' 통일부
이같은 단체의 반발과 비판적 언론 보도가 나오자 통일부는 뒤늦게 불허 이유를 보충 설명했다. "지원 대상 시설은 북한 스스로 지난해 2월 3일 <노동신문> 보도를 통해 조선인민군 소속 연구소라고 했다"는 게 통일부 당국자의 설명이었다.
이 당국자는 2008년 12월에는 그 시설에 대한 의료장비 지원이 이미 이뤄졌던 것에 대해서는 <노동신문> 보도가 나오기 전의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북한은 필요에 따라 민간에 있던 것(기관·단체)도 인민군 산하로 가져오곤 한다"면서 이 시설이 인민군 소속으로 남아 있는 한 앞으로도 지원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원 품목에 대해서도 "의약품 품질검사용 시약과 생산 장비 소모품 등은 (지원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면서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은 (이번의 대상 품목과 같은) 소모성 부품이 아닌 완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점차 풀 품목이지만 현 단계에서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라며 "다른 품목과 방식으로 한다면 언제든 지원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에는 민간단체 '남북평화재단'이 황해북도 지역의 소학교와 탁아소, 유치원 등 5곳에 보내는 밀가루 180톤 지원이 이뤄졌다. 그러자 '식량 지원은 되고 의약품은 안 된다는 얘기냐'며 통일부의 물자 반출 승인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식량 지원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지만 의약품 지원에는 비교적 관대했던 통일부의 그간 태도에 비춰 봐도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설명만 제때 구체적으로 했어도 피할 수 있는 논란을 통일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통일부 당국자는 관행상 정부 내부의 재량 행위 배경 등에 대해서는 세세히 설명하지 않아 왔다면서 "앞으로 소통을 강화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통일부 주장 사실과 달라" 정면 반박
그러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통일부의 이같은 설명을 적극 반박했다. 이 단체는 "정성의학종합쎈터는 북한 군부가 아닌 실제적인 보건성 산하기관"이라며 "생산된 의약품은 '중앙의료약품공급소'를 통해 주요 병원에 공급되고 있으며, 일부는 정성제약에서 운영하는 약국(평양 및 각도 소재지)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체는 "정성의학종합쎈터가 인민군 산하 기관이라는 통일부의 입장은 <노동신문> 기사를 단순히 인용한 것에 불과하며, 이러한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물자 반출불허 조치를 합리화하려는 고육지책"이라고 비난했다.
단체는 또 "단편적이고 불확실한 대북 정보만을 가지고 십여년간 지속되어온 민간단체들의 대북 지원 사업을 흠집 내어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그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굿네이버스 (…) 등의 민간단체들이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의 지원을 받아 수액약품공장, 알약품 공장, 주사제공장, 종합품질관리실 등을 준공했고 현재 동물실험실과 고려약품공장은 현 정부 들어 공사가 중단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체는 "지원 물품이 완제품이 아니라는 점과 수혜자가 북한 주민인지 불분명한 점을 고려해 불허했다는 통일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참으로 황당하기까지 하다"며 "그렇다면 작년 말부터 만간단체가 지원하고 있는 밀가루는 완제품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여러 자료를 통해 정성제약에서 생산된 의약품들이 주요 병원과 인반 환자들에게 공급되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마치 생산된 의약품들이 군대로 전용되고 있을 거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들을 근거도 없이 제기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리 단체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 주민들에게 지원될 밀가루를 실은 트럭들이 27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청 앞에서 남북출입사무소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
2011년도 대북 인도지원, 전년대비 50% 넘게 급감
한편 통일부는 2011년도 대북 인도적 지원 규모가 1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51.5%나 감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특히 정부 차원의 지원은 유니세프(UNICEF)를 통한 65억 원에 그쳐 민간 지원(131억) 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 차원의 대북 인도 지원은 전년도의 204억 원에서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대북 인도적 지원 액수 총액은 2007년 4397억 원에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163억 원으로 급감했고, 2009년 671억 원, 2010년 404억까지 줄어들었다가 2011년에는 마침내 196억까지 준 것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과 민간 지원이 비중도 역전됐다. 1995년 이후 2007년까지는 거의 모든 해 정부 차원 지원이 민간 보다 훨씬 많았지만 2008년 이후로는 민간 차원의 지원이 더 많아졌다.
인도 지원을 포함한 전체 남북 교역 액수는 전년도의 19억1225만 달러에서 10.4% 줄어든 17억1386만 달러로 집계됐다. 교역 품목도 전년(795개) 대비 11.4% 감소한 702개로, 교역실적 업체 수도 전년의 920개 사에서 55.8% 준 407개로 감소했으며 인적 왕래 또한 전체 11만6061명으로 2010년의 13만251명에서 10.9%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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