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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유람선 침몰 현장서 한국인 신혼부부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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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유람선 침몰 현장서 한국인 신혼부부 구조

현지 사법 당국, 사고 유람선 선장 구속수사 착수

세계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탈리아 서해안 토스카나 지역 근해의 대형 유람선 침몰 사고 현장에서 한국인 탑승객 1쌍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좌초된 지 24시간이 넘어선 시점이지만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소방당국 관계자는 15일 침몰된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號)에서 선실 수색 작업을 하던 구조대원들이 해수면으로부터 두 층 정도 위쪽에 있는 한 객실에서 한국인 신혼부부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남녀 모두 29세이며 당시 신혼 여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대원들은 전날부터 밤샘 수색을 벌이던 중 이들 부부가 낸 소리를 듣고 1시간30분 동안 구조 작업을 벌여 마침내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는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양호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탈리아 <안사> 통신이 전했다.

이들 부부는 만 하루 넘도록 선실에 갇혀 있는 동안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지는 못했다고 구조대에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해당 유람선에 탑승해 있던 승무원 2명 등 모두 35명의 한국인이 구조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15일(현지시간) 구조된 한국인 승객의 모습. ⓒAP=연합뉴스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사고의 전말

그러나 구출된 한국인 부부 2명을 제외하고도 41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현지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서 사고 경위와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인 가운데 현재까지 프랑스인 승객 2명과 페루인 승무원 1명 등 3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30여 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2명은 중태다. 침몰한 배는 무려 4200명이 탔던 대형 여객선이었다.

사망자 중 1명은 70대 남성으로,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하기 위해 얼음처럼 차가운 바닷물에 뛰어들었다가 심장마비로 인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현지 해안경비대 책임자는 잠수부들이 시신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더 이상의 시신을 찾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13일 이탈리아 중부의 항구도시 치비타베키아를 출항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는 이날 저녁 8시께 토스카나 제도의 질리오 섬 근해에서 암초에 부딪혀 가라앉기 시작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선체가 무려 70~100m나 찢길 정도의 대형 사고였다.

충돌 순간 큰 굉음과 함께 갑자기 배 안의 전등이 모두 나가 선내는 암흑천지가 됐고, 찢어진 틈으로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배는 곧 기울기 시작했다. 승객들은 공포에 질려 탈출로를 찾다가 일부는 차가운 겨울바다로 뛰어들기도 했다.

승객 루시아노 카스트로는 <안사> 통신에 "저녁 식사 중 큰 소음을 들었고 배의 용골이 무언가를 들이받은 것처럼 보였다"면서 "배에 난 구멍으로 물이 들어왔고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승객들 일부는 구명보트로 탈출했지만 일부는 침몰하는 배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가 헬리콥터에 의해 간신히 구조됐다. 일부 승객들은 <AP> 통신에 승무원들이 승객에게 적절한 탈출 지침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탑승객 중 하나였던 이탈리아 언론인 마라 파르메지아니 알폰시는 "공포스러운 장면"이었다면서 "우리는 매우 겁에 질렸고 추웠다. 저녁 식사 중이었고 모두가 이에 걸맞는 차림(이브닝 웨어)이었기 때문"이라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그는 "다른 것을 챙길 시간은 없었다. 그들(승무원)은 우리에게 담요를 줬지만 그마저 충분치 못했다"고 덧붙였다.

배수량 11만4000톤인 이 배에는 승무원 1000명을 포함해 모두 4200여 명이 타고 있었다. 3200명의 승객들 중에는 이탈리아인 1000명, 독일인 500여 명, 프랑스인 160여 명과 영국인 30여 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된 승객들은 질리오 섬의 학교 등 공공건물과 현지 주민들의 집에 수용됐다. 이들 중 일부는 14일 페리호 선박 편으로 본토의 산토스테파노 항으로 옮겨졌다. 질리오 섬은 본토에서 25km가량 떨어져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산토스테파노 발(發) 보도로 생존자들의 모습을 전하며 많은 이들이 여전히 담요로 몸을 감싸고 있고 일부는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침몰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모습. ⓒAP=연합뉴스

경찰 "선장이 먼저 배를 버렸다"

배의 선장은 현지 사법 당국에 의해 구금돼 심문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당국은 선장 프란체스코 스케티노와 1등 항해사 키로 암브로시오에게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체스코 베루시오 그로세토시(市) 검찰총장은 스케티노 선장이 "매우 부적절하게 질리오 섬에 접근했다"고 비난했다. 이는 배가 섬에 지나치게 바싹 붙어 항해했다는 현지 주민들의 말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또 현지 경찰에 따르면 스케티노 선장은 승객들이 모두 대피하기 전에 먼저 배를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배의 블랙박스를 분석하는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를 운행하는 '코스타 크루즈'사(社)의 지아니 오노라토 사장은 "이탈리아 당국과 함께 사고 전말을 파악하는데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서 회사의 주 임무는 생존자들을 돕고 그들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노라토 사장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배가 너무 빨리 기울어진 만큼 구명 보트를 통한 정상적인 탈출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스케티노 선장은 과거 11년 간 이 회사에서 근무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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