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중국은 여전히 세계의 중심에 서있다. 국제 정치적으로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 국가의 위상을 손색없이 유지하면서,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그 영향력을 크게 확대해가고 있으며, 유럽 재정위기 해결에 러브 콜을 받고 있다. 여기에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다양한 세계적 견제를 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국내적으로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날로 확대되는 빈부 격차, 여전한 부정부패, 세습되는 부와 권력, 그리고 이제는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려는 많은 노동자 농민들이 빈번하게 길거리로 나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 연말 중국의 권력 교체가 예정돼있다. 올해에는 전 세계 20여 개 국에서 권력교체가 이루어진다. 우리 주변만 해도 1월 14일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미국, 러시아 등에서 새로운 지도자와 지도부가 구성되게 된다. 권력교체는 일반적으로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중국의 경우는 공산당 일당통치가 국가와 정부를 이끄는 당국체제(Party-State System)에서 최고 지도자간의 합의를 통해 권력이 계승된다는 점에서 다소 다른 측면이 있다. 특히 '합의'라는 과정을 통해서 도출하는 권력의 승계는 예측 가능한 정치가 아니어서 중국의 권력교체는 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소수의 정치엘리트가 정치권력을 행사하는 통치 엘리트 체제다. 이들 통치엘리트가 당은 물론 국가와 정부를 운영한다. 사실 어떤 사회든 지배 계층과 피지배 계층의 갈등이 있고, 이를 제어하기 위해 권력이 소수에 집중되는 과두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것 일수도 있지만, 중국의 통치 엘리트는 전형적으로 정치·행정과정의 심장부에 위치,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수적으로는 소수이지만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 통치 엘리트의 핵심은 중국공산당을 이끌고 있는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을 지칭한다. 중국공산당 당장에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선출된 중앙위원회가 대표대회 폐회기간 중에 중국 공산당을 대표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앙위원회에서 선출된 중앙정치국 위원 그리고 그 가운데 9명이 중국 최고 권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최고지도부는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이 핵심일 수밖에 없다. 물론 정치국 상무위원의 숫자는 정해져 있지 않고 유동적이다. 중국 최고 지도부는 당시의 현상에 따라 조정과 타협이라는 합의 과정을 거쳐 구성된다.
올 10월이나 11월경에 열릴 예정인 이번 18차 중국공산당 대표 대회는 중국 미래 10년의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점, 상무위원 수가 몇 명이 될지는 모르지만 17차 당대회에서 차기지도부의 구성원으로 이미 뽑힌 시진핑(習進平)과 리커치앙(李克强)두 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상무위원을 선출하는 대대적 물갈이를 앞두고 있다는 점, 그리고 새로 구성되는 최고 지도부에 진입하기 위해 중국 내 각 정치 세력 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 등에서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기본적으로 국내정치ㆍ사회적으로 커다란 도전과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외부적 견제를 극복하면서 2010년대를 이끌어 가야할 지도부로 중국의 장래와 관련 일정한 시사점을 주는 지도부이기 때문이다.
이번 지도부 교체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장저민(江澤民)이나 후진타오(胡錦濤)를 후계 구도로 지목한 것처럼 당 고위급 원로의 후견과 낙점이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중국 내 각 정치세력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자기 세력을 최고지도부에 진입시켜야 정치적 영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또 이 과정에서 향후 중국의 정치민주화와 권력교체의 패턴을 읽어낼 수 있는 정상적 정치로의 전환가능성도 유추해 볼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지도부가 될 것이다. 이번에 구성되는 제5세대 지도부는 현 중국정치 체제가 수립된 1949년 이후에 태어난 인물들이 중심이 된다. 이들은 10대에 문화대혁명의 격변기를 거쳤고, 아울러 개혁개방 정책의 수혜자로서 지방에서의 성공적 행정 경험을 갖고 있으며 정식으로 대학교육을 받은 세대이다.
새로운 최고 지도부는 기본적으로 국가부문에서 주석과 부주석이 당연직 상무위원이고, 국무원에서 국무원 총리와 상무부총리가 당연직 정치국 상무위원이다. 당에서는 일반적으로 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정법위원회 서기가 당연직 상무위원이 된다. 그 외에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역시 당연직 정치국 상무위원이 된다. 이렇게 될 경우 국가, 당, 정부, 인대와 정협에서 각각 2명씩 모두 8명이 정치국 상무위원이 된다. 이들이 좁게는 2012년 제18차 당 대회에서 2022년까지 중국을 이끌어 갈 지도자 군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인선이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구성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이 지도자 그룹은 기본적으로 직위를 맡을 시기에 68세를 초과하지 말아야 하며, 지방행정 실무경험이 중앙무대 진출에 중요한 작용을 할 것이다. 현재 중국의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정치 세력은 크게 세 부류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큰 세력은 역시 장저민 총서기 시절 형성된 소위 상하이방(上海幇)으로 불리는 상해그룹, 후진타로 현 총서기의 정치적 후견 세력으로 퇀파이(團派)로 불리는 공산주의 청년단 그룹, 그리고 고관의 자제들로 구성된 타이즈당(太子黨) 그룹을 들 수 있다. 사실 중국의 정치 세력을 이렇게 구분하는 것도 정확한 분류는 아니다. 소속이 중복되는 사람도 많고, 같은 세력권에 있는 사람도 지향하는 바가 서로 같지 않으며, 언제나 이합집산의 개연성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치(人治)적 성향을 지닌 중국 정치를 바라보는 유효한 기제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결국 새로운 지도부는 이들 세력 간의 타협과 조정을 통해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어 행정보직을 배치 받게 된다. 다만 최고 지도자의 카리스마가 이전의 마오저뚱(毛澤東)이나 덩샤오핑과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규범화된 제도적 틀을 운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에는 이미 약 70여개의 임용규칙이 만들어져 있다고 알려져 있다. 비록 중국의 지도부 구성이 일반적인 민주 선거에 의해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꽤 까다로운 검증과 절차를 거친다는 의미다. 이는 더 이상 자의적이고 권력투쟁적인 지도부 인선으로는 중국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중국의 5세대 차기 지도부는 성과와 업적을 강조하는 철저하게 실용적인 지도부가 될 것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통해 내부적 통합을 도모하고, 외부적으로 그동안 중국의 정책과정에서 나타난 다원화, 제도화, 전문화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향후 중국의 강대국화에 걸 맞는 외교적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문제의 복잡성을 외부적으로 표출하는데 있어서 해외유학이나 외교 군사적 경험이 비교적 일천한 5세대 지도부는 민족주의적 색체를 띠는 보수화 경향이 두드러질 가능성도 크다.
현재 중국에서는 5세대 지도부 구성을 위한 치열한 내부 조정이 전개되고 있다. 또 지방에서는 이들을 뒷받침하는 6세대 그룹이 자리를 차지하려 애쓰고 있다. 5세대 지도부 시대를 맞이하는 중국의 2012년은 현존하는 중국의 각 정치세력들이 막후에서 치열한 경쟁을 전개하면서 새롭게 중국을 이끌어 갈 세력을 만들어 내는 한 해 될 것이다. 우리에게 다양한 영향을 끼치는 중국의 움직임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