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적십자사에 따르면 현재 사망자는 652명으로 집계됐고 실종자 수는 900명을 넘어섰다고 <AP> 통신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그웬돌린 팡 필리핀 적십자 사무총장은 사망자는 대부분 어린이와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이 빠지면서 추가로 시신이 발견되면 사망자 수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당국은 이번 폭풍이 필리핀 역사상 최악의 폭풍우 재해로 기록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희생자들은 폭풍우가 처음 덮친 16일 밤 잠들어 있다가 급격히 불어난 물과 산에서 떠내려온 토사, 뿌리뽑힌 나무 등으로 인해 참변을 당했다.
사망자 중에는 한국 교민 1명도 포함됐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17일 새벽 민다나오 북부 카가얀 데 오로시(市)에 거주하는 한국인 김 모(16) 씨가 집이 침수되는 중에 미처 대피하지 못해 숨졌다고 밝혔다.
카가얀 데 오로와 일리건, 라나오 델 수르 등 지역을 중심으로 4만6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마을에 고립된 이들은 물과 전기가 끊기면서 피로와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다. 전화도 불통이 되면서 가족의 소식을 몰라 애태우는 경우도 있다고 <AP>는 전했다.
▲한 필리핀 여성 이재민이 폐허로 변해버린 집 앞에서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로렌스 크루즈 일리건 시장은 "시 역사상 최악의 상황"이라면서 보건상의 이유로 시신을 빠르게 대량으로 매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참사의 무서움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그의 제안은 엄청난 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시신 부패 등에 대한 우려가 치솟고 있음을 드러낸다.
실제로 일리건 시 당국은 시신들이 빠른 속도로 부패하고 있어 19일부터 임시매장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에서는 잠에 빠져 있던 일가족이 한꺼번에 희생되는 경우가 많아 신원 확인조차 쉽지 않은 상태지만, 시 당국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들의 신체적 특징 등을 상세히 기록한 뒤 우선 임시 매장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필리핀 정부도 재난대책회의를 열고 재해 지원에 골몰하고 있다.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은 행정력 지원을 약속하고 정부 차원의 재난대책 매뉴얼에 대한 재점검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은 매년 20개의 태풍과 폭풍우가 덮치는 만큼 재난에 익숙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이번 참사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였다는 평가다. <AP>통신은 특히 국민 다수가 기독교도인 필리핀에서 연말에 이같은 참사가 발생하면서 크리스마스에 가족을 만날 것을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한 군 관계자는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예정된 크리스마스 파티를 취소했으며 파티를 위해 마련한 음식을 이재민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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