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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에 대한 다섯 가지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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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에 대한 다섯 가지 오해와 진실

[미래연 주간논평]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의존적인 존재다. 혼자만의 힘으로 세상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엄밀히, 그리고 단연코 단 한사람도 없다. 누군가 먹여주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영유아기를 지나야하고, 예고없이 찾아오는 질병과 장애를 이겨내기 위해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하며, 나이듦에 따른 신체의 노화는 불가피하게 또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해야 하는 절대적인 의존의 상태, 그것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의존'은 '독립의 결여'가 아니라 인간 생존의 또 다른 상태라고 보아야한다. 'care'의 우리말 번역인 '돌봄'은 이러한 '의존'의 실체이다. 여기서 돌봄에 관한 첫 번째 오해를 거둬내자. '돌봄'은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인가? 아니다. 돌봄은 우리 모두의 보편적 상태라는 것이다.

'돌봄'을 사회제도적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흔히 새로운 사회적 위기라 일컫는 저출산고령화, 가족내 돌봄의 부재 등과 더불어 유효수요의 창출에 따른 새로운 고용의 진원지로 '돌봄' 영역이 언급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돌봄을 정책의제로 접근한 것은 참여정부였으며 이는 '사회서비스 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시작되었다. 그러면 돌봄은 일자리 정책일까 사회서비스 정책일까. 돌봄에 관한 두 번째 오해, 돌봄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돌봄'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ILO는 돌봄이 구체적인 노동이라고 언급했다. 달리(M.Daly)라는 학자는 돌봄노동을 "의존자의 상태를 나아지도록 하는 개인 대 개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이라고 정의한다. 즉 돌봄은 이를 제공하는 사람과 이용하는 사람이 있으며, 돌봄제공자는 구체적인 노동을 제공하므로 노동자인 것이다. '돌봄'에 관한 세 번째 오해가 여기에 있다. 돌봄은 시장노동과 달리 애정과 헌신에 의해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라는 오해이다. 돌봄은 정서적 활동에 제한된 것이 아니며 구체적인 노동이 수반되는 행위이며 그런 점에서 돌봄제공자는 돌봄노동자인 것이다.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 즉 돌봄제공자는 대부분 여성들이 많다. 이들은 보수를 받기도 하고 안받기도 한다. 제도화된 돌봄서비스 영역인 보육, 간병, 요양 등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임금을 받으며, 이를 가족안에서 수행하는 경우에는 무임이 대부분이다. 우리 주변의 대다수가 경험하듯이 '돌봄'을 가족안에서 여성이 온존히 책임지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60대 사회복지학자는 노모를 돌보기 위해 5명의 자녀가 순번을 정해서 보살펴도 고충이 많다고 토로한다. 돌봄은 가족구조의 변화, 경제활동상태의 변화와 더불어 가족이 책임질 수도, 여성이 전담할 수도 없는 일이 되었다. 돌봄에 관한 네 번째 오해는 '돌봄은 여성과 가족의 일이다'는 오해이다. 돌봄은 더 이상 여성만의 일이거나 가족만의 일이 아니다. 사회와 국가가 개입해야만 하는 일이다.

돌봄을 이용하는 사람 즉 어린이, 노인, 환자나 장애인들은 좋은 돌봄을 제공받고 싶어한다. 이른바 돌봄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돌봄노동은 재화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상대로 개인적인 서비스를 통해 욕구를 충족해야하는 특징을 가진다. 좋은 품질의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의 경제적, 사회적 상태가 안정되어야 한다. 최저임금, 장시간노동, 그리고 불안정한 고용상태에서 상대방의 필요와 욕구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기란 어렵다. 돌봄의 공공적 윤리가 작동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장이나 기업의 이윤창출구조에서 기대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돌봄에 관한 다섯 번째 오해, 시장과 경쟁기제를 통해 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수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안정과 보호기제만이 돌봄의 특성을 구현할 수 있게 한다.

'돌봄'에 관한 위의 다섯가지 오해를 거둬내면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 모두의 보편적 상태인 돌봄관계에 국가와 사회가 개입하여 돌봄노동자의 안정적 지위를 통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하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복지국가의 돌봄서비스는 우선적으로 보육, 요양, 간병을 중심으로 공공모델로 접근하여야하며 이러한 방향하에 전달체계의 개편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 원제 : 돌봄'에 대한 오해와 진실-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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