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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유교로 문화강국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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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유교로 문화강국이 될 수 있을까?

[中國探究]

중국문화의 특질과 공산화

중국은 시간적으로는 과거 수 천 년에 걸쳐 발전한 '역사체'인 동시에 공간적으로는 광대한 지역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회체'이다. 이 같은 시공 속에서 중국민족이 발전시킨 것이 중국문화다.

시공에 대한 중국인들의 적응으로 이루어진 중국문화는 그 특유의 조건으로 말미암아 다양성과 이질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시간적인 면에서 볼 때 유가의 경우, 선진유가(원시유가), 한당유가, 송명유가 및 청유가로 구분할 수 있으며, 그들은 그들 특유의 정신과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공간적인 면에서 볼 때 중국은 동서가 특성을 달리하고 있다. 그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천리의 습관이 같지 않고'(千里不同風), '백리의 시속이 다르다'(百里不同俗)는 것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 중에 "동질성을 찾아 같이 하고 이질성은 그대로 존치시켜 둔다"는 구동존이(求同存異)란 것이 있다.

그러나 유가의 윤리규범이나 유가식의 가정생활은 공간적 제한을 벗어나서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중국문화의 보편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다른 것(異) 중에 같은 것(同)을, 같은 것(同) 중에 다른 것(異)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중국문화가 고도의 체계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처럼 중국문화가 체계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는 가운데서 그 문화를 주도 한 것은 유가였다. 유가가 중국문화를 주도하면서 문화의 형식과 규범을 형성·발전시킨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 모른다. 그 결과 유가 이외의 묵가나 도가 그리고 불가 및 그 밖의 것들은 자연히 종속적인 지위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문화적인 시각에서 중국공산화를 말하려고 할 때는 유가와 관련하여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간략하게 언급한다면, 농업위주의 중국사회에서 토지의 공정한 배분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다룬 건 유가였다.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공산주의에 대응할 수 있는 자본주의는 중국 특유의 경제구조와 유가사상 아래서는 발전할 수가 없었다.

또한 유가정치사상에서 일관되게 강조되어 온 것은 민본사상이다. 유가의 민본사상은 애민(愛民)과 위민(爲民), 안민(安民)과 보민(保民)으로 표현되었다. 이런 것들이 강조되면 될수록 백성은 사랑과 보호의 대상으로 전락하여 정치적인 주체의식은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정치적 주인의식을 전제로 한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잃어버림으로써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중, 'for the people'만을 강조하다보니 절대다수의 중국인들은 인민의 해방과 평등을 강조하는 공산주의에 보다 쉽게 영합할 수 있었다.

유가가 중국문화를 주도한 데에는 유가의 천하사상을 빼놓을 수 없다. 유가는 그들의 천하사상을 '천하가 한 가정과 같다'는 천하일가(天下一家)와 '사해동포가 형제'(四海兄弟)라는 관념으로 발전시켰다. 이 같은 관념은 세계적화를 최후 목표로 하는 중국의 공산화를 보다 쉽게 하였을 것이다. 이 밖에도 중국공산화의 문화적 배경으로 종교의식이나 과학적 인식이 비교적 빈약하다는 점을 들 수도 있겠으나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다.

중국문화의 실상과 방향

30여 년 전부터 실시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중국 특유의 경제적 기적을 이루었다. 그 결과 중국은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처럼 문화수출국으로서의 문화를 발전시키지도 못할 뿐 아니라, 고도의 문화를 수출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중국의 문화적 소재들이 서방세계로부터 가공되어 중국에 역수입되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하여 일찍이 영국의 마거릿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 전 총리는 중국이 영원히 세계강국이 되지 못할 것이라 단언한 적이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녀는 중국이 단지 TV수상기만을 수출할 뿐, 사상과 이념은 수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은 적이 있다. 사실상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기록한 무역흑자와는 달리, 문화영역의 상황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즉, '문화의 적자'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국무원 산하의 신문출판총국(GAPP)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0년 전국 출판물 수출입업체의 수입 도서, 신문, 잡지, 멀티미디어제품 및 전자출판물은 총 90만5천 여 개, 수입총액은 3억7,391.2달러로 동기 동일 상품의 수출총액(3,758.2만 달러)의 10배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현재 중국은 과거의 문화수출국에서 문화수입국으로 전락하여 심각한 문화적 역조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방 세계의 문화가 중국의 대중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사실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국가적 차원의 문화안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기도 하다. 특히 최근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 17기 6중 전회가 이런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드린 것 같다. 이번 회의는 문화체제에 대한 대대적 변혁을 통해 중국문화의 번영을 강조함으로써 문화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중국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한 회의로 평가되고 있다. 회의의 요지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해 국제화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하겠다.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국정부의 인식은 '문화의 경제화'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경제적 역량을 바탕으로 하여 문화와 예술을 육성·발전시키겠는 것이다. 그동안 이룩한 경제적 성과에 대한 자신감과 지난 30여 년간의 경험이 이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중국의 문화 사업을 경제적 논리와 연계시켜 산업화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드릴 수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사례를 들먹이면서 미국이 문화강국이 된 배경에는 경제력이 뒷받침되어 있었고, 강력한 미국의 경제력이 '문화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고 분석·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문화 사업을 이렇게 인식하고 있는 중국은 문화대국이 되기 위한 롤 모델(role model)을 미국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문화산업이 가지고 있는 규모가 결국 거대한 사회·경제적 이익을 창출한 것을 고려할 때, 중국도 문화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확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교문화의 재건과 미래
▲ 공자 초상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의 공산화에 유가의 전통이나 문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부정과 타도의 대상이었다. 그 같은 부정과 타도는 멀리는 청말 진보적인 지식인들에 의해 추진됐고, 가깝게는 중국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전개되기도 했다.마르크스·레닌주의를 지도이념으로 받아들인 그들 공산주의자들은 중국의 전통문화에 대하여 매우 파괴적이었다. 파괴의 일차적인 대상은 유가중심의 전통문화였고, 그 다음으로는 불교문화와 청말 이후의 근대문화(민주주의)에 대해서도 파괴적이었다. 이 같은 파괴적 행각은 문화대혁명에서 전통적인 사상, 문화, 풍속, 습관에 대한 이른바 파사구(破四舊)와 입사신(立四新)으로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처럼 중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부정적이고 파괴적이던 공산중국이 2000년대를 전후해서 긍정적 내지 건설적으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2004년 11월 서울에 제1호 공자학원 설치에 이어 2009년 4월 현재 81개 국가에 324개의 공자학원을 개설하였다. 그리고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는 공자의 제자들을 등장시켰는가 하면 텐안문 광장에 공자의 동상 건립(후일 철거)과 공자라는 영화를 제작·방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추세는 중국공산당의 지도에 따른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현재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이나 지식인들은 이미 '유교 사회주의' 또는 '유가(儒家)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2002년 집권한 후진타오(胡錦濤)가 강조하고 있는 '허셰(和諧: 조화)사회'나 '이인위본(以人爲本: 사람이 중심)'은 지극히 유가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일러 '유교 사회주의'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중국의 지도자들이나 지식인들이 유교에 관심을 가지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내재적인 이유로 중국이 근대화의 딜레마에 직면하면서 그들 고유의 문화적인 자산 속에서 해결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외재적인 이유로 유교를 학술적인 관점에서 보기보다는 실용주의적인 입장에서 유교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그들의 문화인식과도 일치하고 있다. 그들의 문화인식야 어떻든 간에, 유교문화에 대한 관심과 건설은 가면 갈수록 그 폭과 깊이는 확대·재생산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국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이미 파괴된 것을 복원하는 데는 보다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본래 문화란 긴 세월 속에서 서서히 자란 역사적 유산이란 사실 때문에 그렇다. 더욱 세월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유교문화에 대한 부정과 긍정, 파괴와 건설을 어떤 논리와 이론으로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느냐 하는 문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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