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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200만 공공 노동자 총파업…32년만에 최대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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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200만 공공 노동자 총파업…32년만에 최대 규모

캐머런 정부 긴축정책에 항의…"내 연금에 손대지마!"

영국 보수당-자민당 연정의 긴축 정책에 항의하는 공공부문 노조의 총파업이 30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시작됐다. 파업 참가자는 무려 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978~79년의 총파업 '불만의 겨울'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파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24시간으로 예정된 이날 파업에는 병원, 공항, 철도, 항만 노동자들과 공무원들이 대거 참여한다. 법원, 직업소개소, 운전면허 시험장과 도서관, 시민센터 등도 업무가 중단된다. 교사들의 파업으로 인해 영국 학교 90%가 문을 닫는다.

런던에서는 2000개 학교가 문을 닫는 등 파업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영국 노동조합회의(TUC)가 이끄는 시위대는 도시를 가로질러 행진할 예정이다. 히스로 공항의 직원 수천 명도 파업에 가세하면서 출입국 심사 업무가 12시간가량 지연될 것으로 예상됐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유니슨 노조 사무총장 로드니 비커스태프 등 노동계 지도자들이 이끄는 시위대가 에딘버러 중심부를 지나 행진해 주의회 앞에서 벌어질 대규모 집회에 합류할 계획이다. 그밖에도 웨일스와 북아일랜드 등 영국 전역에서 관련 집회와 행진이 예고됐다.

▲30일 이른 오전(현지시간) 한 파업 참가자가 런던 시청 앞에서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연금개혁안이 문제의 핵심"

노조는 정부가 내놓은 연금개혁안과 공공부문 임금 동결 조치 등 재정 긴축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핵심 쟁점으로 새 연금개혁안을 지목했다. 정부의 안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더 오래 일하고 분담금을 더 많이 내야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정부는 공무원연금에서 사업주(국가)의 부담분을 낮춘 대신 개인 부담분을 더 늘렸다. 또 2034년부터 연금 수급 연령이 65에서 67세로 상향조정되는 당초 계획이었지만, 정부가 내놓은 새 개혁안은 8년 앞당겨 2026년부터 적용되도록 했다.

또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의 29일 발표는 이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오스본 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 공공부문의 임금은 기존 계획대로 2012년까지 동결되며 그 후에도 2년간 1% 이하로 상승률이 제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임금 삭감인 셈이다. GMB 노조 지도자 폴 케니는 "오스본 장관의 발표로 협상 가능성은 날아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총리실은 "(파업으로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며 문제를 대화로 풀자고 주장했다. 프랜시스 모드 내각 담당 장관도 "노조 지도자들의 말보다는 주어진 제안에 대해 살펴볼 것을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드 장관은 현재 공무원들의 연금 제도도 충분히 좋다는 취지로 "민간 영역에서는 거의 즐길 수 없는 연금"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노동당 고위당직자도 파업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노동당 '가상 내각'(섀도우 캐비닛)의 노동 분야 담당인 레이첼 리브스는 <BBC> 방송에 "우리는 파업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파업은 실패의 신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브스는 그러나 "우리는 정부가 저임금을 받고 있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것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임금이 사실상 2년 더 동결되는 것을 지켜봤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왜 파업을 하는지 이해한다. 사실상 이들에게는 세금 인상이 있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 '진퇴양난'

그러나 보수당-자민당 연정이 내놓은 해법도 나름대로는 '고심' 끝에 내놓은 것이라 이제 와서 선뜻 철회하기도 어렵다. 오스본 장관이 파업 전날임에도 노조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보다는 공격적인 공공부문 임금 동결 방침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영국 예산책임국(OBR)은 향후 5년 간 영국 정부가 1110억 파운드의 부채를 추가 발행해야만 하며 실업자는 280만 명이 넘을 것이고 삶의 질도 2013년까지 계속 저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공부문에서만 71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잘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긴축정책으로 40만 개의 공공부문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기존 예상보다 더 악화된 전망이다.

영국 정부는 유로존 위기와 심각한 정부 재정 적자 등 '내우외환'을 맞은 상황에서 긴축정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강조하고 있다. 2011년 영국 경제는 0.9% 성장했으며 내년도 성장률은 0.7%로 예측되고 있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2년 반 동안 영국 중앙은행에 의해 0.5%로 유지돼 왔던 초저금리 정책이 지속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또 이번 회계연도에 1270억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 재정 적자를 2015년까지 530억 파운드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 공공부문의 긴축으로 50억 파운드를 확보해 교육 등 기초 사회간접자본 정비에 쓴다는 계획이다. 오스본 장관은 "다른 유럽 국가들이 침체에 빠진다면 영국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의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서 영국은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TUC 등 노동계에서는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서민층의 부담을 줄여 경제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낮추고 정부에 의해 무산된 양육비 세액공제 혜택 증대를 실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관련 사회단체들은 정부의 양육비 세액공제 축소 때문에 10만 명의 아동이 빈곤선 이하의 상태로 추락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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