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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장기집권 예멘 대통령, 퇴진안에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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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장기집권 예멘 대통령, 퇴진안에 서명

시위대 "면책특권 인정 용납못해…살레 재판받아야"

33년간 장기 집권해 온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권력 이양안에 공식 서명함으로써 사실상 권좌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살레는 튀니지의 벤 알리, 이집트의 무바라크, 리비아의 카다피에 이어 '아랍의 봄'으로 실각한 4번째 권력자가 됐다.

'면책특권' 보장하자 마침내 사인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걸프협력회의(GCC)의 중재안에 서명한 살레는 다음주 중 신병 치료차 미국 뉴욕으로 향할 것이라고 반기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밝혔다.

살레는 합의안에 서명한 후 권력 이양이 민주적이고 평화롭게 이뤄져야 한다며 "예멘은 이번 위기를 복구하는 데 몇십 년은 걸릴 것"이라고 심술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시위를 '쿠데타'라고 부르거나 지난 6월 자신의 부상을 가져온 대통령궁에 대한 공격을 '스캔들'로 칭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예멘 관리는 "살레에 관해서라면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며 "최소한 지금으로서는 그가 당분간(for some time) 사우디에 머무르는 것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예멘에서는 2월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이래 140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반정부 성향 인권운동가 타와쿨 카르만은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자신의 퇴임과 부통령으로의 권력 이양을 골자로 하는 걸프협력회의(GCC) 중재안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방 중재 합의안' '면책특권 보장'이라는 근본적 한계

살레는 과거 이와 유사한 중재안에 몇 차례씩이나 서명하기를 미뤄 왔지만 이번에는 면책특권 보장을 대가로 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멘 야권 대표단도 살레의 서명 후 같은 장소에서 합의안에 서명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살레는 30일 내로 대통령의 권한을 압둘 라부 만수르 하디 부통령에게 이양하며 하디 부통령은 야당 중심의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해 3개월 내 대선을 치러 새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살레는 다음 대선 전까지 형식적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한다. 미국 <CNN> 방송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살레가 영구히 사우디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우디에는 23년간 권좌에 있었던 튀니지의 전 독재자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또한 망명중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지난 6월 대통령궁에 대한 반군의 공격으로 부상을 입은 그가 치료차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처럼 '원격 조종'을 통해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살레 일족은 여전히 군과 정보기관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이 이후 상황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또 살레의 서명을 이끌어낸 것은 그와 그 일족‧측근들에 대한 면책특권의 보장이지만 이는 시위를 이끈 예멘 야권 및 시위대의 '살레 처벌' 요구와는 다른 것이다. 이는 서방의 지원을 받은 GCC가 중재 역할을 맡으면서 합의안 내용을 짰다는 근본적인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 반정부 세력으로 제1기갑사단을 이끄는 알리 모르센 알아흐마르 장군 등 강력한 무장세력들이 합의안 채택 과정에서 배제된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시위대, 기쁨과 분노 섞여"

때문에 지난 10개월간 계속된 시위 사태가 이제 끝나리라고 보는 것은 성급한 전망이다. 실제로 예멘 시민들 사이에서는 혼재된 반응이 터져나왔다. 일부는 살레의 퇴진을 축하했으나 많은 시위대들은 살레에게 면책특권을 허용하는 어떤 합의에도 반대한다며 시위를 이어갔다.

예멘 수도 사나의 거리에서는 기쁨에 춤을 추는 모습도 관측됐지만 시위대 일부는 이같은 합의안의 내용이 '피의 순교자'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합의에 대한 예멘인들의 반응은 기쁨과 분노가 섞인 것이었다"고 묘사했다.

방송은 살레의 면책특권 허용에 항의하는 새로운 시위가 준비되고 있다며 많은 예멘인들은 살레의 퇴진을 '당장의 승리'로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예멘 시위를 주도해 온 청년위원회 대변인 왈리드 알 아마리는 합의안의 내용에 대해 "시위대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예멘 청년단체 활동가 이브라힘 모하메드 알사이디는 "젊은 혁명가들에게 이번 합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서방과 사우디 등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환영 성명을 통해 "(합의안은) 예멘 국민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고 "모든 당사자가 권력이양 합의 사항의 이행을 위해 신속하게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성명을 내고 "(권력이양) 동의는 예멘 민주주의의 시작에 불과하지만 매우 중요한 첫 걸음"이라며 "이제 모든 예멘인이 서로 차이를 배제하고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국왕 또한 이번 합의로 "예멘 역사의 새 페이지가 열릴 것"이라며 환영했다. 살레의 처벌을 끈질기게 요구하는 예멘 국내 반정부 세력과 국제사회의 반응이 온도차를 보이는 것은 유혈사태 종식이라는 인도적 우선순위 뿐 아니라 알카에다 세력의 발호와 난민 발생, 특히 인접국인 사우디로 '아랍의 봄'이 번질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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