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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국격' 추락시킨 베를루스코니, 조롱·야유 속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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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국격' 추락시킨 베를루스코니, 조롱·야유 속 퇴진

온갖 추문에도 버티더니…국채이자율 급등에 무릎

숱한 성추문과 부패 의혹, 말실수 등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12일 오후(현지시간) 공식 사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날 하원에서 경제 안정화 법안이 통과된 직후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을 만나 사임을 표명했고,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그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로마 시내의 총리 집무실과 하원 의사당 앞 광장에 모여 있던 수천명의 군중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1994년 정계에 입문한 언론재벌 출신 베를루스코니는 17년 정치경력 중 10년 동안 총리를 세 번 지냈다. 그러나 2008년 세 번째로 총리직에 복귀한 이후에만 51번의 신임투표에 직면했을 정도로 미성년자 성매매 등 온갖 성추문과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알았다. 그러나 이탈리아 경제를 뿌리째 흔드는 시장의 공세와 압력을 당해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 총리 사임 소식에 환호하는 로마 시민들 ⓒAP=연합뉴스

이탈리아 국격 추락시킨 총리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8일 2010년 예산지출 승인안 표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한 사실이 확인되자 유럽연합(EU)에 약속한 경제안정화 법안이 통과되면 사임하겠다고 밝혔었다. 이에 상원은 11일 연금 개혁과 일부 국유재산 매각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안정화 법안을 찬성시켰고, 하원도 다음 날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그러자 베를루스코니는 총리 관저에서 마지막 내각회의를 주재한 뒤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갔다. 그가 승용차를 타고 출발할 때 시민들은 '어릿광대' 혹은 '마피아'라며 야유를 보냈다. 이 광경을 본 베를루스코니는 "매우 씁쓸하다"고 말했다고 <안사>(ANSA) 통신은 전했다.

고향 밀라노에서 건설업으로 성공한 뒤 복합 언론기업 '메디아세트'를 설립해 언론재벌이 된 베를루스코니는 1994년 '포르자 이탈리아'라는 정당을 이끌고 혜성처럼 정계에 등장해 곧바로 총리가 됐다.

북부연맹의 연정 탈퇴로 첫 임기 시작 후 몇 달 만에 사임해야 했지만, 2001년 5월 총선에서 총리직에 복귀했다. 2006년에는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가 2년 후 프로디 정부가 붕괴하자 현 집권당인 자유국민당(PdL)을 결성해 세번째 총리직에 올랐다.

'스캔들의 제왕'이란 별명을 얻은 그는 부인으로부터 이혼도 당했고, 저택에서 종종 심야 비밀파티를 벌여 '붕가붕가 파티'라는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을 비하하는 언행으로도 구설수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지지율을 자랑하던 그는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이탈리아로 번지고 국채 이자율이 위험 수위로 급등하자 마침내 권좌에서 내려왔다.

총리직을 떠난 75세의 베를루스코니는 앞으로 미성년 성매매, 권력 남용, 소유 기업의 세금포탈, 법정 위증교사 및 뇌물 공여 등 3건의 재판에 나서야 한다. 이에 따라 그가 해외 망명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여론이 달라지면 다시 정계로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거국내각 구성돼도 첩첩산중

이탈리아의 새 총리로는 유럽연합(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을 지낸 마리오 몬티(68) 밀라노 보코니대학 총장이 유력하다. 경제 위기를 타개할 중립 성향의 관료 중심으로 새 내각 구성을 준비 중인 몬티 거국내각은 이르면 13일 오후 출범할 예정이다.

베를루스코니의 자유국민당(PdL)은 몬티 거국내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보수 정당인 북부연맹이 반대하고 있지만, 최대 정당인 자유국민당이 지지하고 나섬에 따라 몬티 내각 출범은 중대한 문턱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의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도 몬티 내각을 지지하고 나섰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채 금리 급등에 따른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정치 리더십 교체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13일 각 정파 대표들과 만나 새 내각 구성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의회를 통과한 경제안정화 방안에는 연금 지급 시기 연기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 노동계와 서민들의 희생과 양보를 요구하는 사안들이 포함돼 있어 거국내각의 경제 개혁에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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