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원자력 발전소 폐기 정책으로 인해 스웨덴의 국영 에너지 기업 바텐팔으로부터 '투자자 국가 소송'(ISD)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된 ISD는 정당한 공공정책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한국의 공공정책 자율권은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는 정부의 설명과 정면 배치되는 해외 사례다.
독일 뒤셀도르프 지역의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와 이를 인용한 <슈피겔>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바텐팔은 올해 크리스마스 경 독일 정부를 상대로 자신들이 소유·운영한 원전의 가동 중단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10억 유로(약 1조5400억 원)의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소송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로 가게 된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지난 2010년 원전의 단계적 폐기 방침을 바꿔 오래된 원전의 운영 기간을 8~14년 연장했다. 바텐팔은 독일 정부의 당시 결정을 본 뒤 독일 함부르크 부근의 브룬스뷔텔 원전과 크뤼멜 원전에 7억 유로를 투자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터지자 기존의 정책을 뒤집어 두 원전을 포함한 8개 원전을 즉각 폐쇄했다. 2022년까지는 독일 내 원전 모두를 폐쇄하기로 했다.
이에 바텐팔은 자신들의 투자금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바텐팔은 이미 2009년 자신이 운영하던 함부르크-모어부르크의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한 독일 정부의 환경 규제에 맞서 14억 유로의 소송을 ICSID에 제기해 2010년 독일 정부의 배상을 받아냈다.
바텐팔은 이번 원전 소송의 근거로 '에너지 헌장 조약'(Energy Charter Treaty)에 있는 투자자 규정을 들고 있다. 투자자 규정이란 조약에 서명한 국가는 투자자에 대한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한미 FTA에도 포함되어 있다. 이 규정은 해외에서 일어나는 ISD 제소 근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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