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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수적 동아시아 전문가 "일본 우경화 한국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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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수적 동아시아 전문가 "일본 우경화 한국에 도움"

[동아시아와의 인터뷰]<13> 마이클 그린 전 NSC 아시아 국장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은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적 성향의 동아시아 전문가로서 현재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CSIS)의 일본실장이자, 조지타운대학의 국제관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부시 행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으로 재직하면서 6자회담과 한미동맹, 미·일동맹 등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을 총괄하기도 했다.

인터뷰는 2012년 12월 7일 평화네트워크 인턴 은종훈씨가 미국의 조지타운대의 마이클 교수 연구실을 찾아가 진행되었다. 비록 4개월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와의 인터뷰는 한일관계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용하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조지타운대 교수이자 전 NSC아시아국장인 마이클 그린(오른쪽)이 평화네트워크 은종훈(왼쪽) 인턴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평화네트워크

당신은 학자로서, 또는 정부 고위 인사로서 다양한 아시아 관련 이슈들을 다뤄왔다. 현재의 아시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제 정세에서 아시아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아시아는 경제적으로도 더 많이 성장하고 있고, 역내 패권경쟁도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세기에는 패권 다툼과 불확실성의 대륙이었던 아시아는 21세기가 되면서 높은 상호의존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아시아는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일하기에 가장 흥미로운 곳이 아닐까 싶다.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에 세계 패권의 두 라이벌인 미국과 중국, 그리고 동아시아 경쟁국들인 일본과 중국 사이의 관계에 큰 긴장이 조성될 것이라고 본다. 또한 한국이나 인도네시아와 같은 중견국들의 움직임 또한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미-소 냉전의 종식 이후 동아시아가 더 평화로워졌다고 생각하는가?

대규모 전쟁의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본다. 소련이 더 이상 미국이나 우리의 동맹국들과 대치하고 있지 않고, 미소 양국의 미사일이 적색경보(red alert) 상태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 북부나 해안에서 소련과 미국의 군사력이 대치하고 있지도 않다. 그러니까 당연히 냉전 때에 비하면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대규모 전쟁의 위협은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소규모 분쟁들도 줄어들었다. 1979년에 베트남은 캄보디아를 침략했고,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했으며, 중국과 베트남 간 분쟁이 있었지만 냉전 이후에는 그러한 분쟁이 감소하지 않았나. 수소폭탄을 이용한 미소 간의 제3차 세계대전뿐 아니라 훨씬 작은 분쟁이나 대리전 역시 냉전 종식 이후 빈도가 줄어들었다.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략은 냉전 중 미소 간의 대리전이나 다름없었다. 그전에는 중국과 소련의 분쟁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중국의 경제 발전이 더뎠으며, 냉전의 두 세력, 미소 양극 체제 간의 경쟁이 심했고 이는 여러 분쟁의 원인이었다. 반면 오늘날은 경제적으로 더욱 발전했으며, 상호의존성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중국과 베트남과 같은 국가들의 정당성은 군사적 성과보다 경제적 성과에 의해 확보되는 측면이 훨씬 커졌다. 그러니 아마 과거에 비해서는 더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과 같은 불확실한 위협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영토 분쟁도 일어나고 있다. 독도를 두고 한국과 일본 간의 무력충돌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문제는 미국에도 상당히 난감한 사안이지만, 전쟁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영토분쟁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남사군도, 서사군도 등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러한 영토분쟁은 우발적인 무력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중국이 예전에 비해 그만큼 강력한 국가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점점 강해지면서 향후 5~10년간 아시아의 정세에는 긴장감이 맴돌 것이다. 하지만 냉전 당시에 비해서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여전히 위험은 있지만 말이다.

조금 전에 말했듯, 센카쿠열도를 두고 중일 간 영토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미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미국은 일본의 편을 들 것인가?

물론 영토분쟁에 관한 미국의 공식입장은 언제나 중립이다. 그것이 '독도냐 다케시마냐'의 문제든 혹은 다른 어떤 분쟁이든 미국은 타국의 영토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일본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북쪽 영토 논쟁에 있어서 미국이 60여 년간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만약 중국이 무력으로 일본을 자극한다면, 미국은 이에 대응할 것이다. 이것은 확신할 수 있다.

미국은 일본의 편에 선다는 말인가?

그렇다. 미국은 일본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얼마나 반응할 것이냐는 건데 이는 일본이 중국을 자극하든 안 하든 간에 중국이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만약 중국이 군사력을 동원한다면, 즉 해양 감시선 등이 일본의 해양 감시선을 공격한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되겠는가? 과거 여러 차례 중국의 어선이 일본의 해역에서 도발한 적이 있었다. 만약 그것이 어선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감시선이라면 어떻게 될까? 만약 중일 양국의 군함이 출동하고 몇 발의 총격을 주고받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만약 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무력을 행사한다면, 미국은 일본에 추가적으로 군대를 파견할 것이고, 미일 해군 간 합동훈련도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위험수위가 높아졌다고 판단하여 국방예산을 늘릴 것이다. 아마 미국은 미-일-인도, 미-일-호주, 한-미-일 동맹을 더 강화하여 평화를 사랑하는 민주세력이 수동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은 무엇이든 할 것이다. 해군력 강화와 같은 중국에 대한 전략적 비용의 증가는 미국의 국방예산을 증가시키거나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미국이 중국 함정에 직접적 타격을 가할 것인가'라는 질문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매우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

한일 간의 영토 분쟁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일 간의 군사 충돌을 말하는 거라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매우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다시 방문하겠다고 하는 등 동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을 자극하고 있다. 물론 이는 매우 나쁜 것이다. 미국에도 이는 절대 좋지 못한 일이다. 만약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기뻐할 것은 북한이기 때문이다. 한일간의 불협화음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압박을 분산시킨다. 중국에도 한일 간 갈등은 나쁠 것이 없다. 미국의 우방국들 사이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에 있어 한일 간의 갈등은 절대 좋을 수 없다. 우리는 한일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일본이 독도에 배를 보내는 등 도발적인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시 말하지만 일본과 한국의 해상 총격전과 같은 군사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연합지휘체계를, 일본과도 군사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은 두 동맹국 사이의 군사 충돌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한국이 독도의 실효 지배 국가라는 것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 내가 얘기를 나눠본 일본의 어떤 고위 관료들도 독도를 침략하거나 배를 보내는 등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다만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일본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일본이 독도에 관해 하는 행동들은 모두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목적에 의한 것이다.

▲ 센카쿠 해역 일대에서 대치중인 일본 해안경비선(위)과 중국 해양감시선(아래) ⓒAP=연합뉴스

하지만 센카쿠열도에 대해서는 다르다. 센카쿠열도의 경우 중국이 계속 더 많은 배를 보내고 있고, 점점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센카쿠 분쟁의 경우 일본이 실효 지배 국가로서 독도 분쟁에서의 한국 입장과 같은데, 중국이 점점 더 많은 배를 보내면서 일본이 지배권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점점 일본을 제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본은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지배권을 되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독도에 관해서는 일본이 그 정도까지 시도하는 건 아니지 않나. 미국이 독도 문제에 있어 쉽게 중재를 하거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은 한일 양국이 좀 더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는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일본 전문가로서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논란을 어떻게 보는가?

일본의 우경화라 하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보수화를 말하는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세 가지 측면에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로, 일본이 평화헌법을 폐기하려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그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이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일본의 1인당 국방예산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바베이도스와 트리니다드토바고, 버뮤다와 비슷하다. 그리고 이런 국가들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카리브해의 나라들이다. 일본처럼 북한 및 중국과 접하고 있는 나라가 아니란 말이다. 즉 일본의 국방예산은 너무 낮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일본이 국방예산에 더 많은 돈을 쓰면 한국에도 이로울 것이다. 일본이 국방비를 더 지출한다면, 미사일방어체제(MD), 핵확산 방지 등이 활성화될 것이고 더 많은 미군이 일본에 주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북한이 한국을 공격한다면 미국은 주일미군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주일미군은 한국 방어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하다.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 5027은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일본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우리는 일본 없이 이 계획을 수행할 수 없다. 수행에 필요한 군사력은 모든 주일미군을 말하며, 그들이 바로 한국으로 투입되는 것이다. 일본은 미사일 방어나 특공대, 테러리스트나 잠수함 등에 있어서 매우 취약함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한국 방어에 있어서 약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의 국방예산 증가는 한국에도 좋은 일인 것이다.

지금 일본의 국방예산은 너무 낮다. 일본이 평화헌법을 바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평화헌법을 바꾸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어쩌면 아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평화헌법의 해석에 있어서는 변화가 있을 것이고, 이는 아마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락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호주 등과 맺은 군사조약에는 집단적 자위권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미일동맹에는 이런 것이 없다. 제3국의 미국에 대한 공격에 대해 일본은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미국이 일본과 좀 더 군사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북한이나 중국의 공격 시에 필요한 미사일방어(MD) 등의 능력 강화를 위해 미일이 공동계획을 수립하고 훈련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것은 일본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주된 변화는 결국 미국과 일본의 강화되는 군사 협력일 것이라고 본다. 현재는 일본이 자국 방어에 많은 제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는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1998년에 모의 전쟁을 펜타곤에서 수행한 적이 있다. 나도 여기에 참여했었다. 이 모의 전쟁에서는 한미 연합군과 미일 연합군을 테스트 했다. 북한의 위협에 미국이 동맹국들과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시험한 것이다. 한미 연합군의 경우 매우 빠른 의사결정을 하였으며 계획에 대해 확실히 인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미일 연합군은 사무실에서 '어떻게 하지'라며 고민만 계속했다. 그때 한국은 일본이 북한 공격에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일본군이 한반도로 건너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저 지역의 방어, 해안의 방어, 그리고 일본 자신의 국토를 방어하는 것이다. 사실 이게 우리가 한국전쟁에서 승리한 방법이다.

그러니까 흔히들 말하는 우경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나는 이를 우경화가 아니라 일본이 좀 더 정상적인, 좀 더 평범한 군대와 군사 정책을 가지려는 시도라고 본다. 그리고 이는 결국 점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는 바람직하기도 하고 필요하기도 한 일이라고 본다. 무엇보다도 한국에도 유익하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가 한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논란의 소지가 상당히 커 보인다. 어쨌든 미국의 전략가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됐다. 일본 우경화의 두 번째 속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떤 일본인들은 '나를 반(反)일본, 친(親)한국'이라고 비난한다. 어떤 한국인들은 나를 '반(反)한국, 친(親)일본'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나는 친(親)미국일 뿐이다. 한일 관계 악화는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거꾸로 나는 한-미-일 3국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세 나라 모두에게 이롭다고 확신한다.

▲ 마이클 그린 전 NSC 아시아 국장 ⓒ평화네트워크

우경화의 두 번째 속성은 일본이 과연 주변국들을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위험 국가가 될 것인가의 문제다. 그런데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중국, 북한을 제외하고 생각해봐라. 인도네시아, 호주, 몽골,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인도, 뉴질랜드 등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일본이 더 강한 군사력을 가지길 원한다. 그들은 일본이 충분한 짐을 나눠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본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군사력을 갖길 원한다. 이들 국가들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걱정하지 않는다.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아시아의 어떤 국가도 일본의 군사력 증가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있지 않았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는 일본이 조금 더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조금 더 군사적 자율권을 갖기를 원했다. 그러니까 1930년대처럼 일본이 변모하여 군사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완전히 떠나지 않는 이상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도 이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국은 지대지 미사일을 개발하고 미국과 미사일 사거리 확장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이로써 미사일 사거리가 800km까지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이 우리를 공격할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당시 일본에서도 반응은 있었다. 그것은 시기심에 가까운 것이었다. 일본은 한국으로부터 군사적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한국인들의 우려는 언론이나 정치적 계산으로 인해 조성된 측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나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 나뿐 아니라 호주, 인도, 싱가포르도 걱정하지 않는다. 중국이나, 일부 한국인, 그리고 북한 사람들이 걱정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한국의 군사력 강화에 일본이 불안을 느끼지 않듯이 한국도 일본의 군비증강에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당신이 한일 군사협정에 적극 찬성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 나는 2012년 여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논란이 되었을 때, 양국 간 군사협력 강화가 한국에도 이롭다는 점을 5가지로 든 바 있다. 당시 한국 언론에 기고했던 칼럼의 요지는 이렇다. 첫째, 한반도에서 비상사태가 벌어질 경우 한·일 간의 군사협력이 없으면 양국 모두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간 정보교류가 없을 경우 북한이 양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공동 대응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둘째, 두 나라 간 안보협력이 강화될 경우 한국은 일본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일본의 군사안보정책에 발언권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한국은 미국에도 발언권도 높일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한국이나 일본이 같은 목소리를 낼 경우 미국은 거부하기 힘들었다. 넷째, 한국이 일본과 협력을 강화한다고 해서 중국과의 협력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국으로 하여금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서두르게 만들 수도 있다. 끝으로 북한에도 강력한 경고가 될 수 있다. 북한의 도발은 주변국들의 협력을 강화할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권고처럼 또다시 두 나라가 군사협정 체결을 추진하면 한일관계는 거대한 풍랑을 만날 것이다. 일본 우경화에 대한 세 번째 의견은 무엇인가?

한일 군사협정에 대한 한국의 반응은 잘 알고 있다. 나는 한국이 국익을 고려해서 판단해주길 바랄 뿐이다. 일본 우경화에 관한 세 번째 측면은 일본 리더들의 국가주의적 행동에 관한 것이다. 이는 일본 고위 관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이라든가 센카쿠열도에 무언가를 설치한다든가, 중국이 대만에 했던 것처럼 '독도는 일본영토'라는 여권을 만든다든가 등의 일들이다. 이는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마 이전보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일본 민주당의 약화에 있다.

일본 민주당은 중국, 러시아에, 심지어 한국의 이명박 정권에도 시달려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를 방문했고, 천왕을 국왕이라고 부르기도 하지 않았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2012년 8월 독도를 전격적으로 방문하고 일왕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 직후에 나는 도쿄에서 여러 일본인들을 만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념과 성향을 뛰어넘어 거의 모든 일본 사람들이 '왜 한국만 천황을 일왕으로 부르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중국도 천황이라고 부르는데 말이다.

일본 대중들은 주변국들 여기저기에서 시달리는 것에 매우 지쳐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정치인이라도 "내가 그들을 혼내주겠다!"라고 외친다면 인기를 끌게 되는 것이다. 일본이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압력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 압력을 가하는 입장이 될 것이라는 상징과 같은 것이다. 이는 일본에서 매우 인기 있는 전략이나 아직까지는 표면적이다. 만약에 일본 대중들에게 "고노담화를 일본이 철회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50% 정도는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한일관계와 미일관계가 악화될 텐데 그럼에도 철회해야 한다고 보는가?"라고 묻는다면, 10%만이 "그렇다"라고 답할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현재 우경화로 인식되는 일본의 현상들은 사실상 상징적이고 표면적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은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바쁘신데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한일관계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시민단체인 평화네트워크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됩니다.
(☞ 평화네트워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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