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의 중동 특파원 패트릭 콕번은 13일자 칼럼에서 "이란이 수표 위조범인 중고차 세일즈맨을 통해 멕시코 갱단을 고용해 사우디 대사를 워싱턴 D.C.에서 암살하려 했다는 주장은 이란의 고도로 세련된 정보기관에 대해 알려진 바하고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압델 알 주베이르 주미 사우디 대사 ⓒ로이터=뉴시스 |
그는 "몇몇 이란 전문가들은 혁명수비대 내에 '깡패 같은 일부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세력이 존재한다는 증거나 (혁명수비대가) 멕시코 갱단과 어울릴 납득할 만한 동기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의 확신에 찬 발표는 2003년 유엔(UN)에서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의 '미국은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갖고 있다'는 악명높은 주장과 놀랍도록 유사하게 들린다"고 꼬집었다. 그는 "음모의 수혜자는 네오콘들과 이란과의 전쟁을 오랫동안 주장해 온 극단적인 이스라엘 지지자들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디언> 12일자 분석기사에서 이는 (이란 혁명 수비대의 외곽 조직) 쿠드스의 통상적인 활동 방식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풀리지 않는 의문'이라며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제기했다.
△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진 대담무쌍한 계획을 승인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이란의 최대 적인 사우디, 미국,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는 일이다. 하메네이가 23년의 통치 기간 동안 일관되게 내세운 것은 체제의 안정성이었다. 유엔 제재를 피하려 핵 프로그램조차 속도를 조절했을 정도였다. 최근 이란과 미국‧사우디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과 사우디야말로 '아랍의 봄'과 팔레스타인의 유엔 회원국 승인 문제로 코너에 몰렸다. 하메네이가 왜 그런 음모를 꾸며 위험을 자초하겠는가?
△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미심쩍은 용의자이긴 하다. 그러나 아마디네자드는 쿠드스에는 거의 영향력이 없다. 또 그는 최근 오히려 2명의 미국 여행객들을 석방하며 미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고 새로운 우라늄 협상을 제안했다. 아마디네자드가 하메네이 몰래 이같은 음모를 추진할 능력이나 이유가 있겠나?
△ 쿠드스는 해외 활동에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이들은 (레바논 무장정치조직) 헤즈볼라 등 신뢰할 만한 대리자를 통해 활동한다. 쿠드스가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에 대해 몇 년간 조사가 진행됐지만 증거는 없었다. 1983년 레바논 베이루트의 미 대사관 폭탄테러나 1996년 사우디의 코바르 타워에 대한 공격 등이 대표적인 사건이다. 그런데 이번 음모에서는 대리자 역할을 미국으로 귀화한 중고차 상인 만수르 알밥시아르와 멕시코 갱단에 맡기려 했다. 쿠드스의 '전문성'이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한 것인가?
△ 음모의 핵심적인 증거는 계좌이체된 10만 달러(1억1000만원)다. 하지만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인해 이란 계좌에서는 미국으로 입출금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제3국을 거쳐 입금됐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게 어떤 나라인지는 알려진 바 없다. 미국이 돈이 부쳐진 계좌가 쿠드스와 연관된 것이라고 확신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 사우디 대사 살해 음모의 용의자 만수르 알밥시아르 ⓒ로이터=뉴시스 |
△ 알밥시아르는 자신의 사촌과 또다른 쿠드스 고위관계자가 사우디 대사 암살 계획을 승인했으며 이 고위관계자와 직접 만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고위관계자'란 쿠드스의 수장 카심 술레이마니인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증거가 없는 진술이다.
△ 이번 음모가 쿠드스 내 극단주의 성향 분파의 소행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쿠드스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내부 분열이 심한 조직일 것이고 관련 인물들에 대한 제거가 뒤따를 것이다. 선례도 있다. 1999년 사에드 에마미 정보차관은 상부의 승인 없이 일련의 지식인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에마미는 나토(NATO)를 공격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로 미사일을 밀반출하려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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