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국빈 방문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과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불가피하다"면서도 "동시에 많은 국가들은 안보, 평화, 민주주의 같은 가치들이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 점에서 미국의 재관여(reengagement)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진행됐으며 12일자 <워싱턴포스트> 칼럼을 통해 소개됐다. 칼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과 잘 지내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중국을 견제(counterbalance)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의 영토 주장과 지배에 대한 오랜 기억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아시아국가들)은 상당히 중국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부상으로 안보, 평화, 민주주의 등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지 우려스러우며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가 필요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의 반발을 불러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악화된 한중관계는 이로써 또 한 번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간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최우선 정책에 불만을 가져 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08년 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와중에 '한미 군사동맹은 냉전 시대의 유물'이라고 말한 바 있다.
▲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
이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청와대는 "대통령의 발언은 <워싱턴포스트> 칼럼에 나온 것과 다르다"며 "<워싱턴포스트>의 오보이며, 공식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어 "대통령은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아시아 국가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그런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을 뿐 미국의 재관여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는 자체적으로 정리한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긴 하지만 군사적인 것은 항상 위협을, 그것은 오랜 역사적으로 중국과 이웃나라 관계에 그런 것이 있었고 특히 요즘 아시아 국가들이 영토 분규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 상당히 두려워하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이 대통령이 "미국이 21세기에도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의 군사력은 (아시아에)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며 "미국은 과학기술, 특히 군사과학 기술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그걸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어느 정도 밸런스(균형) 유지에 대한 것도 미국이 생각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공개한 이 대화록은 <워싱턴포스트> 칼럼에 소개된 것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칼럼 외에 인터뷰 기사를 통해서도 "이 대통령은 미국에 대해 중국과 협력하는 한편으로 중국의 부상에 대한 균형자 역할을 하는 등 아시아에서 역할을 확대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재관여'라는 표현이 있느냐 없느냐만 다를 뿐 칼럼, 기사, 청와대 정리 대화록은 결국 같은 맥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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