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경찰은 스스로에게 '피닉스 존스'라는 이름을 붙인 23세 미국인 남성을 지난 9일 체포했다. 이 남성은 길거리 폭력사태를 막겠다며 여러 명의 행인들에게 최루 가스 스프레이를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마크 제이미슨 시애틀 경찰 대변인은 "단지 코스튬(특수 의상)을 차려입었다고 해서 그가 특별한 고려를 받아야 하거나 법 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남들이 싸운다고 그들에게 최루 가스 스프레이를 뿌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피닉스 존스'는 지난해 초부터 마치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몸에 딱 붙는 검은 고무옷에 검은 마스크 차림으로 시애틀의 거리를 활보했다. 동네를 순찰하는 등의 활동을 하던 이 남성은 지난 1월 차량 도난미수 사건을 해결해 주목을 받았지만 같은달 싸움을 말리다가 얼굴을 발로 차여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영화가 아닙니다.' 지난 2월 촬영된 미국 시애틀의 실존 수퍼히어로 '피닉스 존스'의 모습. ⓒAP=연합뉴스 |
존스는 이번 사건 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단지 자신은 싸움을 말리려 했을 뿐이라면서 당시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영상에는 존스와 그의 조수 '고스트'가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모습이 나온다. 영상 속에서 존스는 "당신이 내 눈에 스프레이를 뿌렸어!"라고 소리치는 한 여성에게 하이힐 구두로 구타당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접근하는 두 명의 남성에게 스프레이를 뿌리기도 했다.
존스는 이 사람들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그런 징후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시애틀 경찰은 존스에게 최루 가스 공격을 당했다는 피해 신고 사례가 최근 늘어났다면서 존스가 '범죄를 보면 섣불리 끼어들지 말고 경찰을 부르라'는 자신들의 권고를 무시하고 사건을 혼자 해결하려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존스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자원 활동가 피터 탄젠은 경찰이 정작 범죄에는 관심이 없고 존스의 "합법적" 활동을 가로막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하나의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9.11 테러 이후 미국에 만연한 정서가 상징적으로 나타난 것으로도 풀이된다. 테러리즘 등 '악'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없는 전쟁이나 암살 작전 등 불법·탈법·초법적인 행동들도 인정돼야 한다는 정서가 지난 10년 동안 미국 사회에 널리 퍼진 것과 '피닉스 존스'의 출현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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