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인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11일 공개한 2008년 8월 25일 작성의 미 국방부 감찰관 보고서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방위비분담금 가운데 약 100만 달러(약 11억6000만원)를 서울 용산기지 내 '드래곤힐' 호텔의 한국인 종업원에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래곤힐 호텔은 미 국방부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세출기관'도 아니며 자체로 매년 1650만~2190만달러(약 180억~230억 원)의 흑자를 내고 있었다.
미 국방부 감찰관은 이미 2008년 2월 이같은 지급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긴급 보고서를 발행했다. 감찰관은 "주한미군 법무감이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이같은 방위비분담금 사용은 USC2350j호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해당 미국 법률은 주둔국이 지급한 방위비분담금을 '비(非)인적 주둔비용'(NPSC)에 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 훈련중인 주한미군 장병들(사진 속 인물은 기사 내용과는 관계없음) ⓒ뉴시스 |
하지만 이에 대한 주한미군사령부의 입장은 '한국과 미국 간 체결한 이행약정에 따르면, 방위비분담금을 미군기지 내 한국인 고용원들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행약정의 내용과 주한미군사령부의 국방부 보고 내용에 차이가 있다는 것. 이행약정에는 방위비분담금을 인건비에 쓸 경우 "주한미군사령부가 고용한 한국인의 임금을 분담하는 현금지원사업"에 한정해 사용하기로 돼 있다. 주한미군이 미 국방부에 보고하면서 '사령부가 고용한'이라는 부분을 누락시킨 것으로 보인다.
2008년 8월 종합 보고서에서 감찰관은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비세출예산(NAF) 기관에 분담금을 사용하는 것을 중단하고 이미 지급된 돈은 환수할 것을 권고해 달라"고 국방부 차관에게 건의했고 차관과 국방부 재무담당 책임자 등은 이같은 건의를 받아들여 한 달 뒤인 9월 25일까지 권고사항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행 여부나 경과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현재 관련 사항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또 주한미군이 비세출 기관 고용인에 대해 분담금을 집행한 사실에 대해 한국 국방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동 의원실 관계자는 "국방부에 확인한 결과, 미국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방위비분담금은 모두 세출기관에 쓰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고 한다"면서 "국방부 입장도 비세출기관에 (방위비분담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선동 의원은 "이번에 확인된 건을 포함해 주한미군이 분담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는지 파악하는 감사원 감사가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전용한 금액은 모두 '한국에서' 환수해야 한다"면서 "내년 예정된 9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이를 반영해 분담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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