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린 전 지사는 5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 형태의 성명에서 "다른 인물이 대통령으로 선출되도록 도우면서 공화당의 대의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페일린은 "정권을 교체하고, 상원의 다수당 지위를 되찾고, 하원(에서의 우세)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일린은 "많은 기도와 진지한 고려"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면서 "나와 내 가족은 하나님과 가족, 국가를 위해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아닌 제3의 정당의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도 일축했다.
페일린의 불출마 선언은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페일린의 성명서 발표에 앞서 같은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그가 사실상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아웃'된 것과 다름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원들 중 66%가 페일린이 대선 레이스에 나서면 안된다고 답했다.
올해 47세인 페일린은 보수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미모와 특유의 독설 화법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으나 강경 보수 성향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던 논쟁적 인물이다. 지난달 페일린이 과거 마약을 흡입했고 문란한 성생활을 즐겼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 발간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페일린은 지난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로 출마하면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마저 페일린의 자질에 대해 큰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낙선 후 페일린은 2009년 7월 알래스카 주지사직을 내던지면서 워싱턴 정치 무대로 본격 진출해 차기 대선을 노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페일린은 오는 11일 시작되는 매일경제신문 주최 제12회 세계지식포럼에 특별연사로 참여할 예정으로 되어 있다.
▲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지난 4월 눈보라가 몰아치는 위스콘신주 매디슨을 찾아 공무원 노조를 비난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페일린의 발표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시사의 대선 불출마 선언 바로 다음날 나온 것이다. 공화당의 '잠룡'으로 분류되던 부동산 재벌 출신 도널드 트럼프와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도 지난 5월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 구도는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와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양강 구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피자 체인 '갓파더스 피자' 사장 출신인 허먼 케인 후보가 지난달 플로리다 예비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것이 변수로 꼽힌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미셸 바크먼, 론 폴 하원의원도 지지율이 중하위권이긴 하지만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현직 프리미엄'을 누를 만한 확실한 인물은 없다는 데에서 공화당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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