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직원인 피터 반 뷰렌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웹사이트 '톰디스패치'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블로그에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전문을 링크해 놓았다는 이유로 지난 1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국무부 외교안보국의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뷰렌은 "(외교안보국 조사관들은) 내가 내 시간에 내 집에서 내 컴퓨터로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봤느냐고 물으며 모든 국무부 직원이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에 올리는 글은 '발간' 전에 국무부의 사전 승인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뷰렌은 "내 범죄에 대한 증거는 지난달 블로그에 올린, 이미 인터넷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위키리크스 문서에 대한 링크가 포함된 게시물 뿐"이었다며 "외교안보국 직원들은 링크를 올린 것이 기밀문서를 공개한 것과 같다고 했지만, 이는 누구나 아는 웹사이트 링크를 올린 것이 일급비밀 문서를 훔쳐 옷 속에 숨겨서 중국 스파이에게 건넨 것과 법률적으로 같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예를 들어 누군가가 <CNN> 뉴스를 링크했다고 해서 (뉴스 내용을) '공개한' 것은 아니며 이미 존재하는 것을 한 번 보라는 정도의 의미일 뿐"이라면서 "이는 버스에서 옆자리 사람에게 신문에 실린 기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것 좀 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하지만 조심하라. 만약 들고 있던 신문이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라면 해당 기사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전문을 인용했을 수 있고 이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지난해 말 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연방 정부를 위해 일하는 모든 공무원들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뷰렌이 실제로 해고된다면 이는 위키리크스 전문을 읽거나 인용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은 최초의 사례가 된다.
그는 비밀 전문들이 대거 유출되는 일종의 보안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책임자들은 처벌받지 않은 반면, 미 정부가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뷰렌이 지난달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링크한 위키리크스 전문은 과거 미국이 한 포르투갈 중개업자를 통해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에 무기를 수출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 국무부가 문제삼은 피터 반 뷰렌의 개인 블로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전문에 대한 링크는 좌측 하단에 붉은 글씨로표시된 '2009년의 미분류 전문'(unclassified cable from 2009) 이라는 부분이다. ⓒ프레시안 |
"위키리크스가 아닌 이라크전 비판 때문"
또 뷰렌은 자신에 대한 수사가 단지 위키리크스 문서를 블로그에 링크한 것 때문이 아니라 최근 발간된 자신의 저서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뷰렌은 "왜 (수사 대상이) 나였을까? 외교안보국이 국무부 직원들 전체의 수백 개 블로그, 수백만 개의 트위터 게시물을 모두 검토할 인력이나 의지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는 내가 쓴 새 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7일 발간된 <우리의 의도는 좋았다 : 이라크 민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쟁의 실패에 나는 어떻게 기여했나>는 뷰렌이 과거 1년 간 이라크 지역재건팀(PRT) 책임자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소회와 미국의 이라크 재건 전략을 비판적으로 다룬 책이다.
뷰렌은 해당 저서의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국무부의 발간 승인을 받았지만 출판 과정에서 '일부의 수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뷰렌의 주장이나 수사 개시 여부에 대해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폴리티코>와 <와이어드> 등의 매체에 따르면 국무부는 수사가 실제로 진행 중인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서들을 열람한 직원에 대한 공식 대응 방침이 무엇인지 등의 질문에 대한 확인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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