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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밥 30년만에 이렇게 답하는 사람 처음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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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밥 30년만에 이렇게 답하는 사람 처음 보네"

민주평통 뭇매, '4.3 폭동' '6월사태' 역사왜곡 자료 배포도 논란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이 국정감사장에서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로 도마에 올랐다. 이상직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아는 바 없다"는 식으로 일관해 여야 의원들은 물론 위원장까지 나서 태도를 지적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20일 통일부과 민주평통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이 이상직 사무처장에게 "본인이 '남북나눔공동체' 이사라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남 얘기하듯 말했다. 남북나눔공동체는 민주평통 산하의 대북지원 단체로 수석부의장이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이 사무처장의 답변에 발끈한 구 의원은 "본인이 이사냐고 묻는데 그렇게 알고 있다니, 답변을 그렇게 할 것인가?"라며 "위원장, 나 이렇게 하면 질의 못하겠습니다"라고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통위원장에게 하소연했다.

구 의원은 자리에 앉아있던 이 사무처장을 발언대로 불러내 남북나눔공동체 등 대북 지원업에 대해 질의를 계속했지만 이 사무처장은 "모릅니다"로 일관했다. 구 의원은 기가 막힌 듯 "나 국회 30년 나왔지만 저렇게 답변하는 사람 처음 보네"라며 혀를 찼다.

이어 구 의원이 "사무처장, 박영준 전 차관이 하는 모임에서 같이 일한적 있죠?"라고 묻자 이 사무처장은 "그건 별개의 문제"라며 답을 피했다. 이에 남 위원장까지 나서 '별개의 문제인지는 의원들이 판단할 것이니 우선 답을 하라'고 몰아세워야 했다.

결국 구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민주평통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정식으로 요청한다"며 "관리감독을 잘못한 사무처장들은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 위원장은 "내가 보기에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라는 답변만 하고 있다"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이 사무처장을 나무랐다.

오전 질의에서도 이 사무처장은 '지난해 민주평통이 국정감사를 두 차례 받은 것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해 "감사를 받는 자세가 문제가 있다"며 "사무처장이 작년 국감 기록도 안 보고 왔다는 것이 고개 빳빳이 들고 얘기할 사항이냐. 부끄러운 줄 알라"고 호통을 칠 정도였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도 국회가 이미 여러 차례 조직을 축소해 효율적으로 운영하라고 지적한 바 있음에도 민주평통은 오히려 매년 위원 수를 늘려왔다며 "민주평통은 골머리 조직이다. 국감에 나와 대답하는 것을 보면 복지부동, 마이동풍, 우이독경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변하는 게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 이상직 민주평통 사무처장 (자료사진) ⓒ뉴시스

해외 행사에서 '역사왜곡' 자료 배포 논란

민주평통은 해외에서 치러진 공식 행사에서 제주 4.3 항쟁을 '폭동'으로, 1945년 미군정 당시 국무부를 '친공(親共) 성향의 관료들이 장악했다'고 묘사하는 등 우편향된 역사관을 담은 자료를 배포해 논란이 빚기도 했다.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앞서 이날 오전 이 사무처장에게 "매카시즘 뺨치는 주장이 담겨있는 책을 민주평통이 공식적으로 배포했다"고 추궁했다.

원 의원이 언급한 것은 지난 7~8월 미국 LA와 워싱턴, 뉴욕, 독일, 호주 등지에서 진행된 민주평통 15기 해외협의회 출범회의에서 배포된 <대한민국 이전&이후>라는 소책자로 '자유주의진보연합'이라는 단체가 제작‧배포한 것이다. 이 책자는 컴퓨터 파일 형태로 민주평통 홈페이지에 지난 3월부터 반 년 가량 게시돼 있기도 했다.

이 책자는 제주 4.3 항쟁을 '폭동'으로,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을 '6월 사태' 명명했을 뿐만 아니라 해방 후 여운형‧김규식 등이 주도한 좌우합작운동에 대해서는 "실은 친공(親共)성향의 리버럴한 관료들이 장악하고 있던 미 국무부의 원격조종 아래 미 군정이 기획, 연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5.16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은 조국근대화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자유의 일시적인 유보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적 민주주의'를 내건 유신정권 시절에는 민주주의가 더욱 후퇴했지만, 그 시기에도 정기적인 선거, 다당제 등은 훼손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

이 책자는 1987년 민주화 이후의 한국 정치에 대해서도 편치 않은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책자는 "1960년대 이후 민주화 운동과정에서 주사파나 PD파 등 좌익세력들이 독버섯처럼 자라났다"며 "1987년 민주와 이후에는 국가의 장래보다는 당장의 당리당략에 급급해 국민들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민주평통은 지난해에도 표현이 부적절한 내부용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되고, 홈페이지에 게시돼 국정감사를 두 번 받기도 했다"며 과거 민주평통이 중국을 한국의 국익에 부정적인 존재로 그려 국제 문제가 됐던 것을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도 또 다시 이 같은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은 대통령 자문기구로써 민주평통의 자세와 능력을 의심해 볼 수밖에 할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최재성 의원도 "(이는)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외교적 문제 발생시킬수 있다"며 "이것도 몰랐다고 하다니"라고 질책했다.

남경필 위원장은 오후 구상찬 의원의 질의순서를 마친 후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한 내용을 포함한 문서를 배포해 여러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면서 "사무처장은 재발 방지 확약을 하고 재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민주평통 사무처에 대한 외통위원회의 결정 사항을 통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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