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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노동자, 중소기업 모두 '루저'"…미국도 FTA 반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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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노동자, 중소기업 모두 '루저'"…미국도 FTA 반대론

"미국 일자리만 없어지지 않아…국제 투자자본만 이득"

미 의회에서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논의가 이르면 다음 주중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FTA에 대한 미국 내 반대 여론도 다시 비등하고 있다. 한국 관변 언론의 전망과 달리 미 의회가 쉽사리 FTA 논의를 개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일반 미국인들 사이에 폭넓게 퍼져 있는 FTA 반대 정서는 자국의 노동집약산업, 즉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분야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과의 FTA로 이득을 볼 산업은 농업과 금융 정도이다.

미 일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한미 FTA 체결시 15만9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인들의 절대 다수가 한국 등 3개국과의 FTA에 반대하고 있으며 미국의 국익을 해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은 FTA를 밀어붙이는데서는 드물게 의견일치를 봤다고 꼬집었다.

이런 시각에 따르면 오히려 한국 자동차 산업 등에는 FTA로 인해 손해가 별로 없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미국이 '이득을 볼 분야'로 예상한 농업 부문의 희생은 불가피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FTA의 성격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들여다 보면 그 역시도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지난 7월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앞에서 한 경찰관이 FTA 반대 집회에 사용된 피켓을 치우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교역 상대국 일자리도 위협"

일부 전문가들은 FTA의 내용에 포함된 규제자유화 조치로 인해 미국과 한국 등 상대 국가 모두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제약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경쟁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FTA로 인해 '이득을 볼' 측은 한국도 미국도 아닌 국제 투자자본 뿐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지난 2007년 미국 민주당이 이른바 '신통상정책'을 통과시킨 것은 미국과 교역 상대국 모두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환경을 보호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지만, 한국과의 FTA나 TPP 등 최근의 무역 협정에서는 이같은 부분이 빠져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 칼럼에서 지적했다. 신문은 "(오바마 행정부의 무역 정책 슬로건인) '21세기를 위한 무역 협정'은 다국적 기업의 권리와 대중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데 실패했다"면서 "대신 투자자들에게만 더 폭넓은 권리가 보장됐다"고 비판했다.

한미 FTA 등 오바마 행정부의 무역정책에 대해 <가디언>은 "미국 뿐 아니라 상대국의 경제성장과 금융 안정성, 일자리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며 "각국이 민주적으로 마련한 규제를 유지할 수도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미 FTA와 TPP 등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이 각국의 규제에 대해 정부 간 외교적 채널을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해당 국가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이런 조약들은 무역 상대국들의 금융시장 개방을 강제함으로써 서방의 금융위기를 불러온 투자자들로 하여금 이들 국가의 금융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중소기업은? "NAFTA 체결 후 멕시코 첨단기업 88%가 문닫아"

티모시 와이즈 터프츠대 연구원은 15일 미국 웹사이트 '트리플 크라이시스'에 기고한 글에서 FTA는 특히 미국과 교역 상대국 모두에서 중소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와이즈 연구원은 케빈 갤러거 보스턴대 교수와 리우바 자스키 터프츠대 교수의 공저 <고립 경제>(The Enclave Economy)를 인용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멕시코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던 지역에서 첨단기술 분야의 기업체 88%가 문을 닫았다"며 과연 이것이 멕시코만의 일이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또 와이즈는 오바마 행정부 무역정책의 핵심은 국제 자본, 특히 대형 유통자본의 이익을 보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공급(supply chain)의 효율성"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지난 7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홍콩을 방문했을 때 "규제의 일관성"과 "경쟁의 중립성"을 강조한 것이 바로 이를 에둘러 말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클린턴 장관은 TPP가 중소기업의 이익을 촉진시키기 위한 첫 번째 무역협정이며 중소기업의 해외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면서 "(그러나) 중소기업이 월마트와 경쟁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따져 물었다.

오바마의 '배신'

이들 비판자들은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무역정책에 대해 후보 시절과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등과의 FTA 및 TPP에 대해 '미국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그 자신이 과거 NAFTA에 반대했던 것을 보면 이는 역설적이라는 것이다.

2008년 대선 당시 오하이오주 유세에서 오바마는 "나는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에 반대표를 던졌으며 NAFTA에도 반대했다"며 "앞으로도 NAFTA 같은 무역 협정에는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또 오바마는 "NAFTA는 투자자들에게는 폭넓은 권리를 허용하지만 노동자의 권리와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립서비스'만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었다.

<가디언>은 칼럼을 통해 "지금 오바마 대통령의 무역정책이야 말로 '립서비스'일 뿐"이라며 한국 등과의 FTA 추진으로 인해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층 상당수가 등을 돌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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