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건빵 등 중소기업만이 참여할 수 있었던 군용물자 납품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할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됨은 물론 청와대가 강조하는 '상생' 기조와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은 최근 발생한 군납 식품 비리 사건과 관련해 "군납에 대기업도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세계일보>와의 31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노 청장이 언급한 비리 사건은 건빵과 햄버거빵 등의 군납 식품 제조사와 방위사업청 공무원, 군 간부 등이 짜고 입찰 담합과 납품단가 조작 등 비리를 저지르고, 기준 이하의 '저질' 제품을 납품한 사건으로 지난 23일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 청장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군납업체는 납품하면 그만이고 품질검사는 군에서 하지만 역부족"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품질관리는 생산현장에서 제조자 책임 아래 이뤄져야 하는데, 중소기업이 품질검사까지 해서 납품하기는 쉽지 않다"며 "대기업은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라도 품질검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 청장은 "중소기업이 제대로 납품하는 것은 현행대로 가고 문제가 불거진 것부터 대기업 참여를 허용할 것"이라며 대기업 참여 대상 품목을 늘릴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간 방사청은 김치와 조미김, 된장 등 16개 품목을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하고 중소 사업자들 간의 제한적 경쟁을 통해 획득해 왔다.
국방부는 지난 5월에도 전투화 조달에 대기업이 참여하는 방침을 밝힌바 있다. 국방부는 우수한 제품을 조달하기 위해 기술 있는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또한 지난해 9월 불거진 '물 새는 군화' 파문에 따른 대책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국방부나 방위사업청 등이 스스로 물품 검수를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중소기업이 물건을 잘 못 만들어서 그렇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이 참여한다고 불량이나 비리가 없어지리라는 기대는 별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건빵 비리 사건에서 '저질 건빵'을 납품한 사업자는 대형 식품업체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조달청은 정부에서 사용하는 문구류, 종이 등 소모성 행정용품(MRO)의 공급처를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바꾼다고 밝히기도 했다. 군납 분야만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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