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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볼트 충격의 실격…'게이의 저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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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볼트 충격의 실격…'게이의 저주'인가

[대구육상] '그린의 축복' 블레이드 男100m 우승

"딱 한 번 부정 출발을 했다고 실격되는 규정이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사인 볼트에게 적용된다고 가정해 보라. 볼트가 빠진 경기의 결과에는 (최강자가 불참했다는) 주석이 달릴 것이다. 그건 말도 안 된다. 그 규정을 바꾸지 않으면 육상에 손해가 될 것이다."

'게이의 저주'인가. 미국의 육상 선수 타이슨 게이가 지난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새로운 규정을 비판하며 가정했던 상황이 대구에서 현실이 됐다. 단거리 달리기의 황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어이없는 부정 출발로 실격되는 충격을 던져줬다.

볼트는 28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이틀째 100m 결승에서 스타트 총성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수 소개 때 오른쪽과 왼쪽의 경쟁자들을 가리키며 특유의 여유를 부렸던 볼트였지만 정작 '차렷' 자세에서 스타트 총성이 울리기 전에 스타트블록을 박차고 나갔다. 부정 출발이었다.

IAAF는 2010년 새롭게 도입한 규정 162조 7항에서 부정 출발을 한 선수는 곧바로 실격 된다고 못 박았다. 한 번의 부정 출발은 용인하고 두 번째 부정 출발이 발생했을 경우 해당 선수를 '전과'에 상관없이 실격시켰던 과거의 규정보다 한층 강화됐다. 육상 대회의 꽃인 남자 100m에서, 그것도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고 불리는 볼트가 새 규정의 희생양이 된 것.

▲ 우사인 볼트가 28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부정 출발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의 부정 출발과 실격을 직감한 볼트는 트랙 위에서 유니폼 상의를 벗어 머리를 덮고 소리를 지르며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하늘을 바라보고 머리를 감싸 쥐기도 하는 등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볼트는 경기장 밖으로 느리게 걸어 나왔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경기장 벽을 양손으로 내리치고 통로의 가림막에 머리를 기대기도 했다. 한참 후 목격된 볼트는 보조경기장을 내달리며 화풀이하는 모습이었다.

이로써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베를린 세계대회에 이어 3개 메이저대회 연속 단거리 3관왕을 달성하겠다던 볼트의 목표는 물거품이 됐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강력한 라이벌인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이 대구에 오고도 허벅지 안쪽 부상으로 돌연 경기 포기를 선언했고, 타이슨 게이(미국)는 고관절 수술로 대구에 오지도 못했다. 이변만 없다면 볼트의 우승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대이변이 벌어진 것이다.

볼트의 부정 출발은 스타트에 대한 부담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200m를 주종목으로 삼았던 볼트는 100m 출전의 이유를 '스타트 능력 향상을 위해'라고 말할 정도로 스타트에 대한 강박 관념이 있었다. 그가 2009년 세계대회 100m 준결승에서도 부정 출발을 한 것도 같은 이유로 분석됐다. 볼트의 이같은 심리적 부담감이 앞으로 출전할 200m와 400m계주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 자메이카의 '떠오르는 별' 요한 블레이크가 남자 100m이틀째 결승에서 9초92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볼트의 실격이 게이의 저주였다면 볼트가 빠진 100m 결승에서 요한 블레이크(22.자메이카)의 우승은 '그린의 축복'인 셈이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를 3연패했던 모리스 그린이 100m 우승 후보로 꼽은 선수가 바로 블레이크였기 때문이다. 그린은 전날 대구스타디움 내 아디다스 홍보관에서 "볼트는 부상으로 시즌 시작이 늦어 훈련이 부족한 상태"라며 블레이크의 우승을 점쳤다.

자메이카의 떠오르는 별인 블레이크는 그린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결승에서 9초92의 시즌 개인 최고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스타트 반응시간 0.174초로 다소 늦게 스타트블록을 치고 나갔지만, 중반부터 폭발적인 속도로 경쟁자들을 앞지르며 결승선을 먼저 끊었다.

미국의 월터 딕스(10초08)와 2003년 파리 세계대회 우승자인 킴 콜린스(세인트 키츠 앤드 네비스·10초09)가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볼트의 훈련 파트너였던 블레이크는 생애 첫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따낸 뒤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이 순간을 위해 기도해왔다. 콜린스가 스타트는 훌륭했는데 내가 따라 잡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볼트가 없다는 큰 차이가 있었지만 챔피언의 의미는 작아지지 않는다"며 "나는 최선을 다했고 내가 뛸 때는 볼트가 있든 없든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 28일 주요 경기 기록

▲남자 20㎞ 경보
1.발레리 보르친(러시아) 1시간19분56초
2.블라디미르 카나이킨(러시아) 1시간20분27초
3.페르난도 로페스(콜롬비아) 1시간20분38초
6.김현섭(한국) 1시간21분17초
25.변영준(한국) 1시간24분48초

▲여자 장대높이뛰기 예선 B조
10.최윤희(한국) 4m40 *한국타이기록 *탈락

▲남자 110m 허들 1라운드 4조
8.박태경(한국) 13초83 *탈락

▲여자 포환던지기 예선 B조
12.이미영(한국) 16m18 *탈락

▲남자 400m 1라운드 4조
5.박봉고(한국) 46초42 *탈락

▲여자 100m 1라운드 6조
6.정혜림(한국) 11초88 *탈락

▲여자 멀리뛰기 결승
1.브리트니 리즈(미국) 6m82
2.올가 쿠체렌코(러시아) 6m77
3.이네타 라데비카(라트비아) 6m76

▲여자 원반던지기 결승
1.리얀펑(중국) 66m52
2.나디네 뮐러(독일) 65m97
3.야렐리스 바리오스(쿠바) 65m73

▲남자 10,000m 결승
1.이브라힘 제일란(에티오피아) 27분13초81
2.모하메드 파라(영국) 27분14초07
3.이마네 메르가(에티오피아) 27분19초14

▲남자 10종 경기
1.트레이 하디(미국) 8천607점
2.애시톤 이튼(미국) 8천505점
3.레오넬 수아레스(쿠바) 8천501점
17.김건우(한국) 7천860점 *한국신기록

▲남자 100m 결승
1.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 9초92
2.월터 딕스(미국) 10초08
3.킴 콜린스(세인트 키츠 앤드 네비스) 10초09
*우사인 볼트 부정 출발로 실격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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