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27일(현지시간) 미국과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는 <AP> 통신에 라흐만이 지난 22일 파키스탄 와지리스탄주(州)에서 사망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보당국자도 라흐만의 사망 날짜는 22일이며 와지리스탄 마치 켈 마을에서 숨졌다고 말했다.
라흐만은 지난 5월 오사마 빈 라덴의
▲ 지난 22일 미국의 무인정찰기 공격에 숨진 것으로 알려진 알카에다의 2인자 아티야 아브드 알라흐만 ⓒ로이터=뉴시스 |
또 미 정보 당국은 라흐만이 빈 라덴과 빈번히 접촉한 경황을 발견했다면서, 그는 빈 라덴과 다른 알카에다 하부조직 지도자들 간의 메시지 전달책으로 활약했으며 빈 라덴의 방송 메시지를 전파하는 역할도 맡고 있었음이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발견된 파일에서 드러났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라흐만의 죽음은 다른 고위 간부들의 죽음보다 알카에다에 더 심대한 타격일 것이라면서 그 이유로 라흐만은 새로운 세대에 속한 지도자이며 빈 라덴의 죽음 이후 더 많은 역할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었다는 점을 꼽았다. 이 관계자는 "라흐만은 알카에다의 핵심"이라며 "배경과 경험, 능력이 결합된 그의 존재는 알카에다 내에서 유일한 것이며 그를 대체할 인물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러고 말했다.
알카에다가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낙관적인 관측과는 달리 이미 여러 차례 알카에다가 보여준 '재생 능력'을 감안하면 섣부른 장담은 이르다는 일부 정보분석가들의 비판도 나오고는 있지만, 최소한 파키스탄 내의 알카에다 지도부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만은 명백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라흐만 사살, 美-파키스탄 관계에 미칠 영향은?
그러나 지금도 '최악' 수준인 미국과 파키스탄의 외교관계는 이번 공격으로 인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CIA는 파키스탄과의 외교관계가 험악해지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파키스탄 산악지역에 무수히 많은 무인정찰기 공격을 감행해 왔다"고 꼬집었다.
작전에 대한 세부 사항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는 빈 라덴 사살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미국 측은 사전 통보 없이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7일 라흐만이 공격 대상이라는 통보가 파키스탄 측에 전달된 것은 그의 사살이 확인된 이후였다고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신문은 "CIA는 통상 파키스탄 정부에 공격에 대한 사전 통보를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자국 영토 내에서 이뤄진 무인정찰기 공격과 미군 특수부대의 빈 라덴 사살 작전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미국은 미국대로 파키스탄이 빈 라덴 등 알카에다 지도부와 내통해 왔던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빈 라덴 사살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 냉각됐다. 파키스탄은 자국에 있던 90명의 미군 훈련인력을 돌려보냈고, 이어 미국은 파키스탄에 군사원조 일부를 중단하거나 취소할 뜻을 비쳤다.
그러자 파키스탄은 중국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미국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또 파키스탄은 지난 30일 자국에 주재 미국 외교관들에게 여행 제한 조처를 내리고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벗어나 타 지역으로 여행하려는 미 외교관들은 5일 전 파키스탄 당국에 특별허가를 신청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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