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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사태 배후 '열강들의 에너지 전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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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사태 배후 '열강들의 에너지 전쟁' 치열

[분석]"프랑스는 회심의 미소, 중국과 러시아는 당혹"

리비아의 반군이 수도 트리폴리를 점령하면서 독재자 카다피 정권의 붕괴를 선언한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리비아의 원유를 확보하려는 열강들의 각축전은 이미 시작됐다"면서 리비아 사태의 배후에 '에너지 전쟁'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는 "서방국가들, 특히 리비아 반군에게 결정적인 공습 지원을 제공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은 리바아 원유 생산에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 리비아의 반군 세력들이 지키고 있는 정유시설. 아직 리비아 의 새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석유를 들러싼 열강들의 간축전이 시작됐다. ⓒAP=연합
리비아 원유, 나토 회원국들 수입 의존 높아

리비아의 원유 수출량은 전 세계 원유 수요량의 2%에 불과하지만 리비아산 원유는 유황 성분이 적은 고품질 원유(sweet crude)이며, 특히 유럽이 리비아 수출 원유의 85%를 수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는 3분의 1를 수입하고 있어, 리비아 사태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탈리아의 원유 수입 중 리비아산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 스위스, 아일랜드, 오스트리아도 수입 원유의 15% 이상을 리비아산에 의존하고 있다.

리비아 반군의 승리에 대대적인 지원을 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중 이탈리아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이유도 예전부터 원유 거래 등의 이해관계가 깊어 카다피 정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리비아 반군 "친구와 적을 가려서 협상하겠다"

반면 프랑스가 나토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앞장섰던 이유에는 리비아 사태를 리비아 원유 확보를 위해 기반을 확실히 다지는 기회로 삼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월 리비아 사태가 터지기 전 리비아의 원유 수출량은 일일 130만 배럴로 세계 원유 공급량의 2% 미만이었다. 하지만 고급원유를 리비아만큼 생산하는 대체 원전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리비아 원유 수급 변동은 글로벌 원유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신문은 "리비아의 원유 생산이 재개되면 유럽의 유가 하락, 간접적으로는 미국 동부 해안의 휘발유 가격 하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리비아 원유 산업에 진출한 서방권 업체들 중 이탈리아의 에니, 영국의 BP, 프랑스의 토탈, 스페인의 렙솔, 오스트리아의 OMV 등이 가장 큰 석유업체들이었다. 미국은 수입 원유 중 리비아산 원유의 비중이 1%도 안되지만 헤스, 콘코필립스, 마라손 등의 업체들이 카다피 정권과 계약을 맺고 있었다.

하지만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들어설 새 정부가 기존의 계약에 대해 어느 정도 존중할지, 그리고 유전에 대한 투자와 신규 유전 발굴 등을 위해 어떤 협상 전략을 쓸지는 미지수다.

이미 리비아 반군은 권력을 잡기도 전에 친구와 적을 가려서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리비아 반군가 장악한 석유업체 대변인 압델잘릴 마유프는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서방국가와 문제는 없지만, 러시아와 중국, 브라질과는 정치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리비아 시장 잃어버렸다" 낭패감 토로

러시아, 중국, 브라질은 리비아 사태가 악화될 때도 카다피 정권에 대한 강력한 제재방안을 지지하지 않았고, 협상에 의해 해결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 세 나라는 대형 석유업체들을 앞세워 아프리카 일대에서 원유 확보를 위해 애를 써왔으나, 카다피 정권의 붕괴와 반군의 냉랭한 태도에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이때문에 프랑스 등 일부 서방국가들은 자기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사업을 하기가 보다 수월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서방 석유업체들은 원유 공급 계약을 무기로 수시로 사용료와 세금을 올리고 다양한 요구를 해온 카다피 정권에 반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카다피 정권 때 유전 발굴에 제약을 받았던 외국 석유업체들이 앞으로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되면서 상당히 많은 석유 매장량을 추가로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석유업계 전문가들은 토탈과 에니가 리비아의 '노른자위 유전'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리비아에서 사업을 벌이던 75개 중국 석유회사, 러시아의 가스프롬 네프트와 타트네프트,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 등은 급격한 상화 변화에 당황하고 있다.

러시아의 아람 셰군츠 러시아-리비아 사업협의회 회장은 "나토가 우리 기업들의 리비아 내 사업을 막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리비아시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리비아 원유 생산 회복 기간, 이라크 전철 밞을 수도

문제는 리비아의 원유 생산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리비아 사태 이후 원유 생산량은 일일 6만 배럴로 떨어졌다. 수출은커녕 평소 내수 물량의 20%에 불과한 규모다.

석유 전문가들은 리비아 정국과 치안이 금세 회복된다면 짧게는 몇 개월내에 필요한 시설 수리와 인력 투입이 가능해 원유 생산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1~2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부족국가 형태인 리비아에서 부족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란과 이라크의 사례와 비슷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수십년 동안 원유 생산량이 회복되지 않았으며, 이라크도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원유 생산량이 회복되는 데 8년이나 걸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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