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이넘은 18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국과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한국에 있는 모든 기지를 미군의 군함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결국 MD 등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패권 강화에 이용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면 미국이 동중국해와 그 이남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미 랜드연구소의 2009년 보고서를 인용하며 "해군기지 건설은 군비경쟁을 일으킬 수 있는 일종의 도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999년 미 의회 보고서를 인용해 "미 국방부는 해군기지가 있다 하더라도 (북한이 쏜) 저공미사일로부터 남한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면서 "따라서 해군기지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MD의 일부분으로서 기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해군기지 건설은 제주도의 문화와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지난 5월 제주 강정마을을 직접 방문한 경험을 언급하며 "인근 주민의 94%가 기지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친환경 기지' 주장에 대해 그는 "(건설 예정지에는) 세계적으로도 고유한 산호초 서식지가 있는데 기지가 들어서려면 준설을 해야 하고 콘크리트로 덮어버려야 한다"면서 "이럴 경우 환경의 피해가 없을 거라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실제 현장에 가보면 해군기지의 건설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의 여성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로이터=뉴시스 |
미국 언론도 주목 "제주를 구하자"
스타이넘은 앞서 <뉴욕타임스> 기고와 <CNN> 방송 인터뷰 등으로 통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7일 신문 기고에서 미국 독자들에게 제주도를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곳'이라고 소개하고 "해군기지는 환경적 재앙일 뿐 아니라 전지구적 도발을 불러오는 위험요소"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 국방부라는 개가 흔드는 꼬리가 될까 우려스럽다"면서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군사적 패권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건설회사 사장 출신으로 '미스터 불도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기지 건설 강행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 건설산업의 관계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석유산업에 대한 관계와 같다"고 비꼬았다.
이어 "제주는 세계 7대 자연경관을 선정하는 인터넷 캠페인에서 유력한 후보지"라면서 "제주도의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 대통령은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주장의 근거가 파괴됐는데 제주도가 선정될 수 있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스타이넘뿐만 아니라 미국 언론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6일에도 제주 해군기지는 MD 체계의 일부가 될 것이며 이는 군비경쟁을 부추겨 새로운 안보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12일 스타이넘을 인터뷰한 <CNN> 방송 앵커도 이례적으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온라인 캠페인 '제주를 구하자'를 소개하며 서명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스타이넘은 <CNN> 인터뷰에서 "주미 한국대사관에 제주 해군기지에 대한 질문을 하면 '우리에게 묻지 말고 미 국방성에 전화하라'는 대답을 듣게 된다"면서 "제주 해군기지의 기술적 시스템은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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